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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암칼럼] 문체부와 대한체육회 전면전 개시
[덕암칼럼] 문체부와 대한체육회 전면전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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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한쪽은 정부기관이고 또 다른 한쪽은 기관 산하에 있는 단체다. 얼핏 보면 각기 다른 집단의 전쟁 같지만 사실상 갑이 을을 상대로 법대로 하겠다는 취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이번 대립에 앞서 짚어봐야 할 사항은 약 8년 전 추진되었던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 배경이다. 당초 1991년 창설된 국민생활체육회가 인원수의 증가로 정치집단으로 변질되면서 2016년 3월 21일 통합을 시작했다.

1920년 초대 장두현 회장을 시작으로 28대에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 회장을 맡은 바 있고 지금은 40대와 41대를 연임한 이기흥 회장이 3선을 추진하고 있다. 프로와 아마추어가 통합하면 말이 통합이지 사실상 생활체육은 와해 내지 해산된 것이나 진배없었다.

당연히 반발과 진통이 따랐고 숱한 과정을 거친 끝에 때마침 코로나19가 창궐했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집합 금지 선포로 온 국민들의 발목을 묶었다. 안 그래도 통합 과정에서 혼란이 있었는데 이처럼 좋은 기회가 또 있을까.

신기한 것은 무슨 바이러스가 프로선수들에게는 감염되지 않고 일반 국민들에게만 전파될까. 코로나 기간에도 일본 도쿄 올림픽이나 기타 실업팀의 온갖 경기가 다 진행됐다. 심지어 관중도 없는 무관중 경기가 곳곳에서 벌어졌는데 선수들에게는 바이러스가 옮겨지지 않는다는 보건안전법이라도 있었던가.

어쨌거나 그렇게 완전히 실종된 국민생활체육의 시초는 스스로가 만든 무덤 파기였다. 자고로 체육단체란 설립 목적이 지켜져야 하는데 인원수가 많다 보니 선거 때마다 실질적 힘을 과시하며 말이 체육단체지 정치집단이나 별다를 바 없었다.

엘리트와 동호인의 성격은 전혀 다르다. 국가대표, 실업팀, 기타 체육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과 서로 취미가 같아 아침이면 축구, 배드민턴, 구보나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이 맞 붙으면 당연히 프로가 이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게 어렵사리 통합된 대한체육회는 한해 평균 4,2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손에 거머쥐고 산하 종목별 단체장과 지역 협회장 등 전국적인 조직을 거느리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국민생활체육이라는 거추장스러운 조직도 사라지고 이제 모든 권력은 한곳으로 집중됐다. 예산도 넉넉하고 거의 사조직화 된 대한체육회의 내부적인 문제점은 점차 문체부의 눈엣가시처럼 걸리기 시작했다.

2018년 자원봉사자와 대면해 사과했다고 했으나 출근도 하지 않은 점이 드러나 갑질 사과라는 오명을 남겼다. 같은 해 국정감사에서는 E스포츠를 스포츠가 아니라고 했다가 2019년 심사를 거쳐 재가입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이어 체육계 성 추문 사건이 터지고 2020년에는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최숙현 선수의 상습폭행 관련 진정을 외면했다가 결국 최 선수는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2021년에는 체육계 학교폭력 가해자 전수조사에 제대로 답변조차 못했으며, 2023년에도 산악훈련을 강행했다가 부상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2024년 파리 올림픽을 대비해 해병대 캠프를 운영에 대한 행정절차도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8월에는 체육회 직원이 다른 직원의 월급을 빼돌려 비트코인에 투자하는가 하면 선수촌 카드로 소고기를 구입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파리 올림픽에서는 안세영 선수가 협회를 비판하자 이기흥 회장이 직접 나서서 반박했으며, 폐회식에서도 피곤하다는 이유로 짧막한 소감만 남긴 채 금메달 영웅들에 대한 해단식을 취소했다.

사태가 이쯤 되자 유인촌 장관의 인내도 바닥을 드러낸 채 관련 예산을 직접 집행하겠다며 사실상 목조르기를 시작했다. 내년 생활체육 예산 중 일부인 416억 원을 대한체육회를 거치지 않고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직접 집행하는 것에 대해 체육보다 다른 것을 하게 되면 관심 밖으로 밀려난다고 경고성 첫삽을 들었다.

416억 원은 문체부가 올해 대한체육회에 지급한 생활체육 전체 예산 1337억 원의 31%에 해당하는 액수다. 생활체육 부분을 포함해 문체부가 대한체육회에 지급하는 예산은 총 4200억 원이다.

대한체육회는 이 예산을 시·도 체육회와 종목 단체에 지원해 왔으나 정기 감사나 업무 점검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적을 받아왔다. 유 장관은 생활체육, 학교체육, 엘리트체육에 관한 정책은 2008년과 비교했을 때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전반적인 개혁 방안과 정책 방향 설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론은 돈의 위력을 누가 잡느냐 인데 문체부가 결정한 2025년도 총 예산은 7조1214억 원으로 올해 대비 1669억 원 증가했다. 이 가운데 체육 분야는1조6751억 원으로 부문별 예산 중 가장 많이 증가했다.

막대한 체육예산은 결국 국민세금으로 조성된 것임에도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생활체육에는 사실상 까다로운 절차와 그들만의 룰을 정해 멀고도 먼 이야기로 남아있다. 특히 지자체로 편성된 예산은 지자체장의 결정권이 좌지우지됨에 따라 지자체 단체장의 홍보용으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행사 때마다 단체장이 나타나 자신을 홍보하는데 활용되고 있지만 윗물을 혼란으로 아랫물의 혼탁은 아예 거론 대상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생활체육은 일반 국민들이 종목과 지역을 넘어 언제 어떤 환경에서든 자연스럽게 넘나들 수 있도록 문턱이 낮아야 한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도 보았듯이 스포츠는 국가 간에 총성도 없고 희생도 없는 지구촌 축제다. 국위선양의 기회이며 인류의 가치를 높이는 바로미터다. 이런 면에서 한국인 특유의 재능과 기상이 제대로 발휘된다면 역대 올림픽 기록을 모두 깨고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시상식에서 애국가를 울려 퍼지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체육계는 대혁신이 필요하다. 특정인의 권력을 받쳐주는 도구가 아니라 온 국민이 자유롭게 활동하고 즐기며 체력을 키우는 발판이 되어야 한다. 그러한 측면에서 대한생활체육회의 목표는 더욱 선명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