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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암칼럼] 지역감정의 단면 10·16 재·보궐선거

2024-10-18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10·16 재·보궐선거가 서울시교육감을 포함 인천 강화, 전남 영광, 전남 곡성, 부산 금정 등 5곳에서 치러졌다.

서울시교육감의 경우 정근식 진보진영의 후보가 50.26%로 45.95%를 차지한 보수진영의 조전혁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서울의 유명 학군이 몰려있는 강남에서 보수표들이 집결한 반면 강서구와 강북 지역에서 진보진영에 싹쓸이 몰표가 나왔다.

자본의 흐름이 민심을 타고 넘지 못한 결과를 나타낸 것이다. 영남·호남의 지역감정 또한 재·보궐선거라는 미미한 선거 분위기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전남 영광의 장세일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곡성의 조상래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각각 당선된 반면 국민의 힘 텃밭인 부산에서는 압도적으로 국민의힘 윤일현 금정구청장 후보가 당선의 영광을 안았다.

이 정도라면 선거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공천이 절반, 지역감정이 절반을 차지하는 선거는 후보자의 자질이나 능력을 선별하는 기준을 타고 넘는다는 뜻이다. 광복 이후 영남의 인구수가 급증하는 반면 호남 지역의 출향인들이 서울·경기로 몰리면서 수도권이 민심을 대변하는 잣대가 됐다.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인천 강화군수 자리는 국민의 힘 박용철 후보가 50.97%로 당선되면서 그나마 절반의 승리를 거둔 셈이다. 최근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던 남북한의 대치 상황도 일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식이라면 다가오는 지방선거도 별반 다를 바 없다고 볼 수 있다. 영남은 국민의힘, 호남은 더불어민주당. 앞서 공천 바람이 불거나 적절한 이슈가 유권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할 것이고 정치에 신물이 난 민심이 돌아서면 중도 포기나 부동표의 흐름은 점차 투표율을 낮추는 원인이 될 것이다. 누가 이득을 볼까.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냉소주의가 가져오는 공백은 선거 분위기를 만드는 당리당략의 패거리들만 잔치판을 벌이게 한다. 벌써부터 지방선거에 대한 술렁임이 복도 통신을 통해 슬금슬금 새 나온다.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과는 달리 지자체 선거는 소위 빼먹을 게 많은 자리다.

깜냥도 안 되는 한량들이 선거판에 뛰어들어 오두방정을 떨면 선거가 끝난 후 요직을 차지하는 보은 인사의 특혜를 얻게 되고 무능한 관리들이 조직의 사기와 능력을 저하하면서 결국에는 대시민 서비스의 질적 하락과 사회의 무질서를 가져오게 된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며 그러한 부패 고리는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한국 사회의 고질병이라 할 것이다. 정치가 어지러워야 유권자들이 등을 돌릴 것이고 그래야 세금과 요직을 나눠 먹을 인사들이 해 먹기가 쉬워진다. 인간은 등 따습고 배부를수록 이성보다 본능에 집착하기 마련이다.

이기적인 사고방식이 가져오는 정치냉소주의는 마치 문어가 제 다리 잘라 먹는 격이다. 법을 만드는 입법기관이 책정한 세금 관련 기준으로 세금을 내면 그 돈으로 온갖 명분 만들어 이권 챙기기에 여념 없고 부스러기라도 얻어먹던 사람들이 집단으로 정당에 가입해 선거의 전면전에 나서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논하자면 특정인을 내세워 예산을 확보하게 만들고 지역발전이라는 명분으로 국익에 위배되는 사업이라도 유치하면 그것을 뜯어먹는 사람들이 공범인 것이다. 맞춤형 법을 정해 합법적인 세금 나눠 먹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행해져 오던 관습이자 폐습이다.

이 같은 병폐를 당연히 여기며 받아들여야 할까. 선거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면 들수록 부패한 정치인들이 설치기가 수월한 것이다. 선진국과 비교해 볼 때도 그렇지만 국가를 구성하는 국민의 의식 수준이 곧 해당 국가의 미래에 대한 지표가 된다.

문제를 제기했으니 대안도 제시한다. 근본적으로 아주 쉬운 일인데 실행하지 않아서 어려운 일로 치부되는 것이 국민적 관심이다. 잘잘못을 판단하고 표로 심판하면 될 것을 그 쉬운 일을 하지 않아서 역사발전의 도돌이표가 마침표로 변환되지 못하는 것이다.

알고 보면 정치인들만큼 다루기 쉬운 일도 없다. 표에 생사가 걸린 일인데 어떻게 표를 무시할 수 있을까. 표가 정치를 외면하고 등 돌릴 수 있도록 마구 설치는 것인데 표는 곧 민심이며 민심은 천심이다.

언론과 여론조사기관들이 쏟아 내는 정보가 전부는 아닐진대 마치 그것이 실체이자 진실인 것처럼 믿다 보니 판단의 오류가 생기는 것이며 선거에 치명적인 악재로 작용한다. 명분으로는 매니페스토니 노블레스 오블리주니 하며 온갖 영문 미사여구가 등장하지만 정작 실천하는 정치인이 얼마나 되던가.

2026년 6월 3일 치러질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1년 반 남짓 남았다. 임기 4년 중 절반을 넘어 후반으로 가고 있고 1년 뒤면 레임덕 현상이 서서히 나타날 것이다. 당선의 기쁨 속에 훌쩍 가버린 세월이 남은 시간의 시곗바늘을 더욱 빠르게 돌리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후보 시절 쏟아냈던 공약을 얼마나 실천하고 있는지 살펴볼 것이며 온갖 명분으로 요란한 행사를 만들어 인기몰이에 집착하고 있는지 신중히 들여다볼 이유가 있다. 지키지도 못할 시책 사업을 만들어 장밋빛 청사진으로 시민들을 홀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요직을 차지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업자들과 유착하고 있는 인사들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특정인을 위해 허울 좋은 수상 실적을 대외적으로 홍보해 마치 유능한 단체장으로 포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차기 연임을 위한 행보는 아닌지 정보공개 청구를 해서라도 진실을 알아야 한다. 이러한 연극의 허구가 상당하다는 것은 임기가 끝나보면 안다.

낙선한 현직 단체장들이 쌓은 그 많은 공로와 실적들이 모두 승진과 꿀 보직을 지향하는 공직사회가 만들어낸 시나리오였음을 알게 된다. 왜냐하면 당선된 자가 전임단체장의 치적을 지우느라 또 세금을 낭비하기 때문이며, 모든 사업의 연속성은 보장될 수 없기에 업자들은 또 다른 줄을 서기 마련이다.

이러는 동안 도시 발전은 늦어질 수밖에 없고 유권자들은 최종 피해자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