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측이 탄핵심판의 최종 변론기일을 연기해줄 것을 헌법재판소에 공식적으로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이달 24일로 예정된 최종 변론기일을 3월초로 미뤄달라는 것이다.
19일 헌재 안팎에 따르면 박 대통령 측은 전날 헌재에 제출한 ‘변론종결 기일 지정에 관한 피청구인 대리인들의 의견’ 서면에서 “최종 변론기일을 3월 2일 혹은 3일로 다시 지정해달라”고 했다.
박 대통령 측이 “빡빡한 증인신문 일정 등으로 최종변론 준비에 시간이 부족하고, 최종 변론기일에 박 대통령의 직접 출석 여부를 검토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는 전언이다.
박 대통령 측이 최종 변론기일 연기를 요청한 것은 ‘8인 체제’를 무산시키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3월 2~3일에 최종변론이 이뤄질 경우 재판관 평의는 약 2주의 기간이 소요된다. 이 경우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퇴임하는 3월 13일 이전에 선고를 하기가 어렵다.
이 권한대행이 퇴임해 ‘7인 체제’가 되면 재판관 2명의 반대만으로도 탄핵이 기각된다.
다만 헌재가 박 대통령 측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도 평의에 속도를 내 3월 13일 이전에 선고를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대통령 측은 함께 낸 별도의 서면에서 “박 대통령이 최종 변론기일에 출석해 ‘최후 진술’만 하고 국회나 헌법재판관들의 질문을 받지 않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헌재가 이를 먼저 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헌재의 출석 요구를 거부해 결국 증인 채택을 직권 취소한 최순실 씨의 옛 최측근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에게 ‘고영태 녹음파일’의 배경을 물어야 한다”며 “고영태 씨를 다시 증언대에 세워달라”고 신청했다.
대통령 측 이동흡 변호사는 지난 16일 14차 변론기일에서 “핵심 증인 고영태를 신문하지 않고 탄핵심판을 진행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권한대행은 “일단 신청서를 제출하면 입증 취지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대통령 측은 “2300개에 달하는 녹음파일 일부에 고씨와 동료들이 최씨와 박 대통령의 관계를 이용해 K스포츠재단을 장악하고 사익을 추구하려는 정황이 담겼다”며 파일 14개를 법정에서 재생하는 ‘검증’을 신청한 바 있다.
대통령 측 이중환 변호사는 “추가 증인신문과 녹음파일 증거조사 등 절차를 거치면 최종 변론기일을 3월 2일 혹은 3일로 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헌재는 20일 15차 변론기일에서 대통령 측 주장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결정한다.
국회 이민봉·박정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