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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암칼럼] 전반전 끝났다, 2년 금방 간다
[덕암칼럼] 전반전 끝났다, 2년 금방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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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지난 2022년 6월 1일 전국적으로 지방선거가 실시됐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역시 일선 지방자치 단체장이었다.

도·시·군 의원보다 시장·군수가 갖고 있는 공무원 인사권이나 각종 결재권, 심지어 보은인사로 수십 명은 족히 먹여 살릴 수 있으니 줄을 서는 한량들의 눈치 빠른 행동은 2년이 지난 현재 각자 한자리씩 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물론 여기서 공모라는 형식적인 절차도 거치지만 이를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썰렁한 편이다. 혹시나 하고 응모해 봤지만 역시 짐작하는 후보자가 기용되고 괜히 들러리가 되고 마는 것이다.

더 나가면 불편한 사람들이 생길 것 같아 이쯤하고, 어쨌거나 당선이후 인수위를 구성하여 차고 들어간 대부분의 자리가 이제 절반이 지났다. 각 지자체 별로 벌이는 전반적인 운영 분위기는 대동소이하다.

일반 잔치판을 많이 벌인다. 온갖 명분으로 행사를 대대적으로 벌리면서 전임 단체장의 허접함을 대외적으로 증명한다. 마치 새로운 지도자가 광명의 빛을 비추면서 구름 저편에서 갑자기 나타난 구세주처럼 여긴다.

담당 공무원은 뻔질나게 행사 준비에 차질 없도록 예산편성부터 행사 일정에 맞춰 단체장 인사말, 로얄 타임을 잡아야 한다. 가장 인파가 많은 시간에 최대한 큰 박수를 받아내야 점수를 따는 것인데 신기한 것은 이런 노력들이 정기인사 때 효과를 본다는 것이다.

이러니 진급에 목맨 공무원 입장에서는 손바닥 지문이 닳도록 우리 시장님을 외치며 찬양의 목소리도 높아지는 것이다. 물론 일부는 아닐 수도 있겠지만 지난 2년의 전반기 특집 인터뷰나 다른 지자체 단체장들의 보도내용을 취합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무슨 상을 그리도 많이 받는지 심지어 취임하자마자 시정업무를 할 시간도 없이 바로 상부터 탄다. 하지 않은 일을 이미 한 것처럼 타는 상의 이면에는 얼마의 홍보비용이 빙빙 돌아 투입되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음 할 일은 정적 제거다. 전임 단체장이 이러저러한 명분으로 요직에 꽂아놓은 인물들이 임기도 채우기 전에 그만둘 일이 없으니 당연히 남아 있는 자와 누군가는 그 자리에 들어오려고 대기 중인 자들과의 암묵적 전쟁은 피할 길이 없는 것이다.

이렇게 전임자와 현직의 자리다툼에 어떤 문제가 있을까. 당연히 정작 들어와야 할 전문가나 능력 있는 인재들이 못 들어오는 것이다. 물론 중앙부터 문제가 있다. 대통령이 되면 국무위원들. 각종 공기업들. 온갖 요직에 내 사람 앉혀놓고 버티면 정작 현직은 자기 사람 앉히지 못해 골머리를 앓을 것이고 어떤 정책이든 전임자들이 버티면 진행속도나 질적 저하는 피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누가 피해를 볼까. 당연히 시민들이 행정적 서비스의 질적 하락을 감내해야 하고 수십 년간 쌓은 노하우로 구렁이가 된 공직사회가 이제 갓 들어온 신입 단체장을 모시면 얼마나 모실까. 이제 절반 지났다.

1년만 더 지나면 일명 레임덕이 오기 시작하고 더 가면 시장님 말씀이 시장 말로 변하게 된다. 당초 당선될 당시 얼마나 꿈에 부풀었던가. 4년 동안 지역발전에 대한 청사진과 자신만이 개혁과 변화의 영웅이 될 것이라고 다들 착각한다.

하지만 현실이 그리 녹록하지 않다. 반대 정당의 발목잡기나 차기 단체장을 지금부터 준비하며 선거 날짜를 기다린다. 필자가 그동안 인터뷰 했던 수 백 명의 정치인들의 공통점이 있다. 물론 안 그런 후보도 있었지만 당선되면 정기적으로 언론사가 주관하는 인터뷰에 참석하겠다고 겸손하고 공손하게 말한다.

물론 지킨 당선자는 지금까지 한 명도 없었다. 그리고 4년 동안 얼굴 한번 제대로 볼 수 없다. 주변에는 한자리 하려는 아첨꾼들이 줄을 서고 민족의 태양처럼 찬란하게 빛나는 행사를 개최하기 위한 담당 공무원들의 발빠른 움직임만 2년을 채웠다.

일부 단체장과 기초의원들은 해외로 국위선양을 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으로 캐리어 바퀴가 부서질 만큼 끌고 다닌다.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한 속도로 간다. 하지만 지난 2년을 돌아보는 지방자치 단체장의 시계 초침은 이제 점점 더 빨리 돌아간다.

대부분 권력의 맛을 본 단체장들의 우월감은 마약보다 더 중독성이 강하다. 시장님, 군수님, 의원님, 도지사님, 교육감님이라는 끝 자가 사람이 혼을 얼마나 빼 가는지 2년 전 당선자가 지금의 단체장이 과연 같은 인물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달라졌다.

당사자는 아니라 해도 자신도 모르게 주변에서 그렇게 만드는 것이며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게 아니라 자리가 사람을 망친다고 봐야 할 것이다. 간혹 그렇지 않은 단체장도 있지만 대다수가 그렇다는 것이다.

2년 전 이날 단체장들이 능력이 있고 대단해서 당선된 것으로 착각한다면 다음 선거는 미리 접는 게 낫다. 언제부턴가 중단된 단체장의 전반기 특집 인터뷰, 이제는 접었다. 해 봐야 뻔한 스토리이고 잘 하면 몇 푼의 광고비라도 받겠지만 귀히 여기는 지면에 아닌 것을 맞다고 쓰는 것 자체가 훗날 자책감으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선거는 바람이다. 이론상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았다고 뿌듯하겠지만 선거는 공천이 절반이요, 선거 당시 부는 바람의 방향이 남향이냐 북향이냐에 따라 당락을 결정한다. 따라서 당선 됐다고 어깨춤을 출 일도 아니고 낙선했다고 다 망가지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낙선했다가 다시 정계로 복귀하는 몇몇 정치인들을 보노라면 짧은 인간의 삶을 저리도 대우받으며 살고 싶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해외여행 가고 싶으면 돈 벌어서 자유롭게 다니고 남들에게 칭찬과 박수 받고 싶으면 박수 받을 일을 하면 되는 것이지 일시적으로 자리에 준하는 환대를 받았다고 당사자 자신의 인격이나 가치가 동반 인정 받았다고 착각하면 남은 2년은 더 빨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