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팅 업체

선물은 독약인가

2007-10-18     김 명 준논설위원
청렴하면 살고 부패하면 죽는다는 이치를 잘 인식해야 한다. 대가없는 선물은 없다. 미개부족들은 선물 받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두려워한다. 마오리족은 모든 선물에 하우라는 정령(精靈)이 있고, 이들은 자신이 떠나온 곳으로 되돌아가고 싶어하기 때문에 선물을 받으면 반드시갚아야 한다. 선물에는 이를 준 사람이 어떤 형태로든 들어있고 선물을 지니고 있는 한 이를 준 사람의 지배하에 놓이게 되기 때문에 선물은 그만큼 무섭고 위험한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독일어에서는 선물을 의미하는 Gift라는 단어에 독(毒)이라는 의미까지 담겨있다. 선물은 곧 독약인 것이다. 직접 돈이나 물건을 받지는 않는다하더라도 현직에 있을 때 술 얻어먹고 접대 골프를 치는 것은 바로 독(Gift)을 마시는 일이다. 고급 빌라로 싸게 이사하는 것도 특정 대학에서 명예 박사학위를 받는 것도 결국은 언젠가는 갚어야 할 선물을 받는 행동이다. 권세를 한 손에 쥐고 있는 것 같았던 막강한 장관이 부인의 옷과 관련된 소송 때문에 물러났다. 당사자들은 나름대로 부끄럽고 억울한 사정이야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나라꼴이 말이 아니다. 그러나 혹 장관이 퇴진한다고 해도 이 일은 어떻게 간단히 끝날 일이 아니다. 우리는 모른다. 누가 억울한지 누가 거짓말을 했는지 의혹을 했는지 의혹을 국민 앞에 밝히기 위하여 국회 청문회가 열렸지만 진실을 밝히기는커녕 의혹만 증폭됐다. 여야의원들은 한때 옷 로비 의혹진상조사 청문회가 관련 증인들의 엇갈린 증언으로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한때 비판이 고조됨에 따라 핵심 증인들에 대한 대질신문을 했지만 의혹 진상규명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공직자는 돈을 받던 술, 골프대접을 받던 이것은 독(毒), 마시고 병들어 죽는다는 것을 인식하고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봉사해주기 바란다. 술 먹이고 돈 집어주거나 빽쓰지 않고서 되는 일은 열에 하나 밖에 안된다는 한탄은 참여정부 들어서서도 계속되고 있다. 돈으로 옷은 살 수 있으나 인격은 살 수 없다. 우리나라 최고 청백리(淸白吏)는 신라 화랑검군(花郞劍君)이다. 극심한 흉년을 당해 동료들이 국고에서 곡식을 훔쳐 나눠 가진 뒤 그에게도 한몫 주었다. 검군은 화랑으로서 의(義)가 아니면 비록 천금(千金)이라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물리쳤다. 그를 죽이려해 피신할 것을 권하자 검군은 그들이 잘못하고 내가 정직한데 왜 내가 도망가느냐며 거절했다. 그는 피살됐고 죽음으로 지킨 그의 청백(淸白) 정신은 후대에 귀감이 됐으며 삼국통일의 원동력으로 발전했다. 인격의 핵(核)은 자존심에 있다. 자존심을 잃으면 치욕을 모른다. 자존심의 핵(核)은 양심에 있다. 양심을 잃으면 허의와 죄악에 빠진다. 공직자(公職者)의 양심은 다름아닌 청렴성(淸廉性)이다. 청렴성을 상실한 공직자는 사이비 인격자다. 공직자로서의 체면과 양심을 가질 때 검은 손의 유혹도 뿌리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