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팅 업체

[덕암칼럼] 제76회 제헌절
[덕암칼럼] 제76회 제헌절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오늘은 1948년 7월 17일, 대한민국 헌법이 제정 및 공포된 지 76년째 되는 날이다. 일반 국민들이야 기념일로 정해졌지 공휴일이 아니니 별반 반갑지 않겠지만 명색이 5대 국경일이다.

하기야 공휴일로 정해진다 한들 뭐 그리 제헌절에 대한 뜻을 새기고 자녀들에게 교육할까. 대체 공휴일 놀기에 바쁘지 않을까. 어쩌다 대한민국 사회가 공무원과 대기업은 노는날 찾아 먹기에 바쁘고 일반 국민들은 근로기준법만 내세우며 권리만 주장하는 시대로 변했을까.

권리에 준하는 책임은 사라지고 게으름의 극치를 달리거나 아니면 조용히 은둔하는 청년층이 증가하는 것일까. 물론 정답은 욕심 많은 정치인과 함께 춤을 추는 일부 유권자들이 저지른 결과다.

각설하고, 제헌절은 어떤 날일까. 삼일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을 포함해 5대 국경일로 정해질 만큼 대단한 날인데 과연 제헌절에 대해 다음 세대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먼저 제헌절은 기념일에 맞는 노래가 있었다.

“비구름 바람 거느리고 인간을 도우셨다는 우리 옛적 삼백예순 남은 일이 하늘 뜻 그대로였다. 삼천만 한결같이 지킬 언약 이루니 옛길에 새 걸음으로 발맞추리라. 이날은 대한민국 억만 년의 터라 대한민국 억만년의 터” 1절만 부르자면 가사는 이러하다.

가사의 단어를 찾아보면 법을 정하는 제헌절인데 내용은 자연과 인간의 뜻이 하나임을 담고 있다. 대한민국을 억만년의 터라고 두 번이나 반복 지칭하고 2절에서는 “손 씻고 고이 받들어서 대계의 별들같이 궤도로만 사사 없는 빛난 그 위 앞날을 본뿐이로다.

바닷물 높다더냐 이제부터 쉬거라. 여기서 저 소리 나니 평화 오리”라며 별과 바다를 함께 곁들였다. 물론 76년 전 정인보 작사, 박태준 작곡으로 지어진 노랫말이지만 우리 민족의 저력과 자긍심이 곳곳에 배어 있다.

아무리 훌륭한 취지로 정해진 노래고 날이지만 후세 사람들이 기억하지 않고 기념하지 않고 기록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 현실이고 현실이 이어지면 과거가 되고 역사가 되는 것이다.

즉, 현재 대한민국 국민들이 제헌절을 제대로 알고 기념하지 않으면 후손들도 잊을 것이며 결국에는 제헌절 자체가 아무 의미 없는 날로 소멸하고 말 것이라는 우려다. 우리 것은 우리가 지켜내야 하듯 우리 기념일도 우리가 소홀히 하고 망각하면 그 누구도 대신해 주지 않는다.

그저 노는 날로 만들자는 취지와 목소리는 높았다. 누구 목소리였을까. 노무현 정부가 주5일제를 시행하자 재계에서 근로 시간 감축에 대한 우려로 공휴일 축소를 요구했고, 제헌절은 2007년을 마지막으로 공휴일에서 제외되었다.

하지만 공휴일 제외부터 반대 목소리가 컸고, 공휴일 확대 및 재지정에 대한 논의가 크게 일어났다. 제19대 국회에서는 백재현, 최재천, 한정애, 전병헌, 황주홍, 김명연 의원이 제20대 국회에서는 한정애, 김해영, 윤영석, 이찬열 의원이 제21대에서는 윤호중, 박완수 의원이 나섰지만 모두 실패했다.

이미 2017년 7월 17일 여론조사 결과 78.4%가 공휴일 재지정에 찬성했으며 특히 20~30대에서는 90% 이상의 찬성률을 보였다. 노는 게 중요하지 제헌절에 대한 의미는 중요하지 않았다.

공휴일이 못될 바에는 제헌절의 의미도 폐지되는 것일까. 일각에서는 놀지 못할 바에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분위기다. 놀지도 못하는 날이 주중에 끼어있다면 그저 평범한 빨간 글씨일 뿐 제헌절에 대한 인식은 점차 사라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제헌절과 국군의 날이 그냥 흔한 평일이 되면서 태극기를 게양한 가정이 거의 없어졌다. 쉬지를 않으니 제헌절인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너무나 많아진 것이다. 심지어 제헌절이 국가 공휴일인 시절을 전혀 겪지 못한 2005년생 이후로는 제헌절이 뭔지 아는 사람이 드물 정도이고, 제헌절이 삭제된 달력도 간혹 보일 정도다.

제헌절을 이날로 정한 배경에는 1392년 7월 17일 이성계가 고려 공양왕으로부터 선위 형식으로 왕좌를 넘겨받으며 조선 왕조를 개창하고 태조로 즉위한 건국의 날이다. 과거 역사와의 연속성을 고려해서 일부러 조선 왕조의 건국일인 7월 17일에 맞추었다는 설도 있다.

돌이켜보면 1991년부터 2012년까지 21년 동안 한글날도 공휴일에서 제외되었다가 2013년부터 다시 공휴일이 됐다. 이제 청소년층에서는 제헌절이 언제인지 모르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물론 다른 공휴일이 언제인지는 거의 다 안다. 2007년까지는 모두 공휴일이어서 2004년생까지는 제헌절 날 공휴일인 만큼 유치원 및 어린이집에 가지 않고, 집에서 쉬었던 경험이 마지막으로 존재하는 세대다.

세월이 흘러 2024년 국회는 어떨까. 초대 이승만 정권에서 시작된 대한민국 국회는 76년이 지난 지금까지 하루도 조용할 날 없었고 한 번도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은 적이 없었다. 지금도 제22대 개원식도 하기 전에 싸움판이다.

헌법을 정하는 국회가 처음 시작했을 때 이러려고 어렵사리 개원했던가. 누구 책임일까. 누가 제헌절도 쉬지 않는다고 망각의 길로 접어들었고 누가 지금의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었을까.

더 말할 나위도 없이 국민이다. 억척같이 살아보겠다고 피땀 흘려 노력한 국민들이 다시 일궈놓은 나라를 현세대가 말아먹고 있는 것이며 다음 세대는 그나마도 희망과 꿈조차 없어지는 미래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제 나라 헌법을 정하는 날도 쉬지 않는다고 잊어버리는 국민인데 무슨 말을 더할까. 기름진 거름과 맑은 물을 주면 신선하고 깨끗한 과일이 결실을 보고 척박한 토질에 더러운 물만 주면 나무의 과실은 멍들고 못난 것만 열린다.

지역감정에 얽매이고 지연·혈연·학연에 얽혀 누가 누군지도 모르는 암흑선거를 계속 치르고 있는 한 제헌절은 조만간 폐지될 가능성이 높다. 주권자인 국민이 기억하기 싫은 날이 유지될 수 있을까. 아니면 공휴일로 만들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