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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암칼럼] 고양이가 햄에 길들여지면
[덕암칼럼] 고양이가 햄에 길들여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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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모든 생태계는 먹이사슬이라는 게 있고 천적 이라는 게 있다. 오직 인간만이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으로 착각하며 최상위층에 머물고 있지만 정작 모르는 게 있다면 인간의 천적은 인간이라는 점이다.

작게는 서로 미워하고 사기 치고 죽이며, 크게는 전쟁을 벌여 영토는 가만히 있는데 인간들만 내땅 네땅 하면서 땅따먹기에 숱한 생명을 희생시킨다.

갈등의 끝자락에 평화를 갈구하는 종교와 영적 결합을 위한 이념과 서로 자신이 옳다는 사상이 등장한다. 물론 안 맞으면 폭력으로 굴복시키고 그 과정에서 작게는 수백 명 많게는 수천 만 명이 영문도 모른 채 저세상으로 가는 인류 최악의 기록들이 그것을 증명한다.

지금 나열한 것은 보이는 살육이다. 하지만 더 무서운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 살인이며 그 피해자는 멀쩡하던 사람들이 어느 날 좌파·우파로 나뉘고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이념 대립에 인간성 말살은 물론이고 심지어 떼를 지어 거리로 뛰쳐나오는 촌극도 벌인다.

오늘은 쥐를 잡던 고양이가 햄에 길들여지면 어떤 현상이 생기는지 알아보자. 고양이는 과거부터 잡식성이었다. 사람들이 징그러워 하는 쥐만 먹으라면 멸종했을 것이고 민첩한 동작과 날쌘 몸집에 손발톱은 예리하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길고양이는 음식물쓰레기 통을 뒤지고 집고양이는 사람들의 손에 키워져 사료를 먹고 산다. 이른바 애묘인들의 증가와 함께 고양이가 안방차지를 하면서 반려견 다음 서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물론 부모님은 서열에도 끼지 못한다.

고양이를 통조림과 사료로 키우면 사냥 본능은 어찌될까. 무디어진 발톱과 비대해진 몸집, 둔해진 행동으로 이제 사료가 없으면 생존이 불가능할 만큼 무능한 가축이 되어버린다. 현재의 대한민국 국민이 그러하다. 최근 가정으로 배달됐던 선거 공식홍보물을 보면 어떤 후보는 국민 1인당 150만원을 준다하고 또 어떤 후보는 공식석상에서 당장 25만원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 그렇다면 그 25만원에 국민 인구수를 곱해 13조원을 풀었다 치자. 어렵다고 그 돈 까먹고 나면 그 다음은 어쩔 것인가. 당장에 허기져서 죽을 것만 같은 국민은 밥이라도 사먹겠지만 이래저래 먹고 살만한 사람까지 모두 퍼주면 싫다하지 않겠지만 그렇게 자신의 돈도 아니면서 생색을 내고 표를 받아서 당선되면 그 권력으로 뭘 어쩌겠다는 것인가. 대통령도 그렇다.

국정 운영에 대한 발표나 대국민 대담도 좋지만 하필이면 선거 때 1,000조원의 예산 내역을 공개하고 다닐까. 국민들이 좋다고 더 찍어줬을까. 햄에 길들여진 국민들이 나태와 복지라는 명분의 온갖 수당에 길들여지는 가운데 사람이 없어 산업현장에 외국인들이 범람하고 정작 청년은 일자리가 없어 아무것도 못 한다는 논리에 이 나라의 미래가 암담하다 못해 막막하다. 사람의 본능이라는 게 앉으면 눕고 싶다고 몇 번이나 말했다.

선거 때 홍보물을 보고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는 것은 자신만이 대안이고 나머지 후보는 다 천하에 둘도 없는 흉악범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누가 누굴 탓할까. 더 이상 국민들을 갖고 놀지 말고 햄으로 길들이려 하지 말고 진정한 정치인이 되어 국민들에게 다시 장갑을 끼고 땀을 흘리자고 호소하길 바란다.

단 한명이라도 그런 후보가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현실은 온통 햄으로 표를 사려 미끼를 던졌다. 국민들이 바보라서 물고 삼키며 그 독약으로 배를 채우겠지만 장차 이 나라의 미래는 어쩌란 말인가. 자살을 시도해 응급실을 찾은 환자의 43%는 청소년과 20대 등 30세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5년마다 한번씩 실시하는 2023 자살실태조사 결과를 최근 공개했다. 여성의 응답률이 16.3%, 남성의 13.1%보다 높았다.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높았고 가정생활과 정서적 어려움이 뒤를 이었다. 자살 생각 미경험자와 유경험자 모두 자살이 사회적인 문제라고 느낀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자살을 시도한 뒤로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사업에 참여한 의료기관을 찾은 3만665명의 분석 결과 시도자의 연령대는 30세 미만이 약 43%를 차지했고 20∼30대가 자살 시도자의 57%에 달했다.

원인을 분석 해보면 경험도 부족한 젊은층에게 자영업에 대한 훈련과 사전 지식을 쌓기 보다는 일단 돈을 빌려주고 사업에 실패하면 다시 일어서라고 더 빌려 주고 그래도 안 되면 힘드니 쉰다고 수당주고, 아예 발톱도 뽑고 눈도 실명하게 만드는 것이나 진배없다. 사업 경험과 자산이 상대적으로 적은 젊은 자영업자들의 연체율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해 다중 채무 개인사업자의 연체액 증가율을 연령별로 살펴보면 30대가 62.5%로 가장 높게 집계됐다. 연체율은 29세 이하에서 최고치를 보였으며 30대가 3.90%로 그 뒤를 이었다. 자리를 잡지 못한 20·30세대 젊은 자영업자들이 대출 원금과 이자 상환에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2월말 기준 개인사업자 335만8,499명이 총 1109조6,658억 원의 금융기관 대출을 안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는데 작년에 비해 대출자는 8만4,851명 대출 잔액은 27조400억 원 늘어난 수치다.

이 많은 실업자를 누가 만들었을까. 이미 철밥통을 끌어안고 있는 분야의 사람들은 때 되면 세금으로 조성된 돈으로 꼬박꼬박 시간도 안 어기고 받으니 이런 산술적인 수치에 신경 쓸 일 없을 것이고 젊은 혈기에 경험도 부족한 상태에서 뛰어드니 이런 사단이 난다. 이미 땀 흘리고 머리 숙여 일하는 인내와 노력은 물 건너갔다. 지금 와서 다시 햄을 버리고 쥐를 잡으라 하면 견디기도 어렵고 그럴 능력도 사라졌다.

부족한 일자리에 외국인들이 모두 차지하고 있는데 그들이라고 텃세를 안 부릴까. 지금은 주객이 전도되는 정도겠지만 언젠가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책임자가 되어 내국인들에게 작업 지시를 하는 미래가 찾아올 것이다. 그때는 누가 누굴 탓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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