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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암칼럼] 제자와의 사랑이 불륜일까

2024-08-21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사랑은 국경이 없다는 말보다 누가 누구와 교제하느냐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는 경우 어떤 현상이 생길까.

아마 과거에도 전혀 없었던 일은 아닐 것이고 다만 시대적 상황에 따라 당한 사람만 입 다물고 세월이 약이 된 일도 많았는데,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미투 발발이 그 시점이 아니었을까.

외세 침략이 많았던 우리 민족의 여성들은 천 번이나 되는 외국 군인들의 약탈, 강간에 어찌 견뎠을까. 무능한 임금과 힘없는 가장이 지켜주지 못하는 동안 여성들의 몸은 적군의 전리품에 불과했다.

불과 100년 전만 해도 위안부로 20만 명의 조선 처녀들이 전쟁터에 끌려가 온갖 고초를 겪지 않았던가. 세월이 흘러 이제는 살만한 세상이 되었는데 막상 등 따숩고 배부르니 헛짓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교사, 목사, 직장 상사 등 정신적·경제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있다 보니 을의 위치에 있는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로 발전되는 일들이 당사자 간의 암묵적 행위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심리적으로 신뢰를 쌓고 점차 신체를 점령하는 가스라이팅은 최근 거론되는 단어지만 이미 오랜 기간 많은 범죄자들이 티도 안 나게 저질러 온 반사회적 성폭력이었다.

최근 화제가 된 교직원들의 성범죄도 여기에 해당한다. 제자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교직원들의 성범죄가 6년간 448건이나 된다는 발표다. 2019년 100건이었던 교원의 학생 대상 성범죄 건수가 지난 2023년에는 111건까지 늘어났다.

경기가 89건, 서울 82건, 광주 44건, 전남 33건 순으로 전국적인 현상이다. 성희롱이 가장 많고, 성추행, 성폭력, 기타 불법 촬영 등 12건 순이다. 교원이라는 지위와 위력을 이용해 학생을 심리적으로 지배해 이뤄지는 그루밍은 사실상 피해당사자가 말하지 않으면 대부분 묻힐 수 있는 범죄다.

교육청이 제출한 교원들의 성범죄 가해 사례를 보면 교사와 제자가 교제한 사례. 학생에게 결혼을 약속하며 지속적인 성관계를 요구한 사례. 교사가 학생에게 옷·음식을 사주겠다며 손을 만진 사례 등 별별 사례가 다 있었다.

여학생과 남자 교사 간에 이뤄지는 은밀한 관계는 교사 입장에서 볼 때 인성이 갖춰지지 않은 늑대를 토끼장에 넣어두는 것과 같은 형국이다. 제자를 여자로 보며 본능에만 충실했던 교사들의 일탈 행위는 이미 오랜 관습이나 마찬가지인 한국병이었다.

지금 와서 여론으로 불거지니 문제가 되는 것이고 과거에는 함구한 것이 현실이다. 말해봐야 사회적 지탄에 손가락질만 받을 것이고 이런 사실을 부모가 알게 되면 벌어지게 될 참상이 감당할 수 없다 보니 꼼짝없이 당하게 된다.

물론 다른 분야도 유사한 범죄가 많겠지만 한창 학습에 열중해야 할 학생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이런 범죄는 매우 강력하게 다스려야 한다. 현재 당한 여학생들이 훗날 남편은 또래 남학생이지 다 늙어버린 영감이 아니어야 한다.

개인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반 협박, 반 설득으로 행해지는 그루밍 범죄. 이제는 양지로 끄집어내서 관련자들을 처벌해야 한다. 통계상 드러난 게 이 정도면 가해자·피해자 둘 다 침묵하고 있는 범죄는 얼마나 더 많을까.

성폭력방지법, 양성평등기본법상 교내에서 발생한 성범죄는 여성가족부 장관에게만 보고하게 돼 있어 교육부 장관은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경제가 어렵다 보니 가정적으로 불안정한 학생들이 늘고 있다.

안식과 힘이 되어야 할 교사가 이런 취약점을 빌미 삼아 해결책을 제시하는 그루밍 범죄. 기타 여러 사정으로 어려운 일이나 약점이 생긴다면 이 또한 늑대의 눈에는 성욕을 채우는 한낱 먹잇감으로 여겨질 뿐이다.

안 그래도 학습에 대한 부담감. 입시를 앞두고 수업에 열중해야 할 학생들에게 성범죄는 한 사람의 삶을 처참하게 파괴하는 치명적인 범죄다. 연간 공교육비 102조 원, 사교육비 20조 원, 이런 막대한 예산을 퍼붓고도 대한민국 대학의 국제적 순위를 보면 한심하다 못해 어이가 없는 성적이다.

학생들은 줄고 예산은 늘고 결과는 엉망이다. 교육부의 전면적인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안 그래도 아이들이 저출산으로 귀하다. 이런 교직원을 감싸고 도는 교육부는 대오각성 해야 한다.

자칫 잘못 감싸 돌다가는 국민적 공분과 여론에 밀려 더 큰 대가를 치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도 국가에서 운영하는 부처이며 정보 공개 청구로 모든 예산집행내역을 국민들이 볼 수 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가 전면전을 벌이는 모습을 보며 과연 저러한 개혁의 여지가 교육부에는 없을까. 정녕 아무런 문제가 없어 지금까지 막대한 예산을 교부받는데 학생들이 수령의 명분이 된 것은 아닐까.

요즘처럼 AI가 모두 설명해 주는 시대에 과연 교사들이 설 자리가 남아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지방이나 변두리야 어렵겠지만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지역의 교사, 은행원,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들은 AI태풍에 모두 날아가게 생겼다.

그런 일이 없으면 다행이겠지만 AI는 적어도 그루밍 성범죄를 저지르지는 않는다는 보장이 있기 때문에 미완성 인간보다 완성된 기계를 선택한다면 그때 가서는 무슨 변명을 댈 것인가. 교육은 백년지대계다.

사람이 사람을 낳고 키우고 가르치는 일은 종족번식이후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군사부일체란 말도 나온 것이고 스승을 임금이나 부모와 같이 대우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대단한 위치에 있는 교사가 한낱 놈팽이도 안하는 짓을 버젓이 저지르고 교단에서 버틴다는 것은 일반 파렴치한보다 더 능지처참할 죄인이다.

만약 교육부가 그런 교직원을 감싸고 돌았다면 물건을 훔친 도둑놈이나 망보는 놈이나 같다는 논리에서 관련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도 병행되어야 한다. 유사한 범죄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벌이 약하기 때문이다.

벌이 강하면 죄에 대한 여지도 함께 줄어든다. 지금 이순간도 혼자 고민하는 어느 가난한 집 여학생의 핸드폰에 늑대의 호출문자메시지가 들어온다면 이 사회가 해줄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이러고도 선진국이라 할 수 있을까. 그나마 있는 아이들이라도 잘 키우는 게 저출산을 막는 예산이 쓰여져야 할 대목이다. 시기적으로 여름방학이고 휴가철이다. 가난이 덥다고 덜 힘들지 않는다. 위기에 처한 학생들이 탈선하기 전에 막는 것도 지금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