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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용이 된 대선판

2007-12-11     경인매일
대통령 선거 분위기가 이상하게 흐른다. 막판 대선 국면에 때 이른 총선이 이슈로 터지고 있다. 검찰 수사 결과 BBK사건이 ‘한방 아닌 헛방’이 된 후 지지율 격차가 더 극심해진 때문이나 그렇다고 대선판이 총선판처럼 된 것은 이상하다. 대통령 후보자라는 이들이 대선은 간판이고 속내는 정치세력 끌어모아 대놓고 내년 공천 장사를 하겠다는 심사라면 후안무치한 일이다.무소속 이회창 후보는 최근 “반듯한 정당, 건전한 정당을 만들어 국가 대 개조의 밑거름이 되도록 할 것”이라며 대선 후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여기에는 충청권을 기반으로 하는 국민중심당을 포함한 일부 보수 진영이 가세할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이인제 후보는 한때 지분을 둘러싼 이견으로 좌초됐던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와의 후보 단일화 논의를 재개했다. 정 후보와의 단일화를 거부한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는 여권 대체세력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일련의 흐름은 내년 4.9 총선을 향한 행보라는 게 중론이다. 정 후보가 BBK 의혹을 걸어 특검제 도입과 수사검사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도 실상은 대선 이후를 염두에 둔 포석일 수 있다. 벌써부터 여의도 정가의 관심은 총선 쪽으로 옮겨가 있는 듯하다. 총선 구도와 공천 여부가 의원들의 최대 관심사라는 얘기다. 오죽하면 정 후보가 당 소속 의원들의 대선 무관심을 질타하며 “뛰어달라”고 독려하고 나섰겠는가. 현 상황대로라면 대선 이후의 정국은 이번에 출마한 후보를 중심으로 한 다자(多者) 정치축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 대(對) 반이(反李) 세력의 대립 구도가 그것이다. 이명박 후보의 55% 득표 욕심도 대선 압승의 여세를 총선으로 몰아가겠다는 의미가 없지 않아 보인다. 지난 97년의 대혼전, 2002년의 박빙과는 달리 이번엔 1인 독주, 완승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긴장감도 덜하고 투표율도 사상 최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뻔한 결과로 후보자들이 전의를 상실하는 것까지는 좋다. 그렇다고 나라의 명운이 걸린 국가적 행사에 앞장서 김을 뺀다면 유권자들의 실망은 더 큰 대선투표 외면으로 번진다. 승산이 없으면 아예 몰려나오지 말았어야 했다 잿밥에 눈이 멀어 대선을 총선 도구로 여기는 한국 정치 현주소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