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네 번째로 맞은 성탄절은 쓸쓸하기 짝이 없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국회로부터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을 받고 있어 운신의 폭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대통령은 성탄절을 맞이하면 축하 메시지를 보내고 소외된 이들을 찾아 위로하는 시간을 갖는다. 하지만 25일 청와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전날인 크리스마스이브 저녁 참모들이 선물한 케이크를 같이 먹는 데 그쳤다.
몇몇 참모들이 관저로 찾아가 케이크와 함께 잠시 대화를 나누고 박 대통령을 위로했다는 전언이다.
이날은 박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9번째 주말 촛불집회가 청와대 인근 곳곳에서 열렸다. 또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최순실 씨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을 소환조사했다. 이로 인해 분위기는 성탄에 걸맞지 않게 무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이들 참모와 변호인단을 제외하고는 외부 인사와 접촉하지 않았다. 매년 12월 24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공개하던 성탄 메시지도 올해는 내지 않았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과 특검 수사에 대비해 주말에도 수시로 대리인단과 접촉해 법률 대응 문제를 주로 논의했다.
당장 27일 열리는 탄핵심판 2차 준비절차 기일을 앞두고 헌재가 요구한 ‘세월호 7시간’의 박 대통령 행적을 제출하기 위해 참사 당일 시간대별 박 대통령의 업무 내역과 위치 등의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아울러 조만간 닥칠 것으로 예상되는 특검팀 압수수색 등의 직접 수사에 어떻게 대응할지도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보와 민생을 직접 챙기던 지난 세 번의 크리스마스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취임 첫해인 2013년 박 대통령은 12월 24일 군부대를 격려 방문했다. 다음 날인 12월 25일에는 아동시설을 찾았다. 이듬해인 2014년에는 페이스북에 직접 수놓은 자수 그림이 인쇄된 연하장 사진과 함께 성탄 메시지를 띄웠다.
지난해에도 박 대통령은 12월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로부터 받은 메일을 공개하고, 전방 부대를 방문해 안보를 챙긴 바 있다.
국회 이민봉·박정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