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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암칼럼] 그냥 둬도 알아서 간다

2024-09-09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때를 알고 떠나는 것이 아름답다는 말도 있고 박수칠 때 떠나란 말도 있다.

사람이 한평생을 살면서 한때는 무풍지대를 헤쳐 가는 용기와 기력이 넘치는가 하면 적당히 때가 되면 자리에서 내려올 줄도 아는 것이 자연의 섭리를 존중하는 것이며 그래야 후임들도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어르신들의 면허증 반납 바람이 불었다. 약 10만 원 선의 반납 지원금이 지급되는가 싶더니 전국 자치단체가 고령 운전자 운전면허 자진 반납을 유도하기 위해 반납 지원금을 잇따라 인상하고 있다.

울산광역시 울주군에서는 최고 60만 원까지 지급할 것을 밝혔고 전남 구례군도 차량 소유자의 경우 5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경기도 의왕시에서도 65세 이상 운전자가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할 경우 지급하던 지역화폐 10만 원을 20만 원으로 100% 올려 지급하기로 했다.

경남 진주시는 올해 8월부터 반납 지원금을 1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인상했고 전남 광양시는 3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경찰청도 65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 100명당 교통사고 건수가 10대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며 최근 4년간 전 연령대에서 교통사고 건수가 감소했는데 65세 고령 운전자는 상대적으로 낮은 사고 감소율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언론은 말할 것도 없이 고령운전자를 사회적 위험물로 표현하며 노인 운전의 사례만 집중 보도했다. 이쯤 되면 한때 집주인이었던 가장을 내쫓는 경우와 뭐가 다를까. 굳이 이 난리 치지 않아도 때가 되면 적당히 운전대 놓을 것이고 안 되겠다 싶으면 알아서 나갈 텐데 일부를 전체로 몰아 도매금으로 묶어서 내보내는 것과 같다.

그럼 노인이라는 나이는 몇 세를 기준으로 잡을까. 경찰은 65세, 지자체도 65세, 언론도 65세라고 한다. 65세가 과연 요즘처럼 평균 연령이 높아가는 시대에 노인이라 할 수 있을까. 물론 현행법으로 노인은 맞지만 과거 환갑 나이인 61세만 되어도 오래 살았다고 하던 시절의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맞는 일일까.

아니다. 65세면 염색하고 임플란트해서 못 먹는 게 없고 안 어울리는 자리가 없다. 건강도 그렇거니와 사회적 경륜이나 삶의 철학까지 갖춘 연륜을 감안할 때 운전하기에 부족하다는 논리는 과학적 근거도, 통계적 근거도 없다.

오히려 과격하지 않고 차분한 운전으로 음주 운전하는 젊은이들보다 덜 위험하다. 이참에 노인의 연령기준을 국회에서 개정안으로 바꾸어야 한다. 노인 나이 65세 기준은 1984년 한국인 평균수명이 66.7세였을 때 정한 것인데 당시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 인구의 5.9%밖에 되지 않았을 때 설정한 것이다.

지금처럼 평균수명이 84세라면 당연히 개정의 여지가 있는 것이다. 평균수명이 20년 늘어났으니 노인 나이도 75세는 되어야 합리적인 대안인 것이다. 2050년이 되면 인구의 40%가 65세 이상이 되는데 그때도 노인 어쩌고 할 것인가.

이제 노인 인구 기준은 72세로 상향 조정되어야 한다. 노인이라는 기준은 숫자로 평가할 것이 아니라 각 개인의 역량, 그리고 기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건강식품은 물론 의료 기술의 발달로 향후 더 늘면 늘었지 줄어들 일은 없다.

65세의 나이는 경로당 문턱도 못 가는 숫자다. 70세가 넘어도 경로당 안 가고 버티는 이유는 형님들이 담배심부름 시켜서 못 간다는 개그도 있었다. 다시 정리해서 고령 운전자에 대한 마녀사냥은 중단되어야 한다.

걸핏하면 선진국과 비교해 몰아붙이는데 한국은 한국 실정에 맞게 정해야 하는 것이지 어설프게 몰고 가서 모두 면허증을 반납하면 반납하지 않은 사람만 사회적 반감을 사거나 무식하고 시대 흐름을 모르는 노인으로 전락하게 된다.

실제로 65세면 운전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적 활동이 가장 왕성할 나이다. 경력과 모은 돈은 물론 적당히 삶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나이다. 자고로 법이란 정해서 시행할 수는 있어도 다시 원상으로 복구하기에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사람의 심리란 암에 걸렸다가도 신통하다는 치료 약이라 속이고 감기약을 처방해도 병이 낫는다. 입대한 신병에게 대령 계급장을 달아주면 대령 역할을 하고 대령에게 이등병 계급장을 달아주면 이등병이 된다.

산술적 나이를 신체적 나이와 연관 지어 노인을 강조하면 없던 병도 생기고 있는 기력도 쇠약해지기 마련이다. 가수 서유석이 부른 너는 늙어봤냐, 나는 젊어 봤다는 노랫말을 듣노라면 현재 노인으로 몰아붙이는 면허증 반납 현상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필자가 60대라 늙어서가 아니라 국민 전체의 심리적 행복감을 더하기 위함이다. 2024년 기준 65세면 1960년생부터인데 당시 1960년도라면 대한민국이 한강의 기적을 만들며 온갖 역경도 이겨낸 세대다.

이들에게 감사와 존경의 제도는 못 만들 망정 엉뚱한 고안으로 면허증을 반납하게 만드는 발상은 누가 어떤 근거로 바람을 일으킨 것일까. 그런다고 교통사고가 일어나지 않고 젊은이들에게 한 표라도 더 받을 수 있다는 근거는 어디 있을까.

필자가 수집한 정보에 의하면 얼마 못 가서 자율주행이 상용화되고 스카이 택시가 하늘을 날아다니는 시대가 오면 지금처럼 노인이 어쩌고 하는 요란은 구시대적 유물로 남을 것이다. 졸음운전 쉼터나 고속도로 전광판에 적힌 졸음운전 방지용 문구는 훗날 다음 세대가 이해할 수 없는 전설로 남게 된다.

사람이 직접 차를 몰고 다니다 졸고 그러다 사고가 난다는 말 자체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세상이 곧 온다. 실제로 스카이 택시나 승용비행기가 날아다니면 지금처럼 터널, 교량, 주유소 등 간접시설 비용은 물론 사고율도 현저히 낮아지게 된다.

지도를 펼치고 길을 물어 운전하던 시절이 불과 20년 전이었다. 지금처럼 내비게이션이 나올 줄을 상상도 못 하던 시절이었는데 한국처럼 좁고 간단한 지형에 비행경로를 개설해 안전하고 편리하게 운송수단이 발달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러니 하마평부터 난리 치며 요란 떨지 않아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