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팅 업체

[덕암칼럼] 예산도 늘고 오보도 늘고
[덕암칼럼] 예산도 늘고 오보도 늘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지난 장마철로 인해 전국에서 피해가 속출했던 가운데 기상청의 일기예보가 또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미 기상청의 오보율은 국회에서도 질책을 받은 바 있으며 틀린 예보로 인해 국민들의 분노와 피해도 극심한 실정이지만 이렇다 할 개선책보다는 예산만 늘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특히 비 피해를 보상할 마땅한 규정도 애매모호해 수재민들만 발을 동동 구른 채 시간이 약이 되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연재해라는 게 피해 사진만 대문짝만하게 뉴스의 화제가 되었다가 다시 날씨가 정상을 되찾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한 일상을 되찾는다.

물론 비 피해를 본 농가나 재난지역 사람들만 망연자실하게 된다. 어쩌다 정부 관계자나 공직자들이 방송국 카메라 기자들을 동원해 현장에 나타나지만 그때뿐이다. 차라리 안 나타나는 게 더 낫다.

이미 기상청의 오보를 비아냥 거리는 오보청, 또는 구라청이라는 속어들은 모르는 국민이 없을 만큼 알려진 단어다. 문제는 개선의 여지를 찾아야 하는데 아직도 선진국의 인공위성에서 받은 정보가 더 정확하다.

이번 장마철에도 비 피해는 여전했다. 사전에 어느 정도라도 맞았다면 줄일 수 있었던 피해들이 전국에서 대대적으로 발생했다. 축구장 1만 3천 개 정도의 면적이 물에 잠기면서 출하를 앞둔 수박과 참외 같은 제철 과일은 물론이고 채소들도 제대로 건질 게 없을 정도로 농가 피해가 컸다.

충남 논산의 멜론 농장과 근처 수박농장도 순식간에 불어난 흙탕물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잎채소인 상추는 물에 잠기면 축 처지고 시들어 사실상 폐기해야 한다. 시간당 100mm 폭우에 양계농장도 닭과 오리 등 33만 9천 마리가 폐사했다.

전국적으로 농작물 9천500ha가 침수됐고, 88ha가 유실됐거나 매몰됐으며 벼가 7천400ha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충남 부여군 구교 저수지 제방, 충북 영동지역 제방, 전북 완주 제방은 위험천만한 상한선을 찍었다.

금강 하구의 대표적인 농촌마을 전북 익산시 망성면은 전체가 물에 잠겼다. 방울토마토 농장과 우렁이 농장은 수중농장이 됐다. 경북 영양의 복숭아 농사도 엉망이 됐고 채솟값은 천정부지로 인상됐다.

충남 금산군에서는 무리한 공사 강행으로 21억원이 투입된 파크 골프장이 이번 수해로 황폐화됐다. 국비 6억 원, 군비 15억 8,600만 원이 개장 열흘 만에 물에 떠내려간 셈이다. 충남 논산의 한 오피스텔 지하 2층에서 엘리베이터와 승강기가 침수되면서 남성 1명이 숨지는 일도 발생했다.

해마다 폭우로 인한 인명피해는 예견된 인재라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 2022년 오보율은 매우 심각한 국민적 불신을 초래했다. 한국경제신문 자체 분석 결과 기상청의 강수 예보 2번 중 1번꼴로 비가 오지 않았다.

과잉예보 추세는 더욱 강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날씨의 영향을 받는 농업, 스포츠, 건설 등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 보다 정교한 예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보율은 2019년 42%, 2020년 40%를 기록했고 지난 2021년 45%로 뛰면서 과잉 예보 경향은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속되는 과잉 예보는 농가에 치명타를 안겨주었다. 미리 수확한 상추는 생육기간이 짧아 하루만 일찍 따도 상품가치가 크게 하락한다.

생육기간이 조금만 차이 나도 상품 가치가 달라지니 하루라도 더 키워보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였지만 기상청의 오보율로 농사를 망쳤다. 골프장도 비가 오면 예약률이 뚝 떨어진다. 예약 취소가 급증했다가 막상 하늘이 개면 그 손해는 고스란히 업체가 떠맡아야 한다.

어디에 하소연할 곳도 없다. 특히 공사현장은 더욱 일기예보에 민감하다. 건설현장에선 폭우가 예상되면 배수 기계 준비, 대형 천막 설치 등 일할 거리가 늘어나 인력을 1.5배로 대기시켜야 한다.

이쯤 되니 민간 기상업체의 예보가 더 잘 맞는다는 인식이 증가하면서 2020년 상용화된 국내 수치예측 모델 킴의 예측성능은 유럽연합, 영국, 캐나다 등에 이어 세계 6위 수준이다. 또한 기상청 예보 앱이 아닌 체코나 미국에 본사를 둔 해외 앱이 오히려 더 인기다.

앱 부문 상위권 앱 중에서 가장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은 체코의 윈디닷컴이다. 미국의 아큐웨더 역시 가입자가 대폭 늘어났다. 국내 기상청도 날씨 알리미가 있지만 윈디닷컴에 크게 못 미친다.

한국인이 한국의 날씨를 알기 위해 외국의 앱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쯤되면 기상청의 예산과 인원 그리고 신임 기상청장의 설명도 들어볼만하다. 기상청 세출 규모는 2024년 총 4,482억 원으로 급증했다.

여기에 기후 대응기금 9억 원을 추가하면 총액은 4,491억 원이다. 세부적으로 지상고층 기상 관측망 확충 운영 218억에서 351억으로 상향, 해양기상 관측망 확충 및 운영 138억에서 158억원, 기상레이더 운영 81억에서 90억원, 선진 예보 시스템구축 및 운영 99억에서 141억원, 지진 관측망 지진조기경보 시스템 구축 및 운영 118억에서 150억원, 지역 기후정보 생산 및 활용 기후변화 상황지도 39억에서 65억, 기후변화 감시 서비스 체계 구축 및 운영 20억에서 25억, 한국형 도심항공 교통안전 운용체계 핵심 기술 개발 28억 신규로 편성, 기상과학관 박물관 운영 73억에서 93억 원으로 인상, 기상 기후 교육에 17억에서 32억 모두 인상됐다.

이쯤 되면 오보율도 예산도 같이 인상된 셈이다. 상주하는 직원도 본청 429명, 소속기관 687명, 한시 정원 4명을 포함 총 1,120명이나 된다. 장동언 신임 기상청장은 기후변화로 여름철 호우 패턴이 바뀌며 예측이 더 어려워졌다며 100년만의 강수가 이젠 30년에 한 번씩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어 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대기가 머금을 수 있는 수증기량이 10%가량 많아지는데 한반도의 지면 온도가 지난 100년 만에 2도 높아졌다는 점이 잦은 호우의 원인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늘이 하는 일을 사람이 말해야 한다. 그래도 어느 정도는 맞춰야 하지 않을까. 아니면 모든 기상예보를 민간업체가 경쟁적으로 도맡아 질적 향상을 기대하는 것도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