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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암칼럼] 22대 국회는 다를까

2024-06-10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2024년 6월 1일부터 제22대 국회 임기가 시작됐다. 여소야대의 정국은 4년이라는 항해에 앞서 탄핵에 초점을 맞춘 첫 돛을 올렸다. 해병대 고 채상병의 죽음을 두고 한 걸음씩 정조준 해가는 최종 타깃은 윤석열 대통령이다.

누구의 지시인가에 따라 국군 통수권자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고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책임소재 끝에는 은폐하려 했다는 오명까지 보너스로 덧붙이게 됐다. 게다가 김건희 여사의 명품 백 사건을 두고 야당의 추상같은 질타가 예상된다.

22대 국회에서 1호 법안으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아예 채상병 특검법과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했다. 여당도 질세라 과거 문재인 대통령 재임 시절 인도로 단독 출장을 떠났던 김정숙 여사의 일정 및 경비에 대해 파헤치기 시작했다.

박준태 원내 대변인은 김정숙 여사가 인도 방문당시 기내식 식비로만 4인 가족의 5년 치 식비인 6,292만 원을 탕진했다며 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호준석 대변인도 영부인 단독 외교라는 주장에 대해 대통령 전용기로 3박4일 인도를 방문한 것이 셀프 초청이라며 혈세 낭비라고 지적했다.

시작부터 민생은 물 건너간 풍경이다. 싸움이란 이렇듯 기선잡기로 누구의 잘못을 파헤치는 게 과연 승리하는 전략일까. 그래서 상대방이 죽을죄를 지었다고 여론을 얻어내면 이기는 것이고 국민의 민심을 얻는 방법일까.

무식하다. 시작부터 졸렬하고 한심하고 참으로 딱하다. 대체 국민들 수준을 뭘로 보고 이런 공격형 자세로 시작할까. 지난 21대 국회에서 입법 활동을 보면 20대 국회보다 건수는 많지만 가결률은 턱 없이 낮다.

다시 말해 말만 많았지 싸우느라 합의안을 돌출해 내지 못하고 임기를 마쳤다는 결과다. 21대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폐기된 법안만 16,300건이다. 무조건 법안을 올리는 것도 문제지만 난무하는 법안 등장에 정작 필요한 사안들이 밀리지는 않았을까.

유통산업발전법 같은 민생법안이나 양곡관리법은 지난 21대에서 꼭 처리되었어야 할 법안이었다. 특히 사립대학 구조개선 지원 관련 법률안은 교육위 소속 의원 16명 중 11명이 낙선하면서 자동 폐기될 위기를 맞이했다.

재정난을 맞은 사립대가 갑작스러운 도산을 하지 않도록 규제를 풀어 주고 청산을 유도해 재학생과 교직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마련한 법안이었다. 이미 18대 국회에서부터 21대 국회에서도 꾸준히 발의된 법안이었다.

이 밖에 셀 수 없이 많은 민생 법안들이 의원들의 무책임하고 방만한 활동으로 폐기됐다. 그래도 누구 하나 이를 나무라거나 탓할만한 인물이 없다. 언론에서 아무리 지적해 봐야 마이동풍이요, 우이독경이다.

이제 21대 국회의원 297명 중 149명이 살아남아 22대를 이어가게 된다. 초선의원들과 어떤 식의 내림이 있을지 알 수 없으나 소위 자당의 신고식도 치르지 못하고 시작부터 정쟁의 앞잡이가 되어 기존 선배들의 눈치부터 봐야 할 판이다.

언제부터 이랬을까. 4년씩 21대면 임시정부 설립 이후 84년이고 바뀔 때마다 공통점은 앵무새처럼 반복됐다. 못 살겠다 갈아보자. 국민이 먼저다. 현수막 동원에 침을 튀기며 자신만이 대안이라고 외친지도 너무 오래됐다.

대안을 제시한다. 정치가 국민을 우습게 아는 것은 공천만 받으면 당선은 따 놓은 당상이라는 유권자에 대한 무시에서 비롯된다. 공천 받아도 별 소용없다는 것을 알려주면 정치인들의 공천 횡포가 줄어들 것이고 당만 잘 선택하면 바람에 밀려서라도 당선된다는 안일한 사고방식이다.

지난번 지방선거도 그랬고 이번 총선도 그랬다. 낙하산이면 듣도 보도 못한 인물이 버젓이 당선되고도 남음이 있고 제아무리 지역 발전을 위해 힘써도 공천 못 받으면 헛일이다. 지역감정도 한몫했다.

영남지역은 국민의힘 공천만 받으면 부동자세다. 괜히 인터뷰니 뭐니 움직였다가 상대 후보에게 트집잡히면 오히려 적자다. 영남·호남으로 명백히 갈라진 지역감정은 “우리가 남이가”라는 단어 앞에 그 어떤 정치적 소신이나 철학도 소용없는 일이 된다.

이미 당선은 확정된 것이고 22대 총선에서 이들의 활동을 지켜볼 이유가 있다. 국민이라면 누구나 검색할 수 있는 국회 홈페이지부터 찾아보는 수고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입법 활동은 물론 출석률, 발의 안건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과 언제 누가 어떤 목적으로 해외로 나갔는지, 경비는 얼마나 쓰고 지역구 관리에는 코빼기도 안 보였는지에 대해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알 수 있다.

장담컨대 이대로라면 앞으로 총선, 지방선거 열 번을 치러도 대한민국 정치 분야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해결책은 국민들의 참여 정신과 관심이 관건이다. 이 두 가지가 빠진 상태에서는 정치권의 방자한 정치 놀이를 중단시킬 수 없다.

지난 대선을 돌이켜보자. 이재명과 윤석열 두 후보가 서로에게 뱉은 침을 분석해 보면 세상에 이런 나쁜 인간들이 없었다. 선거 날짜가 되어 한 사람이 당선되었으나 국민의 절반도 아닌 유권자의 절반 가까이가 등을 돌린 민심을 기반으로 대통령을 하고 있고 또 한 사람은 총선에서 당선되어 야당의 총수로 사당화라는 비아냥까지 듣고 있으나 이 또한 득표율에서 절반 가까운 민심의 이반을 기반으로 얻은 승리였다.

필자가 하는 소리가 아니라 이미 두 사람이 후보시절 뱉은 말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나쁜 사람 2명이 한 사람은 대통령하고 또 한 사람은 야당총수가 되어 나라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군대 한 번 안 가 본 두 사람이 걸핏하면 전면전, 선제 공격 운운하고 있고 채상병 특검요구집회에서 해병대 관련자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전의를 돈독히 격려해 주고 있다.

누구 보고 누가 누굴 공격하란 말인가. 머리 숙이는 자나 마치 지원군을 얻은 것처럼 의기양양한 야당의 총수 둘 다 똑같다. 시작부터 집단 패거리 싸움 격의 형상이다. 이제 시작이니 남은 4년을 어찌 견딜까. 이 또한 지나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