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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암칼럼] 일 커지면 누가 책임질까

2024-06-04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최근 북한이 오물 풍선을 남한 상공에 연이어 날리고 있다. 풍선 안에 무엇이 들었든 그게 문제가 아니라 고의로 목적지를 정해 날렸다는 사실이며 우리 대한민국 영공을 침범했다는 점인데 대한민국 공군은 그것 하나 날릴 줄 몰라서 가만있는 건 아닐 것이다.

필자를 포함한 많은 국민들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며 만약 못 막아서 영공이 뚫린 것이라면 더더욱 말도 안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일이 왜 생기는 것일까. 어떤 일이든 원인 없는 과정이나 결과는 없듯이 당초 탈북단체들이 북한으로 먼저 풍선을 띄웠다는 점인데 이 시점에 정부가 알고도 방치했을까.

아니면 몰랐을까. 어느 쪽이라 해도 남한에서 보내졌다는 점은 피할 수 없다. 아이들이 싸워도 누가 먼저 때렸느냐에 따라 잘잘못을 묻는다. 북한 편을 들거나 찬양하자는 것이 아니라 남한에서 먼저 보낸 건 사실이고 남한 당국이 묵인했거나 안일하게 대처해 북으로 날아간 건 사실이다.

이쯤 되면 북한에서 남한의 영공을 침범한 사실에 대해 원인 제공자라는 이유로 가만있어야 할까. 지금 남·북한은 아직도 전쟁을 잠시 쉬는 휴전 중이고 주한 미군은 전시작전권을 쥐고 있으며 혹여라도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면 화가 화를 부르는 현대판 화약고나 다름없다.

빌미가 될 만한 소재를 애초에 근절해야 하며 가급적 평화 무드로 만들어도 시원찮은 판국이다. 남한에서 북한으로 풍선을 날린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렇다고 북한이 같은 행동을 하는데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국제사회가 보고 있지 않은가.

북한 입장에서는 트집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전쟁이란 선전포고를 하고 전면전을 벌이기도 하지만 연합군이 형성되기 전 발생하는 내전, 국지전 등 소규모 전쟁은 발생 당시 현장의 군인들만 희생당한다.

대 놓고 작전을 짜서 누가 죽나 해보는 것은 차라리 단기전으로 끝난다. 물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처럼 한 달 정도 가리라 예상했던 전선이 1년이 넘도록 양측 피해만 증폭시키는 경우도 있지만 그동안 전쟁의 역사를 보면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이 사소한 일이 커져서 벌어진 인류 최악의 비극이었다.

수천만 명의 젊은이들이 무슨 죄가 있어 전쟁터에 끌려 나가 처참한 죽음을 맞이해야 했으며 대한민국도 절대로 전쟁이 안 난다는 보장이 어디 있단 말인가. 역사적 흐름을 볼 때 지금은 평화가 너무 오래 지속됐다.

물론 수백 년 태평성대를 누리면 좋겠지만 시대적 상황과 대치 국면을 감안할 때 그렇다는 것이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북한에서 보낸 풍선으로 사소한 사고라도 난다면 그래서 누군가 있지도 않은 화학물질에 오염되어 국과수가 분석하고 또 반공 공작, 북풍이라도 불면 북한에서는 가만있을까.

남과 북은 이미 여러 차례 오해의 소지를 남긴 사건들이 있었다. 각종 대형사고 때마다 우리는 북한 소행이라 했고 북한이 그랬든 안 그랬든 과거에는 궐기대회도 했고 현재는 정당들이 국물이 멀겋도록 우려먹었다.

양측의 소통이 막힌 상태에서 정부가 북한 짓이라 하면 그런 줄 알았지 그게 맞고 안 맞고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연평도 사건만 해도 그렇다. 민간인들 피해가 속출했지만 우리가 대응한 게 무엇이던가.

일이 커지면 안 된다는 미국의 판단이 중요한 것이지 누가 어떤 형태로 당하든 말든 국민들이 위험한 건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북한이 미친 척할 빌미를 주는 게 맞는 것일까. 아니면 정부가 탈북민들의 대북 전단 풍선 날리기를 막아야 맞는 것일까.

이러다 일이 커지면 그런 단체가 대한민국의 불행을 대신 막아줄 수 있을까. 북한에서 탈출해 중국과 제3국을 경유, 어렵게 한국 땅에 정착했다면 인권 운운하며 북한을 자극할 게 아니라 신경전을 벌이며 대치 중인 남북한이 70년 휴전상태가 종전으로 바뀔 수 있도록 함께 지켜보는 것도 방법이다.

설령 특정 단체가 북한으로 보낸 대북 전단으로 인해 북한의 인권체제가 바뀌거나 자유가 보장된다면 어떤 식이든 시도해 보겠지만 해당 단체들이 더 잘 알고 있다. 오히려 자극만 할 뿐 어떤 성과도 없는 무모한 짓이란 것을.

그리고 그러한 행동이 그나마 살려고 남한을 목표로 생사의 길을 시도하는 탈북민 들에게 험악한 분위기만 고조되고 이미 탈북한 사람들의 입장만 더욱 난처해진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 역시 매우 중요하다.

자유도 중요하고 독재도 중단되어야 하지만 현실을 직시하고 인정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자신의 주장만 옳고 그 주장으로 인해 누군가 피해를 보거나 힘들어한다면 그 주장, 설득력은 있으나 현실성이 떨어진다.

북한의 독재는 지구상 유일한 지배시스템이다. 하지만 이 또한 그들만의 국정 방향이며 와해나 분열이 일어나는 것 또한 그들의 문제이지 제3국이 감 놔라 배 놔라 할 일이 아니다. 다만 불행한 건 그 나라에서 태어난 죄 밖에 없는 국민들인데 북한 주민들이라고 다 불행하고 남한과 미국 국민이라고 다 행복할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북한도 그들 나름대로 행복의 기준이 있는 것이고 아무리 풍족한 경제 환경 속에서도 남한은 자살률 세계 1위가 아니던가. 기독교에서 하나님을 숭배하고 불교에서 부처님을 숭배하는 차이점을 보면 서로 다른 종교의 벽을 넘지 못하는 과정에 소통도 이해도 하려 들지 않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신과 비교하자는 게 아니라, 그들은 독재자를 우상 숭배하듯 하고 그 룰은 깨지지 않고 있다. 신앙인이 신을 숭배 하는게 당연하듯 그들은 그들의 지도자를 숭배하고 있다. 그 룰이 깨지고 말고는 그들의 문제이지 독재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인권유린을 하든 냉정하게 보면 남의 일이다.

해서 될 일이 있고 해서는 안 될 일이 있다. 수 백 번의 대북 풍선을 날려서라도 개선될 일이 아니다. 대북전단 말고도 스포츠, 문화예술, 문학 등 다양한 소재로 북한의 장점을 알리고 있는 탈북민들 입장에서는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들에게 끼칠 영향과 향후 탈북을 꿈꾸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한 가지도 좋을 일이 아니다. 다만 잘살고 있는 현재의 대한민국에 전쟁의 빌미를 만들지 말고 다시 올라가라.

정부는 주민등록증을 다시 회수하고 원하는 제3국으로 보내는 방침도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