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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암칼럼] 휴전과 종전의 차이점

2024-06-26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1950년 6월 25일 일요일 새벽 4시 기습적으로 남침을 강행한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전쟁시나리오는 불과 한 달이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6·25전쟁 또는 한국전쟁이라 불린다. 소련의 지원으로 군사력을 키운 북한이 북위 38도선 전역에서 남침해 3일만에 서울을 점령했고 한 달 만에 낙동강 부근까지 차지했다.

다행히 미국 주도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열려 유엔군이 파병되었고 9월 15일 인천 상륙 작전의 성공으로 서울을 되찾았지만 이후 3년간 이어진 전쟁으로 1953년 7월 27일 휴전 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전투가 계속됐다.

남북한은 휴전 상태로 오늘에 이르고 있는데 휴전 중인 것이지 종전 된 것이 아니다. 휴전 기간이 71년 동안 길어진 것이지 전쟁이 끝난 게 아니란 의미다.

다시 말해 언제든 휴식이 끝나고 업무에 돌입할 수 있다는 뜻과 같은데 아직도 다시 교전할 권리는 여전히 미국이 갖고 있다. 일명 전시 작전권인데 전쟁이 발발했을 때 지휘관이 작전계획과 작전 명령상의 임무를 수행하는 권한을 말한다.

풀어서 말해 한반도 유사시 군의 작전을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미국이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법 74조 1항에 의거, 대한민국 대통령이 군 최고 지휘권자로서 갖는 국군통수권자에 해당한다.

한국군의 작전통제권은 평시와 전시로 나뉘어져 있는데 평시 한국군 작전통제권은 한국 합참의장이, 미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은 주한미군 사령관이 행사한다. 다만 평시에도 작전 수립계획, 연합정보관리, 연합위기관리 등 연합권한위임사항으로 불리는 6대 권한은 연합사령관이 행사한다.

한반도 유사시가 되면 한국군과 미군 증원군의 작전을 통제할 수 있는 전시작전통제권은 한미연합사령관인 주한미군 사령관에게 넘어간다. 우리군의 실질적 권한을 미국이 갖고 있다는 뜻이다.

그 출발을 돌이켜보면 6·25전쟁 초기인 1950년 7월 15일 이승만 대통령은 북한군에 전세가 밀리자 서한을 통해 한국군의 작전 지휘권을 더글러스 맥아더 유엔군 사령관에게 이양했다.

이 대통령은 편지에서 "본인은 현 작전상태가 계속되는 동안 모든 지휘권을 이양하게 된 것을 기쁘게 여기는 바이며 전시작전 지휘권은 귀하 자신 또는 귀하가 한국 내 또한 한국 근해에서 행사하도록 위임한 기타 사령관이 행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때 전달된 전작권이 74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2007년 2월 23일 양국 국방장관 회담에서 2012년 4월 17일부로 한미연합사의 전시작전 통제권을 한국 합참의장이 환수하기로 합의했지만 역사의 나침반은 그리 쉽게 돌아가지 않았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2009년 북한의 핵실험, 2010년 천안함 사건 등이 발생하며 전환 연기 논의가 본격화됐다. 결국 전작권을 두고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0년 6월 26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전작권 전환 시기를 2015년 12월 1일로 3년 7개월 늦추기로 합의했다.

한 나라의 국방 문제가 정치인들의 판단에 따라 시도 때도 없이 뒤집어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후 2014년 4월 청와대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 뒤 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2015년으로 되어있는 전환 시기와 조건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

3대 조건은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 전시작전 통제권 이후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한국군의 필수 대응능력 등을 기준으로 했는데 사실상 무기한 연기로 하나마나였다. 어차피 둘 중 하나다. 우리의 안보 현실을 고려한 적절한 결정일지 아니면 군사주권 포기인지.

미국이 맡았던 국방의 영향력을 한국이 잡게 된다면 일단 비용이 지금보다 훨씬 늘어난다. 그리고 공백이 생기는 만큼 북한에서 볼 때 제2의 남침 기회가 될 수 있다. 1950년 6월 25일 벌어진 전쟁의 원인 중 하나도 미군철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돈이 들더라도 내 나라 국방의 권리는 내 돈 들여 내가 갖는 것이 더 옳다는 의견도 있다.

이제 우리나라는 배고파서 못 사는 게 아니라 배불러서 못 사는 나라가 됐다. 세계 11위의 경제력을 갖춘 나라로 국방비 규모가 북한을 압도하는 자립적 안보태세를 구축할 능력이 있다.

자꾸 겁주면 한판 붙어볼 수도 있는 힘을 갖고 있다. 물론 전쟁을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걸핏하면 서울 불바다 어쩌고 하며 겁주고 평화를 빌미로 뜯어간 돈이 한두 푼인가. 멀리 갈 것도 없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자. 전시와 평시를 불문하고 자국 군대의 작전권은 각 국가가 갖는다.

우리나라가 독일과 일본처럼 전범국가도 아니고 자국 주력부대의 전시 전작권을 상시적으로 유엔군 사령관에게 위임한 사례는 한국뿐이다. 전시에 긴박함으로 넘긴 작전권. 이승만 대통령이 남긴 한 장의 편지가 74년을 이어온 것이다. 이제 남의 힘을 빌리거나 내 나라의 국방을 위해 총 한 발도 허락 없이 쏘지 못하는 자주국방의 현주소를 고쳐야 한다.

이러니 대한민국의 막대한 국방비 지출과 군사무기 기술력이 국제사회에서 공신력을 얻어도 북한에서도 우습게 아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휴전이 아니라 종전으로 문서화시켜야 한다. 서로 헤어진 지 70년이 지난 당시 전쟁터에서 총을 겨누던 선친들은 모두 고인이 됐다.

후손까지 그 짐을 지고 가야 할 이유는 없다. 이념과 체제도 사상도 다른 이민족들이 다시 뭉칠 이유도 없고 통일이라는 민족 대단결은 서독이나 베트남처럼 강제로 진행되지 않는 한 굳이 민족 간 갈등만 초래한다. 어설픈 꿈을 기획하여 소중한 혈세를 낭비하는 연극도 이제는 중단되어야 한다.

통일부도 부처를 줄이고 관련 기관들도 이제는 방향을 달리해야 한다. 얼마 전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고 미국에서는 워싱턴호가 부산에 입항하는 등 강대국들의 등장도 그리 반가운 일이 아니다. 남과 북, 그냥 두면 알아서 잘 살 것이고 종전이라는 형식적인 절차도 이제는 마무리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