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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암칼럼] 진작 바뀌었어야 할 구하라법

2024-09-04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알 만한 사람은 알지만 남의 일이라 관심 없었던 사람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오늘의 글을 올린다.

일명 ‘구하라법’이다. 1990년 제정된 민법 제1000조 상속의 순위를 보면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다음으로 직계존속, 그리고 형제·자매와 4촌 이내의 방계혈족 순으로 이어진다.

다만 제1004조 상속인의 결격사유로는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 그 배우자 또는 상속의 선순위나 같은순위에 있는 자를 살해하거나 살해하려 한 자나 상해를 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자.

또는 사기 또는 강박으로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 또는 유언의 철회를 방해한 자와 유언을 하게 한 자. 그리고 유언서를 위조·변조·파기 또는 은닉한 자로 한정하고 있다. 그밖에 단서 조항들도 더 있지만 생략하고 ‘구하라법’이 생기게 된데 대한 배경부터 알아보자.

근본적인 법의 개정 여지는 예전부터 존재했다. 자식에 대한 양육 책임을 외면한 부모가 뒤늦게 나타나 상속권을 주장하면 현행법률상 수익자가 되기 때문인데 윤리적으로나 도의적으로는 안 되지만 법대로 하면 가능했었다.

개정안의 동기가 되었던 ‘구하라법’은 구하라의 친모 송모 씨의 변호인들이 그녀의 오빠를 찾아와 구하라가 소유했던 부동산 매각 대금의 절반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친모인 송 씨는 구하라가 9살이었을 때 집을 나가버리고는 20여년 동안 연락조차 안 됐다는 것이고 이에 대해 구하라 오빠의 변호인은 구하라 본인도 생전에 친모에 대해 분노와 아쉬움, 공허함을 자주 토로했으며, 모친으로부터 버림받은 트라우마가 자살에 영향을 미쳤음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상속권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구하라 오빠 측에서는 현행 민법 상속법의 개정을 촉구했다. 현행 상속법에는 부모가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때 상속 자격을 제한하는 특별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민법 1004조 1~5호를 보면 친모가 상속권의 결격사유가 없었기 때문인데 실제로 현실적으로 이 같은 민법의 위헌 소지와 개정의 여지가 충분했다는 여론은 예전부터 지배적이었다.

유사한 사례도 많았을 뿐만 아니라 도의적으로 반인륜적인 보험금 수령이 비일비재했었기 때문이다. 자식을 버리고 방치했다가 보험금만 타러 오는 경우도 있지만 친부를 범죄자로 몰아 수년간 구속하는 것도 모자라 남동생까지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드는가 하면 망자가 된 친부의 조모가 납입한 보험료를 상속권 순서에 따라 수령하는 경우도 있었다.

정작 상속권자는 친부가 보험에 가입했는지, 조모가 친부를 대신해 보험료를 납부했는지도 모르지만 보험금은 현행법상 상속이 아닌 고유재산에 속한다. 따라서 한정승인을 받더라도 보험금은 상속권 순서에 따르게 되는데 이러한 경우 보험료를 납입한 조모 입장에서는 땅을 칠 노릇이 된다.

졸지에 아들과 손자를 잃고 자신이 어렵사리 납입한 보험금 마저 파렴치한 손녀들에게 빼앗길 상황에 직면한 상황이라면 이제는 개정안으로 실제로 보험금을 납입한 사람이 납입 근거만으로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 8월 28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민법 개정안, 이른바 ‘구하라법’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헌법재판소가 유류분 제도에 대해 헌법불합치·위헌 결정을 내린 4월 25일 상속이 개시되는 경우부터 적용되며 아직 상속이 개시되지 않았다면 2026년부터 적용을 받게 된다.

민법 제1004조2 제1항이 개정되면 직계존속에 대해 특정 사유가 발생 시 상속권 상실 의사를 표시할 수 있다. 전제조건으로는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경우와 중대한 범죄행위를 한 경우,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다.

문제는 이런 의사는 공증인 참여하에 작성된 증서로 유언을 남겨야 효력이 생긴다. 만약 상속 재산이 있는 본인이 유언없이 사망했다면, 공동상속인이 상속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다. 민법상 공동상속인은 자녀 등 직계비속, 직계존속, 배우자 등이다.

직계존속이 상속인이 됐음을 안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가정법원에 청구하면 된다. 공동상속인이 없거나, 모든 공동상속인에게 상속권 상실 사유가 있으면 후순위 상속인이 청구할 수 있다.

후순위 상속인은 공동상속인의 상속권이 모두 상실됐을 때 재산을 상속받게 되는 사람이다. 개정 전 민법은 망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자녀와 배우자에게 법정상속분의 절반을, 부모와 형제·자매에게 3분의 1을 주도록 했다.

법의 개정은 현실적으로 절대 다수가 원하면 진행돼야 한다. 이번 개정안 또한 2026년 1월 시행 예정이지만, 지난 4월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개시된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했다. 내용에는 직계존속 또는 비속에 대한 보호 내지 부양의무를 현저히 해태한 자로 보험료 납입 과정에 모든 관련성이 없다면 이 또한 참고가 될 여지를 안게 된 것이다.

사실 ‘구하라법’은 6년이라는 험난한 길을 거쳐 탄생한 것으로 2020년 ‘구하라법’은 국민청원에서 10만 명의 동의를 받았지만 많은 의원들이 21대 총선 선거운동에 매달리는 바람에 사실상 자동 폐기되었다.

2020년 6월 3일 21대 국회를 맞아 20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구하라법’이 개정안으로 올라왔지만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2024년 5월 28일 제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리면서 ‘구하라법’은 21대 국회에서 또 자동 폐기되었다.

그리고 2024년 8월 28일,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의 대표 발의로 41명의 의원들도 함께 발의하며 ‘구하라법’이 제22대 국회에서 5년의 세월과 두 차례의 폐기 끝에 마침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이제 얌체처럼 도리를 다하지 못하고 외면했다가 돈만 타가는 뻔뻔한 일은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