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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암칼럼] 자폐증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2024-04-02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외관상 멀쩡한데 선천적으로 뇌 발달에 장애가 생겼거나 후천적으로 생긴다면 당사자의 어려움은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근본적으로 자폐는 신경계통의 질환으로 출생 이후 3세 이전에 증상을 보이며 사회적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다.

자기 표현의 지연, 언어의 이해 부족은 물론 독특한 말투와 특정한 행동과 집착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다. 다른 질병처럼 MRI, CT, X-ray등으로 짚어 낼 수 있는 질병이 아니다 보니 정확한 검사방법이 없고 가족이나 전문의들의 신중한 파악과 관찰이 치료 방법의 진단이 될 수 있다.

완치는 어렵고 적절한 치료 방법을 통해 증상을 완화하거나 사회적 기능을 향상 할 수 있다는 게 전부다. 문제는 자폐증 환자를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견해다. 일단 환자 개인의 잘못이 아님에도 편견의 대상이 될 수도 있기에 이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

아직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자폐증은 유전학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으로 나뉠 수 있다. 임신 중에 외부의 영향이 복잡하게 상호 작용을 하면서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굳이 질환으로 단정 짓기 전에 일부 자폐증 증상을 가진 경우 특정 영역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이며 천재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당사자와 가족, 그리고 전문의사의 도움으로 상당 부분 완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자폐증 환자가 배우자를 만날 확률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적 장애인이 78%, 정신장애 55%, 뇌전증 장애가 48%의 미혼율을 보인 반면 자폐성 장애는 100%의 미혼율로 집계됐다.

참고로 한국의 자폐증 환자 인구는 이웃나라 일본보다 더 많은 전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농사를 짓는 농지 면적 당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양도 일본의 2위를 제치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집계는 화학농약을 많이 사용해 임산부의 식사에 영향을 주고 자폐증 환자의 출생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되지만 이 또한 명확한 근거는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여성보다 남성이 4배나 더 많은 편이며 관련 대안이 전무한 편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2005년 개봉된 영화 ‘말아톤’의 주인공을 소개하자면 5살 지능의 20살 역을 맡은 조승우와 어머니 역을 맡은 김미숙 배우의 열연에서 자폐증의 심각성은 물론 주변인들의 이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볼 수 있다.

2022년에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갖고 있었지만 천재적인 두뇌로 많은 시청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현실보다 더 적나라한 발달 장애의 현주소를 보여준 드라마였다.

물론 과거에도 자폐증 환자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문명이 발달하고 먹거리에 대한 인공적 첨가물이 증가하면서 환자도 유사한 비중으로 늘어났다는 점이다. 하지만 선진국의 경우 건강 식단과 적절한 운동, 임산부에 대한 특별한 관리와 주의 등으로 자폐증 신생아 출생이 인구 대비 훨씬 적은 편이다.

자폐증 환자는 약 1,000명 중 1명의 비율로 발생하며, 국내에는 2021년 등록된 18세 미만 장애아동은 전체 아동의 약 1.04%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 중에 68%가 발달장애에 포함된다. 천분의 일이 남의 일이었으면 하지만 누구든지 이 통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물론 비중은 작지만 해당한다면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능이 높은 자폐인들이 스스로 자폐임을 모르고 살기 때문에 진단되지 않아 공식적인 자폐증 환자의 IQ가 하향 평준화되어 추정된다는 반론이 존재한다.

실제로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IT 계열 천재들의 자녀들 중에 자폐증이나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속하는 이들이 많다. 여기서 유사한 것 같지만 다른 점을 찾아보면 지능이 떨어진다는 점 때문에 지적장애와 동일시되기도 하지만 자폐 아동의 원인은 다양하고 아동의 40%가 지능지수가 50 이하이고, 약 30%는 지능지수가 70 혹은 그 이상인 현상으로 볼 때, 지적장애를 동반할 수도 있고 아닐 수 있기에 자폐가 지적장애라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자폐증 하면 무조건 한 가지 분야에 매우 강하게 몰두하는 천재부터 떠올린다든지 일반적인 자폐증을 자폐증에 지적장애를 동반한 특이한 사례라고 생각한다든지, 자폐증이라는 게 원래 일상생활이 가능한 지능 수준에서 사회성만 결핍인 줄 안다든지 아스퍼거 증후군 하면 무조건 천재부터 떠올리는 것도 주의해야 할 대목이다.

자폐증 환자는 감각이 극도로 예민해 신체적 자극에 극심한 고통과 공포를 느껴 숨소리가 거칠어지고 괴성을 지르며 돌발 행동을 하기도 한다. 사물의 움직임과 반짝이고 화려한 것에 지나치게 시선을 뺏기고 집착하고 반대로 불편함을 느끼고 무서워하기도 한다.

큰 소리를 들으면 매우 놀라고 고통스러워하며 괴성을 지르기도 하고 소리에 대한 공포가 매우 심해 야외나 공공장소에서는 거의 항상 불안을 느낀다. 음의 높낮이 변화에 민감해 노래를 무서워하는 경우도 있다.

이 밖에 좋아하는 음식은 과도하게 좋아하며 싫어하는 음식은 극도로 싫어한다. 싫어하는 음식이 많으며 음식의 온도와 질감에 민감하고, 약의 쓴맛 때문에 약 먹기를 거부한다. 이처럼 자폐증이란 일반인들이 감히 접근하지 않고 무관심하며 거리를 두는 질환이지만 공익광고나 많은 봉사단체를 보면 함께 사는 사회라고 외친다.

함께 사는 사회는 눈에 보이는 장애로 장애인 엘리베이터나 각종 교통약자 시설물과 기타 점자 안내표시판, 수화, 전동휠체어 등 많은 예산이 편성되어 있다. 하지만 자폐장애인을 위한 배려는 보기 힘들다.

아니 전무하다. 요즘처럼 총선을 앞두고 온갖 공약을 다 하면서도 정작 자폐장애인의 어려움을 이해하거나 함께 배려하자고 외치는 후보는 본 적이 없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모든 사람이 평등해야 하고 진정한 선진국은 복지에 대해 편견과 불공평이 없어야 한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사회적 관심과 투자도 받지 못하는 동안 당사자나 가족, 지인들의 아픔은 실로 큰 편이다. 함께 사는 사회라면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완화되어야 하며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