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言論은 자유의 敵 아니다

2008-01-14     원춘식 편집국장 대우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더서 10여년만에 정권이 좌파에서 우파로 넘어갔다. 이념과 코드에 피로감을 느끼던 국민들이 실용이라는 새로운 선택으로 변화의 희망을 키워나간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이제 선진화로 나아가자는 새 집권세력의 구호가 유난히 선명하다. 5년전에도 거추장스러운 권위주의의 옷을 벗어 던지고 모든 국민이 참여하는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줄 알았다. 민생경제가 확 펴서 중산층과 서민이 두루 잘살게 되리라 믿었다. 그러나 참여정부는 성공하지 못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성공을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그런 그가 참담한 평가를 받게 된 까닭은 무엇인가? 단지 민생경제의 실패 때문인가? 퍼주기식 대북정책이 못마땅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역사 바로 세우기에 성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참여정부는 말로써 국민의 마음을 사는데 실패했다.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 실세들은 참을 수 없는 언행의 가벼움으로 국민의 심장을 뒤집어 놓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노 대통령 스스로 고백했듯이, 말의 품격에 관한 한 준비돼 있지 않은 대통령이었다. 새 대통령은 민생경제 회복 못지않게 품격있는 언행으로 국민의 상처 난 마음을 다독거려 줄 필요가 있다. 새 대통령이 또 해야 할 일은 참여정부에서 손상될 대로 손상된 정부-언론관계를 복원하는 일이다. 노 대통령은 언론을 대화의 파트너가 아니라 공격해 굴복시켜야 할 개혁의 대상으로 보았다. 취임 초부터 정부-언론관계를 긴장과 견제의 관계로 설정하고 주요 신문에 대해 적대적 태도를 보였다. 참여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기존의 취재관행을 변경하는 안들을 내놓더니 정부 광고를 배정하면서 마음에 안드는 언론사를 차별하고 공무원들로 하여금 특정 신문과는 인터뷰와 기고조차 못하게 하는 비민주적인 졸렬한 조치를 취했다. 마침내 임기 말에 와서 일선 기자들의 완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인 이른바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은 정부-언론관계를 최악의 상태로 몰아넣고 말았다. 참여정부는 기자실에만 대못질을 한 것이 아니라 정부-언론관계에도 불신이라는 대못을 박은 셈이다. 이명박 당선인은 취임하면 기자실을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자실의 대못만 다시 뽑는다고 손상될 대로 손상된 언론-정부관계가 원위치로 돌아갈 지 의문이다. 이미 많은 공직자가 기자들을 기피하고 정부정책을 숨기려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이래 가지고는 건강한 정부를 만들 수 없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은 정부를 감시하고 비판할 의무가 있다. 자유로운 언론의 비판이 없다면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다. 이명박 정부도 출범하면 숱한 비판과 공격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그럴 때 참여정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참여정부의 실패는 여론정책의 실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 대통령은 언론의 비판을 입에 쓴 약 정도로 받아들이는 아량을 보여야 한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청와대부터 모범을 보여야 한다.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코드가 다르다고 언론을 차별해선 안된다. 언론은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 줄 의무가 있다. 기자는 부패 비리를 감시하고 권력을 비판하는 직업이다. 언론은 자유의 적이 아니라 자유의 보류다. 우리 언론인들은 사랑받지는 못하지만 사회에서 꼭 필요한 존재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