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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法대로 난 멋대로

2008-07-09     김 명 준 논설위원
법정에서 증인이 증언에 앞서 법관에게 선서하는 내용은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대로 말하고 만일 거짓말이 있으면 위증(僞證)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 이다. 그러나 우리의 법정은 거짓말 경연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위증이 횡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보다 인구가 3배쯤 많은 일본에서 1년간 위증괴로 재판을 받은 인원이 지난 10년간 매년 5명 미만인데 비해 우리는 매년 1000명이 넘고 있다. 무고(誣告) 또한 일본은 매년 3명 미만이 기소되는데 우리는 2000명이 넘고 있다. 21세기는 우리 나라가 법치국가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현대 국가의 법은 국민간의 약속이며, 법치주의는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인권 존중에서 시작한다. 위정자와 국민 스스로가 법을 준수하지 않으면 법치국가는 존립할 수 없음이 너무도 자명하다. 또 남의 인권도 존중해야만 나의 인권과 자유도 보장된다는 국민의 지각이 밑바닥에 깔려 있어야 한다. 이는 공익을 존중하는 수준이 어는 정도이냐 하는 점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다른 말로 공중의 질서를 어느 정도 잘 지키느냐는 것이다. 사실 선진 경제대국은 우리보다 살인, 강도 등 흉악 범죄가 훨씬 많다. 그러나 공익을 우선하고 공중도덕을 잘 지키는 국민의식 때문에 선진국인 것이다. 소득만 높다고 될일이 아니다. 우리의 수준은 어떠한가? 자기에겐 관대하고 남에게는 엄격하기를 바라는 의식 수준, 타국인을 예사로 멸시 하면서 우리에 대한 차별에는 발끈하는 이중적 가치 기준, 정치를 탓하면서 후보자에게 금품을 요구하는 유권자, 외국의 유스호스텔에서 질서를 지키지 않았다고 쫓겨나는 우리의 청소년들, 공공장소와 관광버스 안에서의 소란... 이 모두가 자기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 때문이며, 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졸부라는 말만 듣다가 선진국으로의 길은 점점 멀어지는 것이 아닐까. 자기와 가족만을 생각하며 언제까지 벌벌 떨 것인가? 증인 선서문 내용을 양심이라는 말 대신 나의 자식 3대까지 벌을 받을 것을 감수하면서 진실을 말하겠다는 것으로 바꾼다면 그래도 감히 위증을 할까? 아마 위증과 위증으로 인한 피해자도 대폭 감소할 것이다. 자기만을 생각하고 법을 지키지 않는 우리의 의식이 이처럼 부끄러운 수준이고, 양심도 이기심 앞에서는 이처럼 초라한 것이다. 온 국민들이 정치를 탓하고 검찰의 수사를 탓했다. 그러나 그 나라의 정치수준은 국민의 수준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남을 탓하기 전에 먼저 우리 국민이 법 앞에 평등을 누릴 준비가 되어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악법도 법」이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은 법의 평등한 적용을 전제로한 것이므로 위정자에게 이를 요구하는 한편, 국민 각자도 이를 실천해야 하는 것이다. 국민 각자가 정직과 성실한 마음으로 이기심을 자제하고 스스로 법을 준수하며, 법이 제대로 집행되는지를 감시 한다면 우리는 법치국가(法治國家)의 국민이 될 자격이 있는 것이다. 즉 국민 스스로 법치주의(法治主義)의 원칙에 따라 충실해야만 우리는 사람 답게 사람이 아닌 법의 지배를 받게 될 것이다. 다른 왕도(枉道)는 없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