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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작품론] 이천국제조각심포지엄 출품작
[김성호 작품론] 이천국제조각심포지엄 출품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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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순서 1. 이송준 (대한민국) 2. ANNA RASINSKA (폴란드) 3. MAJID  HAGHIGHI (이란) 4. 이상길 (대한민국)(사진=이천국제조각심포지엄)

[경인매일=이상익기자] 테레사 라신스카의 ‘정물의 기하학 No. 2’ – 우주를 담은 기하학 추상 조각

폴란드 작가 아나 테레사 라신스카(Anna Teresa Rasinska)의 '정물의 기하학(Geometry of the still life) No. 2'은 정물화의 전통 형식인 삼각형의 안정적 구조를 바탕으로 다양한 기하학적 도상들이 서로 얽히고설킨 다양한 배치를 선보인다.

그녀는 최근작에서 기하학적 도상들이 마치 식물이나 동물과 같은 유기적 형상으로 변형되거나 에너지의 형상처럼 “자유롭게 변형되는 부드러운 구조의 조각”을 실험한다. 따라서 그녀의 조각은 실제로는 움직이지 않지만, 역동적인 변화의 운동을 포착한 정중동(靜中動) 상태의 정물 조각으로 자리한다.

특히 라신스카는 “한 변의 길이가 1미터인 정육면체의 부피”를 가리키는 세제곱미터(Cubic meter, m³)의 형태를 변주하는데, 그 변화의 양상은 “행성, 별, 은하계 그리고 모든 형태의 물질과 에너지를 포함한 모든 시공간과 그 내용물 모두”을 일컫는 우주(universe)의 에너지, 즉 혼돈의 카오스에서 질서의 코스모스로(혹은 반대로) 이동하는 역동적인 에너지를 닮아 있다. 가히 ‘우주를 담은 기하학 추상 조각’이라고 할 만하다.

마지드 하그히기의 ‘크리스털 넥서스’ – 되기를 실현하는 조각

이란 작가 마지드 하그히기(Majid Haghighi)의 'Crystal Nexus' 연작은, ‘성장하여 일정한 형상을 이룬 결정체’인 크리스털과 ‘어떠한 것들의 연쇄적 결합’을 의미하는 넥서스를 결합하여, ‘미래의 새로운 혼성 주체’를 상상하고 조각의 언어로 제시한 것이다.

그의 작품은 반투명의 보라색 플랙시글라스(Plexiglas) 시트가 마치 인간 뇌의 주름(혹은 꽃)처럼 무수한 겹을 이룬 채 똬리를 틀고 있는 기묘한 형상을 동물(혹은 곤충)의 세 다리가 떠받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주름진 인간의 뇌 혹은 활짝 핀 꽃의 형상이나 관절처럼 금속 조인트로 연결된 기계 다리 형상의 결합을 통해서 이 기이한 기계 생명체가 식물/동물/인간/기계 사이를 오가는 이종 혼성의 존재임을 드러낸다. 그의 작품은 인간뿐만 아니라 기계와 같은 비인간 또한 동일한 ‘행위자’로 간주하는 철학자 라투르(B. Latour)의 자연의 정치학을 미술의 언어로 실천하는 셈이다. 한마디로 ‘~ 되기를 실현하는 조각’이라고 하겠다.

이상길의 ‘콘택트-투게더’ - 자연을 입은 조각

이상길의 'Contact-together' 연작은 자연의 조약돌이라는 미시 대상을 작업으로 끌어들여 대자연이라는 거시 대상을 이야기한다. 이 조약돌은 곧 자연이자 인간과의 관계를 의미하는 메타포로 작동한다. 화성암처럼 단단해지고(생), 변성암처럼 시련을 겪다가(로병) 퇴적암처럼 흙과 몸을 섞는(사) ‘돌의 순환’은 인간의 생로병사와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이는 까닭이다.

그의 작품의 제재는 조약돌이라는 자연이지만, 작품의 소재는 화강석이라는 자연물과 스테인리스 스틸이라는 인공물이 하나의 쌍을 이룬 것이다. 작품의 형식은 자연물의 외형과 닮아있는 재현의 소산일 따름이지만, 그 내용은 자연과 인공이 맞물려 있는 현실을 사는 현대인에게 전하는 생태미학적 사유를 함유한다.

관객은 조약돌 형상을 품은 한 쌍의 자연 이미지 앞에서 조약돌이 간직한 과거의 시간을 더듬어보면서 저마다 자기의 과거 시간을 되돌아보고 ‘다시 숨쉬기’하는 충전의 힘을 얻게 된다. ‘더불어, 함께’라는 공존과 공생의 생태적 사유를 곱씹어보면서 말이다.

이송준의 ‘인피니티’ - 낯선 즐거움을 전하는 판타지 조각

이송준의 'Infinity' 연작은 ‘스테인리스 스틸 볼’이 지닌 볼록 거울 효과를 극대화하는 작업을 통해서 관객에게 ‘판타지의 세계를 ‘지금, 여기’의 현실 공간에 실감 나게 부여한다.

그도 그럴 것이 버핑(buffing) 작업이 완료된 ‘스테인리스 볼’ 오브제들을 마치 공을 둥그렇게 싸 감듯이 집적하여 구(球)의 형태를 만들고 그 안의 공간을 비워둠으로써, 크기가 제각기 다른 스테인리스 스틸 볼이 지닌 볼록 거울 효과를 통해, 내부로부터 촉발하는 무한에 가까운 공간을 환상적으로 선보인다.

스테인리스 스틸 볼의 미러 표면에 왜곡된 현실 이미지를 무한대에 가깝게 복제하고 반영하는 그의 'Infinity' 연작은 가히 ‘허상(虛像) 위에 허상’을 구축한 판타지의 공간이라고 할 만하다. 그것은 관객에게 익숙한 현실과 색다른 비현실을 중첩한 ‘낯선 즐거움’의 세계로 초대한다.

김성호(Sung-Ho KIM,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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