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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암칼럼] 8월의 달력을 넘기며
[덕암칼럼] 8월의 달력을 넘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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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또 한 달이 지나갔다. 장마로 인해 폭우가 쏟아지더니 아직은 땡볕이 뜨겁고 언제 그랬냐는 듯 들판의 곡식은 점차 가을빛이 역력하다. 8월은 유난히 열대성 폭우도 많았다.

기상청조차 역대 최악의 폭염과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는 소나기를 제대로 맞추기 어려웠다. 여러 분야에서 8월은 뜨거운 이슈들이 산적했다. 티몬 사태로 인한 파장은 파급효과가 매우 심각했다.

정치 분야에서는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회로 국회가 시장판이나 다름없었다. 고함과 질타, 마치 청문회가 아니라 말싸움의 전쟁터였다.

더불어민주당은 노란봉투법과 전 국민 25만 원 지원에 관한 법률을 단독으로 통과시켰고 윤석열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로 전면전 양상을 보여주었다. 김건희 여사의 디올 명품백 관련 조사에서 검찰총장의 패싱도 문제가 되었고 故 채상병 관련 야당의 집중 추궁은 윤 대통령의 격노를 표적으로 집중사격이 난사됐다.

이러는 동안 북한에서는 오물풍선 수천 개가 남쪽 상공을 뒤덮으며 언제든 정확한 지점에 위험물이 장착되어 성공적으로 살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남쪽에서도 보란 듯이 대북 확성기를 통해 북한군의 사기 저하를 목표로 스피커 볼륨을 올렸다.

마치 도박꾼들이 하나 받고 둘, 둘 받고 넷 식으로 판돈을 올리는 분위기다. 이러다 모든 돈을 다 걸고 올인하면 누가 피를 볼까. 한반도에서 전면전 양상이 벌어지면 어떤 일이 생길까. 블룸버그 그룹의 글로벌 경제 분석기관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다양한 변수를 복합적으로 반영한 집합 모델 분석을 활용해 한반도 전면전 가능성과 그 피해 상황을 예측했다.

한반도에서 남북한이 전면전을 벌일 확률은 매우 낮지만 전쟁이 발발할 경우 수백만 명이 사망하고, 경제적 피해도 약 5,527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됐다. 피해 규모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피해의 2배가 넘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해 북한 지도자 김정은과 만나면서 새로운 방위 협정이 체결돼 세계에 또 다른 위험이 추가됐다고 분석했다.

한국 국방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북한은 한국, 일본, 심지어 미국에 대해서도 핵 공격을 할 수 있는 80∼90개의 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8월의 또 다른 이슈는 의료대란의 현재 진행형이다.

국민 건강을 담보로 누가 죽나 전면전을 벌인 보건복지부와 의사협회의 대전은 전공의 집단 사퇴라는 이변을 낳았다. 다행히 이번 사태로 인한 직접적인 인명피해는 미미했지만 전문분야의 사회적 책임감이 결여되었다는 국민적 공분을 피할 수는 없었다.

때를 같이해 의사 부부가 제약회사로부터 수십 억대의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구속되자 유사 범죄의 가능성을 안고 있는 의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위축되어 “나 떨고 있니”라는 분위기다.

고액의 연봉도 가난한 서민들의 빈축을 샀다. 수천 만 원대의 월 급여 수준이 공개되자 뭐가 부족해서 저 난리를 치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일부 환자 가족들이 발을 동동 굴렀지만 수술실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정치, 국방, 경제, 의료 등 예산편성이 집중되는 분야가 불안정한 가운데 파리 올림픽의 승전보는 또 다른 국가의 격을 상승시켰고 국민적 관심도 끌 수 있었다. 8월의 모든 이슈 가운데 가장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예상을 뒤엎은 승리의 이면에는 한국인의 뛰어난 기량을 엿볼 수 있었다. 위로는 문체부와 대한체육회가 예산 편성권을 두고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는 반면 파리 현지에서 보여준 선수들의 투혼은 폭염도 잊게 하는 시원한 소식이었다. 한국인의 재능과 실력에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만약 전 종목에 도전할 수 있었다면 미국이나 중국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도 남음이 있다는 점을 여실히 공감할 수 있었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 차세대 인재 양성의 필요성도 부각되었고 생활체육 활성화에 대한 필요성도 대두됐다.

이래저래 8월은 다사다난했지만 역사의 뒤안길로 남게 됐고 달력은 9월로 넘어갔다. 9월은 추석이 포함되어 19일과 20일 연차 월차만 쓰면 최장 9일간 휴가를 즐길 수 있는 달이다. 다른 주말까지 포함하면 9월의 쉬는 날은 4일을 더하니 총 13일간은 쉬는 셈이다.

공직자와 대기업이야 쉬는 날이 많아 좋겠지만 자영업자나 기타 일해야만 먹고 사는 서민층은 상황이 다르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은 이런 연휴가 힘든 기간이다. 특히 내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30원으로 확정되자 제조업이나 자영업자들은 한숨이 늘어간다.

최저임금 때문에 아르바이트생도 줄이고 나 홀로 사장이 늘어가고 있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쉬는 날이 많으면 매출 손실은 누가 보상해 줄 것인지 대책이 없다는 하소연이다. 물론 최저임금 올라봐야 물가상승이 동반되니 올라 봐도 수령하는 근로자 입장에서는 별다른 체감 효과를 느낄 수 없게 된다.

화폐가치만 떨어지는 셈이다. 경제논리 라는 게 하나의 공동체에서 누군가 이득을 보면 누군가는 상응하는 손실을 보아야 한다. 지방에서는 빈집이 수 십만 채가 넘지만 수도권에서는 청약통장 하나로 수십 억대의 아파트 당첨이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시세차익만도 10억, 20억은 보통이다. 공직자가 정보를 빼돌려 투자자들과 부동산 시세 차익의 수익을 남기면 그 비용만큼 누군가는 땀과 노동을 채워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의사가 제약회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으면 제약회사는 그 비용만큼 약값을 올려야 하고 그 부담은 건강보험공단이나 환자들이 간접적으로 떠안아야 한다.

부당이득이라는 게 당장 눈에 띄는 현금이나 물품을 취하는 것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공기업이나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에서 일하지 않고 빈둥거리다 마땅히 할 일이 없어도 퇴근 시간 늦춰서 초과근무수당 가득 채워 매월 수십 만원씩 챙기면 부당이득이다.

간접 절도범인 셈이다. 과연 얼마나 이런 룰에서 자유로울까. 9월부터는 모든 세상사가 상식선에서 제자리를 찾는 날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