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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암칼럼] 어째 이런 일이
[덕암칼럼] 어째 이런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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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나라 꼴이 가관이다. 너나 할 것 없이 하늘이 무서운 줄 모른다.

한때 식민지 시대를 겪으면서 나라 잃은 서러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선친들이 아직도 수없이 살아계시니 불과 79년 전의 일이었다.

1910년 경술국치일 조선을 통째로 팔아넘기고 자손 대대로 떵떵거리며 살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적어도 국가경축일에 대한 예의 수준이 이러지는 말아야 한다.

1945년 광복 이전 일제 36년간 국권 상실이 가져온 일반 국민들의 삶은 얼마나 처참하고 피폐했던가. 미국의 원자폭탄 덕분이었든 일본의 패망이 바닥을 보았든 조선은 해방의 기쁨을 누렸다.

거리마다 태극기를 흔들며 나라 잃은 서러움을 다시는 겪지 않으리라 다짐했고 이후 동족상잔의 비극까지 겪어냈던 대한민국이었다.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고 북한보다 훨씬 더 가난한 나라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다.

이번 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이 스포츠 열강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8위를 기록했을 때 북한은 68위를 기록했다. 국방, 경제, 문화예술, 스포츠, 복지 등 모든 분야에서 눈부실 발전을 거듭할 때 국권 회복을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순국선열들이 얼마나 뿌듯하고 보람을 느꼈을까. 후손들이 마음껏 자유를 누리고 전 세계 모든 곳에서 태극기를 휘날리는 모습에 더없는 기쁨을 공감했으리라.

광복 이후 세월이 흘러 1982년 설립되어 1987년 8월 15일 개장한 천안의 독립기념관은 국가 보훈부가 관리하는 정부 소유의 기념관으로 160명의 직원이 상근하고 있는 시설이다. 총 1,000억 원의 공사비 중 국민 성금 706억 원에 정부자금 246억 원으로 조성되어 사실상 건립비용의 절반 이상이 국민들이 갹출한 돈이니 국민이 만든 것이라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이 과정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은 일본과의 과거사 협상에서 40억 달러를 받아냈으니 실제로 정부 돈은 안 들어간 게 아니라 오히려 벌어들인 셈이다. 일본이 순순히 돈을 줄 나라도 아니고 독립기념관 건축에 들어가는 모든 원자재는 일본산으로 짓게 했으니 순국선열들의 영혼은 죽어서도 일본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인가 완공 1년 전 화재가 발생해 개관이 1년 연장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안중근 선생의 영혼이 불을 지른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제정신이 박힌 대통령이었다면 그 돈 안 받고 우리나라 산천에서 자란 목재나 석재로 지었을 것이란 생각이다. 아무튼 독립기념관은 많은 국민들이 순국선열의 뜻을 기리고 광복에 대한 의미와 식민지 시대의 참상을 체험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들에게도 필수 관광코스로 알려져 많은 사람들이 일제강점기 횡포와 조선의 수난을 직접 목격하고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자료들을 통해 광복의 뜻을 새겨볼 수 있는 곳이다. 독립기념관법 제1조 목적을 보면 국민의 투철한 민족정신을 북돋우며 올바른 국가관을 정립하는데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러한 독립기념관이 최근 제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물질적 기능이 아니라 상징적 의미를 상실했다는 것이다. 1987년 개관 이래 식민지 기간과 같은 36년간이나 광복절 행사를 잘 치러오다 2024년 8월 15일 광복절 행사가 전격 취소된 것이다. 원인을 보면 8월 8일 윤석열 대통령이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을 임명하자 민족문제 연구소를 비롯해 광복회 등 역사 관련 단체들과 더불어민주당 주요 정치인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뉴라이트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임명을 취소하라며 친일 인사를 임명한 윤석열 정권은 퇴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반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지난 12일 독립기념관은 개관 이래 37년 만에 처음으로 경축행사를 부득이하게 취소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당초 독립기념관은 15일 광복절에 맞춰 겨레의 집에서 독립운동가 후손 및 참가 희망자 100가족 등과 함께 경축식을 열기로 했다. 신임 김형석 독립기념관 관장이 불참하고 서울에서 진행하는 정부 주최 광복절 행사에 참여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친일인사라는 각계 각층의 주장에 부합되는 처사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독립기념관에서 광복절 행사를 하지 않으면 어디서 할 것인가. 어디서 하든 독립기념관보다 더 의미 있고 중요한 장소가 있을까. 서울에서 천안 가는 길이 멀어서일까 아니면 일본 정부에서 보는 견해를 의식해서일까. 어떤 이유였든 이래서는 안 되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발끈하며 제대로 한 건 잡았다는 분위기다.

현 정부를 친일로 몰아붙이며 국민들의 반일 감정에 불을 붙인다. 국경일이란 국가 차원에서 축하할 날이라는 뜻이다. 어쩌다 나라 꼴이 국경일 행사조차 정쟁의 빌미가 되어 하네 마네 난리를 치고 서로 물어뜯는 형국으로 가고 있을까. 대체 국민들을 의식하기는 하는 것이며 자라는 아이들 눈에 어떻게 비칠지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이러고도 애국하라고 교육할 것이며 나라 잃은 서러움을 겪어보지도 않은 정치인들의 머릿속에는 뭐가 들었을까.

자고로 있을 때는 그 가치를 모른다. 꽃이 지고서야 봄이었음을 알게 되듯 말이다. 약소국이 식민지가 되는 것은 세계 전쟁사를 보면 흔한 일이다. 그렇다고 다시 식민지가 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적어도 있을 때 잘 지키는 것도 현세대의 책임이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말한다. 인사가 만사라고 했다. 임명권은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신뢰와 자리에 걸 맞은 자질이 병행될 때 더욱 빛이 나는 것이다. 고위공직자의 자리는 인맥이나 친분보다 인성, 품성, 자질과 해당 분야에 걸맞은 경력, 실력과 리더십까지 모두 고려해야 한다.

그래야 야당과 관련 분야의 관계자들로부터 지금 같은 야유나 비난의 소리가 안 나는 것이다. 적어도 국경일조차 지켜지지 않는 현재 상황은 훗날 미래에 뭐라고 적힐지 고민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