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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암칼럼] 돈으로 될 일인가

2024-05-14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천 받고 이천, 이천 받고 사천이란 도박꾼들의 투전판 용어가 있다. 최근 정부가 어설프게 아이 낳으면 1억 지원, 어떠냐는 질문을 던졌다.

질문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 수 없으나 찬성률이 높으면 실행하겠다는 뜻도 내포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니라면 안 해도 될 질문으로 저출산을 돈으로 해결해보겠다는 의도가 아니고서야 할 수 없는 질문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17~26일까지 온라인 국민소통창구인 국민 생각함 홈페이지를 통해 저출산 위기 극복을 위한 대국민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총 1만3,640명이 참여했으며 관련 댓글도 1,761개나 달리면서 화제가 됐다. 찬성 의견으로는 직접 피부에 와 닿고 도움이 될 만한 정책이라는 의견과 자녀 1인당 1억 원을 지급하면 육아휴직 시 부담이 됐던 돈에 대한 압박이 줄어들어 맞벌이가정에서 미뤘던 출산을 적극적으로 할 것 같다는 의견이다.

반대측에서는 아이를 키우기 위해 출산하는 것이 아닌 출산지원금을 받기 위해 출산하는 사례가 생길 것이라며 아동학대와 방임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사회적 문제로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1억을 준다고 부모들이 1년 동안 일을 관두고 애를 보진 않는다는 의견과 돈 쓰는 게 당장 쉬워 보이지만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보장하는 게 우선이라는 의견이 상반됐다. 그 결과, 국민 10명 중 6명은 정부가 자녀 1인당 출산·양육비 1억 원을 지급할 경우 출산에 동기부여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그동안은 출산장려금을 주지 않아 안 낳았다는 것인가. 국민권익위원회는 그간 정부의 저출산 대책이 유사사업 중첩·중복 또는 시설 건립·관리비 등 간접 지원에 치중돼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행정의 실책으로 들었다.

겉도는 행정 실책에 대한 책임자는 없다. 소중한 혈세를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쓰고서도 누구 하나 실책을 인정하지 않았다. 민간 기업 같았으면 이미 해고나 사직서를 받았을 일이다. 이쯤 되면 출산 지원금 1억 원의 뒤안길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출산지원금이 상향된다면 지금은 1억이지만 몇 년 뒤에는 몇 억이 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1억이 안 되면 2억, 4억, 10억까지 아이 값이 뛰지 말란 보장이 어디 있을까. 이쯤 되면 1억 받고 2억을 외치는 도박판의 투전꾼 심리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미 출산을 한 산모는 혜택에서 제외되는 만큼 아이를 낳은 산모만 수혜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설령 기존 산모도 포함한다면 신생아의 나이에 몇 살까지 범위 안에 두느냐에 따라 논란의 여지도 발생한다.

가만 두면 낳을 사람은 낳고 출산을 포기하는 사람은 그만한 이유가 있는 만큼 국가가 이를 돈으로 좌지우지 할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또한 정부가 어떤 방법으로 어떤 시기에 맞춰 지급 하는가도 문제다.

괜히 가만있는 출산시장에 돈 냄새를 풍기며 조금 더 기다려 돈도 받고 아이도 낳으려는 분위기만 조성한다. 책상머리에 앉아 연구한다는 것이 겨우 이런 돈잔치인가. 설령 돈을 주면 이제 갓 태어난 아이가 그 돈을 쓰는 것도 아니고 부모에게 전달 되는데 만약 그 부모가 자영업에 실패해서 대출금 1억이 남았다면 그 돈이 어디에 쓰일까.

그리고 자산이 100억 원도 넘는 부유층에서 돈 1억 준다고 안 낳던 아이를 가질까. 어떤 방식으로 돈을 주든 사용처까지 영수증을 제출하거나 보육, 교육에 쓰였다는 증거를 제출하라면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창이 있으면 방패가 있기 마련이다. 실업급여, 정부지원금, 온갖 수당으로 수령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불법과 편법이 난무했던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눈먼 돈은 먼저 가져가는 사람이 임자라 할 만큼 세금으로 정책 실패를 되풀이 했던 날들이 태산 같은데 이번에는 아이까지 돈으로 해결하려는 발상은 어떤 부서에서 누가 고안해낸 것일까.

필자는 이번 국민권익위원회가 추진한 설문조사가 저출산을 부추기는 역발상이라는 점에 손을 들어준다. 아이를 낳고 잘 키워서 행복한 가정을 보여주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홍보하지는 못할망정 사람이 사랑으로 맺은 결실이 아이라는 점을 강조하지는 못할망정 이 무슨 해괴망측한 발상일까.

사람은 근본적으로 군중심리 라는 게 있다. 자꾸 저출산이 어쩌고 인구소멸이 어쩌고 하며 출산하는 사람만 바보 되는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누가 선뜻 결혼을 할 것이며 아이를 낳을 것인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무엇이 문제이며 현실적인 대안은 없는 것일까. 저출산은 결혼을 하지 않는데서부터 비롯되며 결혼을 기피하는 이유 중 과도한 여권신장과 여성단체들의 무출산 운동이 한몫 하지 않았는지도 돌아볼 일이다.

결혼은 중매든 연애든 동기가 부여되어야 하는데 손만 잡아도 성추행, 과도한 노출을 쳐다봤다가 여성이 수치심을 느끼면 성폭력 특별법 적용, 여성이 몇 명의 남성을 만나서 복잡한 사생활이 있든 간섭하면 데이트 폭력, 관계 도중에도 여성이 스톱하고 중지시켰는데 진행하면 비동의 관계에 의해 성폭력 특별법 위반.

살다가도 밤낮없이 여과도 없고 검증도 없이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불평·불만을 조성해 이혼을 부추기는 반윤리적 방송프로그램의 편성.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남성들의 결혼가능성은 나날이 추락하고 있다.

이런 동기나 이유를 외면하고 무슨 저출산을 돈으로 해결하려 들까. 어째 하는 일이 이렇듯 근시안적 발상에 그치는 것일까. 아이 안 낳겠다는 여성을 돈으로 설득해서 낳은 아이가 과연 행복할까.

차라리 아이 낳겠다는 여성을 중매해 차세대를 이어가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눈을 조금만 더 크게 뜨면 국내결혼보다 국제결혼도 이제는 대안 중 하나다. 그돈으로 국제 결혼의 지원금이라도 책정하면 국내 남성의 수요 대비 공급이 넘쳐나 현실적인 대안이 되고도 남음이 있다.

문제는 이런 대안도 공급이 바닥날 미래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1970년 춥고 배고픈 나라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지구 반대편 독일까지 광부와 간호사로 갈수 밖에 없었던 과거를 지금 잠시 타국 여성들이 올 수 있는 경우와 비교해 볼때 마지막 남은 대안일 수도 있다.

외교문제로 국가가 나서지 못하면 민간업체 지원이라도 고려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