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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암칼럼] 2024 파리 올림픽을 마치며

2024-08-13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7월 24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26일부터 8월 11일까지 17일간 펼쳐진 지구촌 인류 최대의 축제 파리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다양한 에피소드를 만들어내며 큰 불상사 없이 무난히 다음을 기약했다. 2028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2032년 호주 브리즈번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총 206개 참가국, 1만여 명이 넘는 선수들과 관계자들에게 더없이 소중한 추억이 되었으며 승자의 기쁨과 패자의 눈물이 어우러졌다. 대한민국은 21개 종목 144명의 선수가 출전했다.

32개 종목 중 여자 핸드볼을 제외한 단체 구기 종목이 참가하지 못하면서 최정예 종목만 출전했다. 처음부터 대한민국의 목표는 금메달 5개에 종합 15위였다. 하지만 태극전사들의 투혼은 예상을 뒤집었다.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를 획득해 종합 순위 8위로 대회를 마쳤다.

프랑스 파리 하늘에 애국가를 울려 퍼지게 했고 태극기를 게양시켰다. 대한민국 문화관광부와 대한체육회가 엎치락뒤치락 예산편성권을 두고 내전을 벌이는 동안 전쟁터에 나간 전사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속속 금메달 승전보를 보냈다. 종합 순위 8위로 치열한 각축전 끝에 대한민국이 206개 국가 중 멋진 성과를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독일과 이탈리아 등 스포츠 강국을 제치고 시상대에 우뚝 선 모습은 우리 한민족의 자부심 그 이상이었다. 모든 선수가 다 같이 최선을 다했지만 그러한 와중에 사격과 양궁에서 보여준 선수들의 활약은 그 어떤 금메달보다 더 화려한 빛을 발휘했다. 태권도 종주국으로서 한국 무술의 진수를 보여준 사연이 그러한 우승을 더 값지게 했다.

이번 파리 올림픽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남자 마라톤 (42,195km) 우승은 에티오피아의 타미랏 톨라가 차지했다. 월계관을 받은 타미랏 톨라 선수의 멋진 모습은 지구상 전 인류에게 힘찬 박수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스포츠의 승리는 국력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바로미터다. 국방과 경제, 기타 모든 분야에서 밀리더라도 올림픽의 승리는 단순한 스포츠 경기의 우승이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보란 듯이 우월감을 가질 수 있는 분야다.

따라서 이번 승리는 기적이라기보다 노력의 결실이었다. 윗선이 아무리 진흙탕 싸움을 하더라도 그것과 무관하게 선수들의 투혼은 우리 한민족의 저력을 보여준 셈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태권도 종주국이면서 태권도 금메달의 성적과 경기규칙의 변동으로 볼만한 종목이 아니라는 부정적인 견해다.

올림픽은 끝난 게 아니라 이제 다시 시작이다. 4년 뒤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향한 피나는 연습과 맹훈련이 시작되는 날이다. 선수들이 귀국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의 힘찬 박수는 승자에게만 전해지는 축하가 아니어야 한다.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더라도 국가를 대표해 출전한 태극전사임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 이들에게도 격려의 박수가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 모든 것을 떠나 이번 파리 올림픽은 대한민국의 기적 같은 승리였다. 자칫 선수들의 금메달이 대한체육회의 공로로 변질되어서는 안 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자축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 양측 모두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기 전에 어떤 문제를 안고 있었는지 안다면 머리 숙이고 조용히 자숙해야 한다.

그리고 다음 올림픽과 다른 대회를 준비하는 각오로 하루빨리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선수들은 훈련에만 열중하면 되는 것이지 다른 정권의 흐름에 신경 써야 할 일이 아니다. 그렇도록 결론을 짓고 미래의 멋진 모습을 기획, 운영해야 한다. 이미 지나간 일은 덮고 다가올 경기들이 먼바다의 파도처럼 겹겹이 다가오고 있다. 올림픽 기간 내내 국민들이 보여준 응원의 열기와 힘찬 박수. 그리고 승자에 대한 환호성은 침체됐던 국민 정서에 새로운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일부 안타까운 점은 신세대로 갈수록 체육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다는 것과 일부 체육단체 관계자들이 파리 현지에서 보여준 추태가 옥에 티로 남았다. 국제적 망신을 산 지방자치단체 체육회 임원들의 양궁경기장에서 보여준 소란은 국가의 격을 추락시킨 데 한몫했다. 국민 세금으로 관광을 한 것인지 응원을 한 것인지 구분조차 하기 어려운 일행들의 추태는 반드시 추궁이 뒤따라야 한다.

체육이란 특정 선수들의 영역도 아니고 신기록과 금메달만이 존재하는 특정 공간은 더더욱 아니다. 생중계로 보여준 32개 종목의 이모저모를 보면 한국인의 저력이 충분히 발휘되고도 남음이 있다는 안타까움이 공감된다. 어쩌다 권총, 양궁, 펜싱 등 총과 활, 칼을 쓰는 종목에서 금메달을 휩쓸었다.

많은 국민들이 다른 종목에 출전조차 하지 못했던 과정을 고려하면 대한민국 체육은 무한한 가능성에 유한한 환경이 문제였음이 개선의 여지로 남아있다. 이런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체육계의 개혁도 중요하지만, 차세대 육성에 대한 투자와 인재 양성에 국민적 관심이 절실한 시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반인들에 대한 소질도 발굴해 내야 한다. 1천 명의 1보다 1만 명의 1에서 인재를 찾아내는 일 바로 생활체육도 활성화 되어야 할 여지가 있다. 대한생활체육회 대표자로서 이제는 온 국민이 휴대전화를 잠시 내려놓고 운동장에서 뛸 수 있는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그에 필요한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욱 크게 와 닿는다.

그리고 체육을 통한 활기, 팀 화합, 건강, 그리고 행복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출발을 기대한다. 이번 파리 올림픽을 통해 스포츠가 국위선양에 얼마나 큰 위력을 갖는지 모든 인류가 또 한 번 체감할 수 있었다.

이를 위해 오늘도 선수촌에서 기량을 닦으며 신기록 수립을 향해 구슬땀을 흘리는 선수들이 사기를 잃지 않도록 모든 면에서 지도층들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 스포츠를 단순히 이기고 지는 운동으로 볼 것이 아니라 국력과 인지도를 높이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