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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피의자’ 이재용, 박영수 특검 전격 출석

“좋은 모습 보이지 못해 송구하고 죄송하고”

2017-01-12     이민봉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이 피의자 신분으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출석했다. 이 부회장은 최순실 씨(61) 일가에 대한 지원 의혹과 관련, 뇌물공여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은 12일 오전 9시 30분경 서울 강남구 대치동 D빌딩에 있는 특검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부회장은 “이번 일로 저희가 좋은 모습을 못 보여드린 점 국민께 정말 송구스럽고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하지만 그는 ‘최씨 일가에 대한 지원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대가였냐’,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를 직접 받았냐’, ‘이번 일은 이 부회장의 범죄냐, 삼성 임직원의 범죄냐’는 질문 등에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앞서 지난해 11월 13일에는 검찰에 출석했다. 그는 최씨 관련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 특별수사본부에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최씨 지원을 둘러싼 박근혜 대통령과 삼성 사이 ‘뒷거래 의혹’의 정점에 이 부회장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이유다.

이날 특검의 핵심 조사 대상은 ‘최씨의 존재를 언제 알게 됐는지’, ‘그룹의 최씨 일가 지원 결정에 이 부회장이 관여했는지’ 등이다.

특검은 삼성이 이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에 필수적이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서 국민연금의 지지를 얻는 대가로 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씨 일가에 수백억원대 지원을 결정하고 실행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삼성은 승마 유망주 육성 명분으로 2015년 8월 최씨의 독일 현지법인인 코레스포츠(비덱스포츠의 전신)와 220억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맺고 35억원 가량을 보냈다. 이와 별도로 비타나V 등 삼성전자 명의로 산 명마 대금도 43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 자금은 모두 최씨의 딸 정유라 씨(21) 1인을 위해 사용된 사실이 드러났다.

삼성은 최씨와 그의 조카 장시호 씨(38·구속기소)가 이권을 챙기기 위해 기획 설립한 것으로 의심을 받고 있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도 16억2800만원을 후원했다. 최씨가 배후에 있는 미르·K스포츠 재단에도 주요 대기업 가운데 최대인 204억원을 출연했다.

삼성은 “승마협회 지원은 박 대통령 및 최씨의 압박과 강요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한 것”이라며 “반대급부로 어떤 이득을 받거나 바라지 않았다”고 호소하는 상황이다. 삼성 또한 ‘공갈·강요의 피해자’라는 것.

이 부회장 또한 지난달 국회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와 승마협회 지원은 대가성이 없었고, ‘합병 로비’도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의 국회 청문회 답변 중 위증 혐의의 단서가 발견됐다면서 국정조사 특위에 이 부회장의 고발을 요청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대통령으로부터 뇌물을 요구받고 삼성그룹 임직원들에게 지시해 계열사로 하여금 대통령이 지정한 곳에 뇌물을 공여했음에도,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는 취지로 증언한 부분”이 위증 혐의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국회 이민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