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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암칼럼] 사고 날 때마다 국민 혈세가

2024-08-28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는 티메프 사태로 인한 피해자들의 민원이 법적 대응으로 확산하면서 정부가 긴급자금으로 수혈책을 꺼냈다.

위메프·티몬 사태 확산에 정부가 5,600억 원 규모의 긴급 유동성 지원책을 내세우면서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판매자들의 줄도산을 막겠다고 했지만 사후약방문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정부가 세운 긴급자금 대책이 당장에 닥친 문제 해결책이 된다면 전세사기나 보이스 피싱 또는 기타 민사적 손해를 본 국민이면 모두 적용되어야 맞는 것이다.

이런 사태가 오기까지 관리·감독을 맡아야 했을 기재부를 비롯해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 산업통상자원부, 국무조정실, 국토교통부, 문화체육관광부 당국자들은 뭘 했단 말인가.

사태가 터지기 전 누가 가장 먼저 짐작했을까. 당연히 회사 대표들이다. 모를 리 없는 경제 참사에 대해 가장 강력한 법의 처벌을 내려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무엇보다 강력하고 절대적인 존재다.

돈을 벌기 위해 많은 고통을 감수하고 땀 흘려 일해온 영세사업자들은 또 한번 좌절과 절망의 나락을 맛보게 된다. 따라서 기업이나 개인사업 하다가 부도나면 법의 관대함을 적용할 필요가 없다.

솜방망이 처벌이 문제다. 경제사범이 법을 우습게 보는 이유도 막상 재판에 나가보면 유능한 변호사들이 온갖 법률적 조항으로 피고의 죄를 낮춰주기 때문이다. 티몬과 위메프를 소유한 큐텐의 대주주 구영배 대표는 사재를 동원해 사태 진화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고객들과 영세업자들의 피해 여론을 쉽게 납득시키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주문한 고객에게 물품을 판매했지만 정산받지 못한 금액만 7월 31일 기준 2,134억 원으로 집계됐는데 문제는 정산기한이 남은 6~8월 거래분을 합치면 정산 지연 규모가 1조 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입장에서는 온라인상에서 홍보를 보고 구매를 결정하고 대금을 지급한 상품이 중간에 사라진 셈이다. 당장에 급한 불을 끄려고 정부는 판매 대금을 못 받아 경영난을 겪는 중기,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긴급경영안정자금 2,000억 원 등 총 5,600억 원 이상의 유동성을 즉시 투입했다.

기존에 받은 대출은 만기 연장을 해주고, 소득세·부가세 납부 기한도 9개월간 미뤄주기로 했다. 사고 치는 사람과 소중한 국민 혈세로 그걸 막겠다는 정부의 미봉책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현실에 직면했다.

싱가포르 전자상거래 업체 큐텐 계열사인 티몬과 위메프에서 정산·환불 지연 사태로 피해를 본 이들이 집단행동에 나서는가 하면 정산받지 못하고 있는 판매자들도 대책을 논의했다. 매출을 올리려고 과도한 판매 경쟁을 일으킨 역풍이 고스란히 다시 고객들의 피해로 돌아간 셈이다.

일부 납품업체는 결제받지 못한 금액이 불어나면서 당초 물품이나 재료를 구입해온 전 단계 업체에 본의 아닌 가해자가 되고 말았다. 이런 현상으로 인해 피해는 일파만파 확산세다. 원인은 한방에 떼돈을 벌려는 욕심으로부터 시작됐다.

이미 티몬에서 6∼7월 두 달간 매출이 지난해 1년 치에 맞먹을 정도로 늘어나면서 붕괴 조짐은 시작됐다. 나스닥 상장을 위해 매출 규모를 키우려는 계획이 분에 넘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과도한 경쟁은 돈의 흐름을 둔하게 했고 이를 막으려 무리한 역마진 쿠폰이 남발되면서 악순환도 같이 시작됐다. 이번 사태의 최종적인 책임은 약속한 판매 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위메프·티몬에 있다.

티몬과 위메프 등 큐텐 계열사 월 이용자는 900만 명. 여행·항공·패션·소비재 전 분야로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전자지급결제대행 업체가 이들 이커머스와 거래를 일시 중단하면서 신용카드로는 티몬·위메프에서 결제가 불가능하고 결제 취소에 대한 환불도 당분간 어렵게 됐다.

숙박권, 항공권, 물품값을 신용카드 결제를 통해 지불한 소비자들은 이를 신용카드로 돌려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돈은 냈는데 상품을 이용할 수 없는 소비자 피해가 벌써 발생하고 있고, 이러한 피해는 티몬·위메프가 문을 닫는 순간까지 여행뿐 아니라 다른 업종에도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위메프와 티몬 등 큐텐그룹 계열사를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파트너사는 모두 6만 곳이다. 이들 3개 사의 연간 거래액은 2022년 기준 6조 9,000억 원에 이른다. 하루 결제 추정액이 400억 원 안팎에 이르는 만큼 피해액이 최소 1,000억 원에서 수 천 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대금 정산 지연 사태와 관련해 소비자원에 접수된 상담 건수는 4,127건에 여름휴가 시즌에 여행 관련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 상담이 가장 많았다. 이 같은 사태는 미리 짐작할 수 있었다. 티몬의 2022년 말 자본 총계는 -6,386억 원, 위메프의 지난해 말 자본총계는 -2,398억 원으로, 자산보다 부채가 많아 자본 총계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이렇듯 거액의 적자 운영을 몰랐다면 관리·감독 기관의 직무 유기고 알고도 방치했다면 공범이나 마찬가지다. 권한을 주고 일하라고 월급을 주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방관했거나 묵인한 대가로 무엇이든 주고받은 게 있다면 성역 없는 검찰수사도 병행되어야 한다.  

과도한 할인 경쟁에 욕심을 낸 고객들도 신중함이 필요했다. 소비자도 가정 경제의 어려움을 겪는 피해가 있지만 자영업자들은 생계 수단을 잃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내몰려 있다. 정부가 나서서 자금 지원 등 제도적 구제책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런 식이라면 부도난 회사 채무로 인해 고통받는 모든 국민들을 모두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해결해 줘야 맞는 것이다. 무슨 대책이 있을까. 막대한 적자 경영을 알고서도 방관한 관리·감독 기관의 대표자, 실무자부터 엄하게 벌하고 볼 일이다.

그리고 결자해지라 했다. 자신의 매듭은 자신이 푸는 게 맞는 것이지 걸핏하면 국가 예산에 손을 대는 버릇은 이제 고쳐야 한다. 피해자들에게는 안 됐지만 이런 식이면 앞으로도 경제적 파산이 날 때마다 손을 내밀고 안 되면 집단행동으로 떼를 쓰기 때문이다. 세금은 걷는 것보다 쓰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