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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암칼럼] 자본주의 단점 빈곤의 지옥
[덕암칼럼] 자본주의 단점 빈곤의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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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광복 이후 남과 북이 분단된 지 80년을 앞두고 있다. 남은 미국의 방위권역 아래 북은 중국과 러시아의 그늘에서 서로 총구를 겨누며 대치 중인 가운데 여전히 종전이 아닌 잠시 쉬자는 휴전상태다.

북한의 인권 문제가 국제사회의 이슈로 등장하지만 남한의 자유는 검증되지 못한 채 서방의 문물이 홍수처럼 도입되면서 외관상 화려한 모습과는 달리 내면적으로 곪아가는 것은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고 있다.

발전이란 보다 나은 미래를 전제로 성장해 가야 맞는 것이지 무턱대고 흉내 내다 보면 정작 소중한 가치를 잃게 된다. 대표적인 것이 빈부격차이고 원칙과 상식이 실종된 사회적 분위기가 그러하다.

이미 권력을 잡기 위해 정책적 포퓰리즘이 난무하고 그러한 가운데 분야별 카르텔이 형성되면서 나태해진 국민성과 조금씩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잠식당한 일자리 실종이 그러하다. 인간의 본능이란 앉았다 누울 수는 있어도 다시 일어서기란 힘든 일이다.

충분히 앉아 있을 수 있음에도 자꾸 침대를 권해 눕게 하고 점점 잠들게 만드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국민들은 힘든 일을 할 의지도 없지만 할 능력이 사라지고 있다. 여자는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무출산 운동으로 대를 끊어놓겠다며 정치적 이간질에 동참하고 청년은 1차 산업현장에서 그림자도 볼 수 없으며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다 못해 헬조선이라는 푸념이 고작이다.

언제부터 이랬을까. 오늘은 자본주의 장점이자 단점인 돈 문제에 대해 함께 공감대를 형성해 보자. 먼저 자본주의사회에서 돈이란 가장 중요한 기능과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뭐든지 돈이 잣대가 되고 힘이 되며 권력도 돈을 목적으로 추구한다면 아니라 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문제는 돈의 순기능만 있으면 다행인데 인간 위에 군림하며 인간을 인간답지 못하게 하는 역기능도 있다는 사실이다. 수입구조가 건전하고 투명하며 일한 만큼 벌 수 있는 세상이 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성실이나 근면보다 빠른 정보, 일확천금, 우연과 요행을 바라는 사람들이 많으니 근로의욕 상실과 상대적 박탈감이 지배적인 사회로 변해 간다.

공무원과 기업 외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다가 정년이 되어 노후를 설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처음부터 한방을 기대하며 자영업에 뛰어든 사람들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성공률이다.

개업 이후 끝까지 살아남아 성공하는 확률이 3%에 불과하다는 자영업. 돈이 많았다면 고개 숙이며 고객님의 비유를 맞출 자영업을 하지 않았을 것이고 없으니 벌려고 시작했는데 자기자본으로 출발할 정도면 그리 많은 밑천이 있는 건 아니다.

왜냐하면 풍족하다면 자영업에 뛰어들지 않았을 것이기에 풍족하지 않은 이가 나서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이 그리 녹록지 않은 만큼 퇴직금과 얼마 안 되는 돈을 모두 잃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다.

반면 처음부터 없어서 대출을 냈다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대출도 어렵다. 금융권의 문턱은 높기만 하고 그러다 안 되니 사채시장에 손을 내미는 것이다. 회수율이 낮지만 이자는 높으니 사채 또한 받는 사람이나 해 주는 사람 둘 다 위험한 돈놀이기는 마찬가지다.

제1 은행권이 연리 5%대라면 2금융권은 8%대이고 대부업 신고를 한 업체로 넘어가면 25%대로 뛴다. 사채시장으로 이어진다면 이자는 천차만별이고 이미 법의 사각지대로 접어든 셈이다.

얼마 전 50만원 사채가 7개월 만에 이자만 3,400만원 뜯겼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불법 사채 조직은 채무자에게 최고 연 8,000%대의 살인적인 고금리를 부과했고, 가족과 지인들에게 불법 추심을 일삼았다.

해당 업체는 채무자 가족에 대한 살해 위협까지 일삼았고 이런 사례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불법 사채 피해 민원으로 접수된 것만 매년 약 5,000건으로 나타났다. 채무자들의 평균 대출 금액은 777만 원, 평균 이자율은 연 347%였고 연 8,000%가 넘는 살인적인 이자율에 시달리는 경우도 상당하다.

2021년부터 매년 증가해 2024년 2월까지 약 4,651건이 접수됐지만 이 가운데 구속기소 된 사건은 약 2%에 불과하다. 솜방망이 처벌은 사채시장의 위상을 높여주었고 한 번씩 난리를 치면 잠시 소나기만 피해 갈 뿐 돈으로 인간을 잡는 일들은 과거 조선시대부터 내려온 악습이자 개인 간의 거래인만큼 근절이 어렵다.

돈 가뭄처럼 사람의 애를 태우는 것도 없다. 온라인 대출 카페 등을 통해 불법 사채업자들이 미끼를 던지면 허기진 입장에서 물불 가릴 것 없이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소량의 독약이 잠시 배를 채워도 결국에는 죽음을 맞이하는 것과 같은 것이며 간접 살인이나 다름없는 빚 독촉의 종말은 비극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목이 바짝 타들어 가는 돈 가뭄에 당장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액체가 물인지 독인지 가릴 것이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15만 원을 빌렸는데 원리금이 4,000만 원까지 늘어나는 경우도 있었고 갚을 시기가 지나면 나체 사진을 요구하거나 여성의 경우 성매매로 이어지는 일들도 다반사다.

현행법상 경찰이 당사자 간의 거래를 간섭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특히 지난번 코로나19가 터지며 길거리에 나 앉은 자영업자들은 더더욱 심각한 실정에 직면하면서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각자도생이 얼마나 살벌한 것인지 실감하게 된다.

당시 정부가 연기 해준 상환기간이 도래했고 빚이 빚을 낳는 구조에서 자유롭지 못한 변제 의무는 더욱 가슴을 옥죌 수밖에 없다. 코로나19가 극심할 때 정부는 온갖 명분으로 돈을 뿌렸다.

금융권에서도 정부정책에 따라 문턱을 낮췄다. 개인 사업자 대출을 받는 대출자들의 가계대출을 합산해 추산한 국내 전체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052조 6천 억 원이다.

10%가 넘는 116조 2천 억 원이 저소득·저신용 취약차주(다중채무자) 38만9천명의 몫이다. 이제 어쩔 것인가. 가난은 나라도 못 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