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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암칼럼] 상어와 함께 운반한 활어

2024-05-20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강원도 어느 항구. 새벽의 여명이 밝아오는 시간에 생선 경매가 한창이다. 일반인들은 알아듣지도 못할 중개인들의 주문이 요란하고 늘어선 구매자들의 손가락과 손바닥 신호는 연신 모양을 바꾸며 가격을 책정한다.

그렇게 낙찰받은 생선은 활어차에 실어 서울 시내 화려한 횟집으로 운반하는데 운반차에는 산소통과 함께 실린 어종의 천적을 몇 마리 함께 담는다. 서울까지 4시간 동안 천적이 먹어 치울 생선은 몇 마리 안 되지만 살아남으려고 이리저리 활개 치며 쫓겨 다니던 생선들은 생존율이 매우 높다.

만약 이런 원리를 적용하지 않았다면 수십 마리가 폐사되어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게 운반책의 전언이다. 사실은 모르지만 듣고 보면 충분히 일리 있는 말이다. 비유하자면 대한민국의 인구감소도 그러하다.

전쟁과 자연재해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든 감당 못할 전염병이 돌아 수 백 만 명이 사망하든 어떤 계기가 없으면 이대로 가다간 천적 없는 활어 차량의 생선처럼 서서히 사라질 운명이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필자가 최근 베트남 국제결혼 시장을 취재하는 이유도 이와 같다. 이제 10년도 안 돼서 베트남 여성들이 한국을 꿈꾸는 일은 없어질 것이다. 유일한 대안이었는데 모든 면에서 동질감이 높은 나라가 경제까지 월등히 나아진다면 한국까지 올 일은 없다는 것이다.

물론 돈 때문에 오는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한국 남성들의 친절하고 자상한 배려는 널리 알려진 바 있다. 정부가 수 백조를 퍼붓고도 실패한 정책. 일부 여성단체에 국한 되겠지만 선거에서 야당을 찍지 않으면 무출산 운동으로 대를 끊어놓겠다며 협박을 일삼은 현실을 고려한다면 이대로 대한민국의 멸망을 막을 길은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한국 남성들의 결혼 문턱이 갈수록 높아져 아예 포기하는 비율이 증가하는데도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기후 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탄소 줄이기가 급하지만 이보다 더 급한 문제는 현실적으로 닥친 인구감소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은 지난 6일 2024년 인구보고서에서 20년 뒤인 2044년엔 한국의 경제성장 핵심 기반인 생산 가능 사람이 1,000만 명 실종된다는 것이며 2060년에는 사망자 수가 출생아보다 5배 가량 많아질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생산 가능 인구 감소는 내수시장 붕괴를 불러오고 장기 저성장이 굳어질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국내 인구의 절반이 50세 이상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7세 아동은 2023년 43만 명에서 2033년 22만 명으로 줄고 신규 현역 입영 대상자인 20세 남성도 2023년 26만 명에서 2048년 19만 명으로 7만 명이나 줄어든다.

반면 65세 이상 고령자는 2050년 1,891만 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하며 전체 인구의 40%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65세 이상 1인 독거노인 비율은 2023년 199만 가구에서 2049년 465만 가구로 늘어나고 사망자는 2060년 74만 6,000명으로 출생아보다 4.8배나 늘어난다.

안 낳고 죽기만 한다면 자연히 인구가 감소할 것이고 특히 노인만 남고 젊은이가 줄어드는 사회는 이미 늙어가는 국가가 되는 것이다. 그때는 어쩔 것인가. 이런 현상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불과 30년 전이다.

당시만 해도 둘 셋은 기본으로 낳았었다. 이제 0.72명으로 반토막 났음에도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표를 의식한 여성 우대 정책만 내세웠지 합당한 보안책은 마련하지 않았다. 그 대가를 치를 날이 머지않았다.

이제부터는 예고된 재앙이고 모든 사회 구성의 중심인 사람이 줄어드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경험하게 될 것이다. 노동인구 감소를 만회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 중 하나로 이민정책도 나왔다.

계절 근로자로 때울 일이 아니라 한국에 정식으로 등록 절차를 밟고 한국인이 되는 것인데 어렵게 살던 나라에서 언제까지 온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또 하나는 아이를 낳는 것인데 정부가 출산율 제고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는 없다.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서도 10년 연속 가장 낮은 순위에 머무르고 매년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장은 인구감소로 인한 재앙은 대한민국의 존립이 달린 사안이라며 인구 회복의 골든타임이 지나가면 우리 사회가 다시 안정적인 상태로 돌아가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아이 안 낳겠다는 여성에게 낳을 때마다 1억 원을 준다거나 신신당부한다고 아이를 낳을까. 인구 회복을 돈으로 해결하려는 발상 자체가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미봉책이다. 인구 회복, 일단 남성들에게 결혼할 수 있는 환경과 가족부양에 실질적인 책임을 다할 수 있는 경제적인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

결혼한 가장이 취업할 경우 기본 월급에 정부지원금을 더 주든가, 아니면 아이 낳을 때 매년 1,000만원씩 성년이 될 때까지 지원해 주든가, 무슨 현실적인 대책을 세워야지 무너지는 걸 뻔히 알면서도 실효성 없는 정책을 10년 넘게 반복하고 있는 것은 대체 무슨 배짱이며 무뇌충에 가까운 짓일까.

이건 아니다. 잘산다는 것은 정상적인 가정생활에 남녀 각자가 가진 고유의 기본을 충실히 이행하고 서로 돕는 사회라야 맞는 것이지 모두 문만 닫으면 옆집에 누가 죽어도 모를 구조. 남녀가 평등이라는 이유로 경계의 대상으로 변질되고 출산은 당사자만 바보 된다는 사고방식이 만연한 사회가 정상적인 나라라 할 수 있을까.

전쟁, 자연재해, 질병이 아니더라도 인구소멸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법안 마련과 이를 토대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행정부와 명쾌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강력한 지도자가 나서야 가능한 일이다.

활어가 싱싱하게 현지에 도착할 수 있도록 운반 환경을 제시할 수 있는 천적이 나와야 한다. 주눅든 씨가 씨노릇을 못 하고 밭이 황폐한데 무슨 풍년을 바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