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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민의 기자수첩]사회 외면 속, 어둠에 발 디디는 사람들

2015-01-20     윤성민기자

세상에 배고픈 것만큼 서러운 것이 또 있을까.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하고 사회에 내몰린 노숙인에게 접근하여 그들의 명의로 불법 대포통장을 개설하고 1천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일당이 지난 13일 검거되었다.

이 일이 벌어지기 얼마 전, 경기도 안산에서도 구청과 병원의 진료 거부로 인해 노숙인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또한 추위를 이기지 못한 서울의 한 노숙인이 폐지를 모아 지하철역의 통로에 불을 피우는 사건이 있기도 하였다. 이처럼 노숙인들의 직·간접적 사건사고와 그들이 범죄에 연루되는 모습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필자는 이러한 기사를 보며 이미 사회에 깊숙이 뿌리내린 노숙인들의 삶과 그들이 재정적으로 자립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하여 생각 해 볼 수 있었다. 

어느 덧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은 2만7천불을 넘어섰다. ‘참 살기 좋은 나라구나.’라는 생각을 갖기 쉬운 생김새다. 하지만 사회 곳곳은 여전히 헐벗고 굶주린 노숙인들로 채워져 있다.

화려한 세상의 이면, 빛도 없는 거리에 나앉아 번쩍이는 문명을 바라보기만 원하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우리 모두는 문명의 중심에 설 권리와 함께, 평등의 사회에서 그 권리를 누릴 자격을 가진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처럼 평등한 세상과는 어울리지 않게 굳건히 자리 잡은 돈이라는 벼슬은 거리의 노숙인들에게는 설 자리를 제공하지 않는다.

때문에 그들은 작은 유혹에도 흔들리고, 때로는 작은 배려조차 받지 못한 채 쓸쓸히 거리에서 죽어갈 수밖에 없다. 

수백 년 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지독한 물질만능주의는 그 속도가 너무나 빨라 주변을 돌아볼 수 없게 한다.

이미 그 속도에 너무나 익숙해진 우리가 바라보지 못하는 저변에는 손 한번 잡아보지 못한 채 거리에서 죽어가는 이들도 있고, 검은 손인지 구분조차 할 수 없는 따뜻한 손에 이끌려 검은 세계에 가담하는 노숙인들도 있다.

우리는 이처럼 궁지에 내몰린 이들을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그들이 왜 궁지에 몰렸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들의 가난은 남들보다 나태하고 게을러서가 아니다.

그들은 그저 너무나 발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앞의 희생양일 뿐이다. 세상에 굶주린 것만큼 서러운 일은 없다. 21세기 대한민국은 풍요의 시대이고 자본의 시대이다.

그들도 남들처럼 행복하고 풍요로울 권리가 있는 사람들이라는 인식과 처우의 개선이 급선무이다.

거리의 주인, 노숙인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이고 대책 없는 지원이 아니다. 예로부터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하지 못한다고 하였다.

그들 개인의 주머니를 모두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굳이 물질적인 지원이 아니어도 좋다.

스치는 일상에 잠깐의 따뜻한 온정이 담긴 시선만으로도 충분히 그들과 공감할 수 있고 소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의 궁극적 자립 여건은 결국 스스로의 자립의지와 기관, 단체의 실질적 일자리 창출에서 비롯된다.

수많은 경제전문가들과 시민단체에서 날마다 외치는 일자리 창출이라는 단어가 깊이 와 닿는다.

윤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