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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암칼럼] 사라진 사람들

2024-09-02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평소 잘 있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면 독자들은 어떤 생각이 들까.

그 대상이 돈을 목적으로 납치된 소중한 자녀일 수도 있고 치매에 걸려 가출한 부모님일 수도 있으며 자연재해로 인해 수장되거나 대형 참사로 인해 시신조차 찾을 수 없는 경우라면 더더욱 기가 막힌 일이 된다.

인류는 이런 상황을 ‘실종’이라는 단어로 표현한다. 지난 8월 30일은 2011년 8월 30일 UN에서 정한 ‘세계 강제실종 희생자의 날’이었다.

남미에 있는 코스타리카에서 실종자 가족 찾기 운동에서 시작된 날이다. 세부적으로는 감옥에 갇혀 있지만 가족인 법정 대리인도 없이 비밀리에 투옥되거나 강제로 납치된 자들을 위한 날이 확산돼 전 세계가 이를 기념하는 날로 정해진 것이다.

그렇다면 실종이란 단어가 정작 남의 일이며 우리 주변에는 별 관계 없는 일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군사정권이 인권을 얼마나 무시했는지, 범죄자 앞에 나약한 여성이나 서민이 얼마나 무력한지는 굳이 적시하지 않아도 온 국민이 짐작하는 바와 같다.

과거 1980년대만 하더라도 어느 날 납치된 여성이 사창가로 팔려나가는 인신매매가 성행했었다. 장보러 가던 주부나 등교하던 여학생까지 봉고차에 강제로 납치되어 성매매 시장에 내던져지던 시절이 있었다.

스스로 집을 나간 사람도 문제지만 사라진 사람들을 찾으려는 애타는 심정은 지금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사람을 찾는다는 현수막도 그렇지만 하루에도 수십 명씩 실종된 사람을 찾느라 경찰청으로부터 전해 오는 문자메시지가 그러하다.

실제로 소방청 통계를 보면 2022년 실종자 찾기 건수가 119로 접수되어 신변 확인을 한 숫자가 24,957건이지만 2023년 들어 배로 늘어난 53,935건이나 됐다. 물론 단순 가출도 있지만 여전히 오리무중인 실종자의 행방도 만만찮다는 것이다.

자연재해나 기타 교통사고 및 산악사고를 보면 구조 인원만 한 해 10만 5,660명이었으며 이 중 16,5%가 50대였다. 2023년 한해 수해로 실종된 건수나 건물 붕괴, 기타 사건으로 실종되거나 구조된 사람만 37만 건이나 된다는 점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통계를 보면 사회활동이 많을수록 사고위험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어떤 경위든 사라진 사람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다시 찾으면 다행이지만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면 남은 사람은 어떤 심경일까.

그게 단순 가출이라 힘들면 돌아온다는 기대라도 있으면 다행이겠지만 치매로 사라진 노인들의 경우 문제는 심각하다. 안전에 대한 우려도 있겠지만 자칫 독거 상태로 방치되어 있다면 식사와 화재, 기타 돌볼 사람이 없는 현실이 지옥이나 다름없다.

이제 대한민국은 내년이면 초고령 사회로 접어든다. 빠른 속도로 늙어가는 평균연령은 별다른 방법 없이 어떻게 되겠지 라는 안일한 대처 속에 시간만 가고 있다. 그나마 현재는 남은 가족이 있어 찾아보는 척이라도 하지만 무출산으로 인한 무가족 시대가 되면 늙음을 피할 수 없을 것이고 정신 줄을 놓았을 때 벌어질 일들이 난감하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2023년 치매로 인해 실종 신고된 인원이 2만 명에 달한다는 점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통계이후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실종자 인원은 남성이 여성보다 약간 웃돌고 있다.

대부분 3일 이내로 발견되었지만 5% 정도는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미리 찾았다면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생명이었다. 한국도 2023년 기준 치매 환자가 90만 명에 이르고 있으며 이는 65세 이상 고령인구 중 약 10%에 해당한다.

물론 이런 수치는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이며 그에 대한 대책은 탁상행정으로 겉돌고 있다.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이래도 남의 일일까. 이 세상에 아프고 싶어 아픈 사람이 없듯이 사라지고 싶어 사라진 사람은 없다.

물론 그중에 빚에 쪼들리거나 현실도피로 인해 스스로 자연 속에 종적을 감춘 이가 있거나 이 꼴 저 꼴 보기 싫어 이름 없는 암자로 종적을 감춘 이도 있을 것이다. 어찌하든 살아있으면 다행인데 시신조차 찾을 수 없는 곳으로 납치되거나 스스로 삶을 마감한다면 이처럼 비참한 일도 없을 것이다.

일명 객사라고도 하는데 평소 아무리 대단했더라도 비참한 말로라는 점에서 틀린 말은 아니다. 이제 대안을 찾아보자. 누구나 생로병사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겠지만 조금만 미래를 준비한다면 충분히 불행한 종말을 피할 수 있다.

첫째는 돈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만큼 확실한 준비는 없다. 오지랖이 넓어 빚보증 서주지 말고 자녀들에게 유산도 미리 나눠주지도 말아야 한다. 손에 움켜쥐고 있을 때 돈이지 일단 손에서 벗어나면 발이 달려있는지 다시 돌아오지 않거나 설령 온다 해도 법적 소송까지 가야 한다.

만약 없다면 지금이라도 벌어 모아야 한다. 몸이 성치 않으면 복지가 잘된 나라라서 어떤 식이든 치료받을 수 있지만 정신이 온전치 못하면 외형상 드러나는 것도 아니고 방법이 없다.

둘째는 뇌 운동이다. 치매도 정신질환 중 하나로 한번 병이 들기 쉽지 고치기는 어렵다. 일단 병들기 전에 꾸준한 운동이 필요하다. 신문을 보든가 필자의 칼럼이라도 읽으면 세상 돌아가는 것도 알고 정신을 집중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항상 청결하고 부지런한 생활 습관을 통해 자신을 아끼고 사랑한다면 어차피 가야 할 저승길이지만 덜 비참하고 고고해질 것이다. 지금까지 우려했던 치매 실종자 외에 강제 납치된 실종자라면 문제는 또 다르다.

인신매매가 성행하던 시절도 아니고 돈을 목적으로 가족을 납치하는 경우 자칫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으며 좁은 국토에 성공할 범죄는 희박하다. 사람 사는 사회, 사람이 우선이고 사람이 존귀하다. 귀할수록 위해주고 아끼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한 시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