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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암칼럼] 돈보다 사람 목숨이 귀하다
[덕암칼럼] 돈보다 사람 목숨이 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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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돈이란 있다가도 없다가도 있어서 서천, 서쪽 하늘의 뜬구름이라 했다. 세상 걱정 중 가장 쉬운 게 돈 걱정이다.

이 두 가지는 필자의 모친께서 수시로 하시던 말씀이셨다. 하지만 막상 살아보니 돈은 먹구름처럼 모여 있는 곳에서 흩어지지 않았고 걱정 중 가장 큰 걱정이었다.

글이나 쓰는 논객의 입장에서 신기한 것은 돈이라는 존재가 죽을 만큼 힘들면 겨우 숨 쉴 만큼만 생겨나서 포기도, 진전도 할 수 없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돌이켜 생각하면 글을 쓸 수 있는 여건 중 하나가 가난이기도 했다. 등 따습고 배부르면 졸려서 잠을 잘 일이지 글을 쓸 수 있었을까 하는 말이다. 어쨌거나 돈이란 원한다고 잡히는 것이 아닌 것을 보면 서천에 뜬구름인 것은 사실이다.

손톱 밑에 가시만 박혀도 아프다고 난린데 사지 멀쩡하고 두 눈이 보여 글을 쓸 수 있으니 건강보다 돈 걱정이 더 쉽다는 말씀도 일리가 있다. 오늘은 돈보다 사람 목숨이 귀하다는 의미에서 조금 힘들다고 포기할 것이 아니라 당장은 죽을 것만 같아도 살아보면 살아지는 게 삶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극단적 선택이란 살아 있는 사람이 스스로 생목숨을 끊는 경우이다. 필자가 경찰서 출입 기자로 십수 년 간을 보냈는데 파출소에서 해결되지 못하고 본서 당직실까지 올라오는 기록을 보면 하루에도 수 명씩 변사체로 발견되곤 했다.

물론 사고사나 질병으로 인한 사망도 있겠지만 간혹 자살로 인해 소중한 목숨을 잃는 경우도 볼 수 있었다. 굳이 매년 통계가 어쩌고 원인을 분석한 확률이 저쩌고 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라 당사자가 되고 보면 함부로 말할 것이 못 된다는 점이다.

혹자는 사람이 살려고 마음 먹고 노력하면 안 될 일이 어디 있으며 자살은 의지력이 부족한 못난 사람이나 하는 것이라고 치부한다. 오죽하면 그랬을까 라는 측은지심도 중요하지만 당사자의 선택은 당사자만이 아는 것이다.

극단적 선택은 돈이 많거나 지위가 높은 것과 무관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서민층이나 자영업자, 또는 문화예술 체육계의 유명인들이 유명을 달리하는 것은 돈과 무관하지 않다. 현실적으로 돈은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척도가 된다.

없다고 삶을 포기한다면 과연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 얼마나 남을까. 문제는 현재의 통계도 밝히고 싶지 않을 만큼 대한민국의 자살률이 높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중도에 실패했거나 마음으로는 그러고 싶지만 참고 있는 위험 확률까지 포함한다면 실제로 한국은 중병에 걸린 것이나 진배없다.

국민은 죽겠다고 아우성치는데 국회에서는 서로 잘났다고 아우성친다. 선거할 때만 국민이 우선이고 당선되면 국회가 우선이다. 2024년도 자살 사망은 2023년보다 10%나 증가했다. 2023년 전체 자살 사망자 수의 잠정치는 1만3천770명이었다.

하루 평균 37.7명이고 OECD 평균 2배가 넘고 2020년 이후 가장 높은 사망자 수치다. 원인으로는 코로나19 사태 후 사회적 고립과 경제난, 우울·불안 증가 등의 요인이 자살 사망자 수 증가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대한민국이 10만 명당 1위로 24.1명이고 2위 리투아니아 18.5명과는 5.6명 차이가 있다. 1위와 2위의 차이가 크게 나는데 순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런 현상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9월 10일은 21회째 맞는 ‘자살예방의 날’이다. 사회복지법인 생명의전화가 개최하는 생명사랑 밤길걷기 행사도 이어지고 정부의 주요 추진 과제는 자살 예방 실천 메시지 홍보, 모방 자살 방지를 위한 보도 환경 개선, 자살 예방 교육 의무화, 자살 시도자 등 고위험군 발굴 강화 등이다.

생명존중정책 민관협의회는 2018년에 구성돼 이어져 오고 있는 협의체로 복지부 등 6개 정부부처와 종교계·재계·노동계·언론계 등 37개 민간기관이 참여한다. 민간기관 협력 내용으로는 종교계 7대 종단의 생명사랑 희망 메시지와 대국민 캠페인, 재계·노동계의 청년층 대상 자살 예방사업 홍보와 생명 존중 콘서트 등의 성과가 공유됐다.

현실적으로 극단적 선택은 단계가 있다. 필자 또한 자살 예방 관련 학습도 하고 자격증도 취득했지만 예방은 당사자의 입장을 어설프게 안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가장 먼저 바쁘고 정신없는 환경은 그럴 여유가 없다.

아침에 차량정체를 뚫고 출근해 죽어라 일하다가 저녁에 파김치가 되어 겨우 집에 도착하자마자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퍼질 정도면 해당되지 않는다. 다음 특별한 취미나 특기가 있어 삶이 즐겁다면 이 또한 해당하지 않는다.

삶이 무료하거나 금전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면 의지가 약해지고 스스로 포기하면서 다음 단계로 접어들게 된다. 또 남들은 알 수 없이 자신만의 특별한 환경에 처해 공포에 떨고 있다면 이 또한 삶을 저버리게 되는 동기가 될 수 있다.

이 세상에 절망이란 어떤 환경과 비교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개구리 입장에서는 뱀의 그림만 봐도 공포에 질릴 것이고 뱀은 독수리 발만 쳐다봐도 막막해질 것이다. 필자 또한 6번의 죽을 고비와 5번의 극단적 선택이 모두 빗나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지만 절망과 희망의 차이는 생각하기 나름이다.

독자들은 현재 행복하고 살만하신가. 폭염에도 시원한 에어컨으로 더위를 모르고 돈은 계좌에 넉넉하니 어디 손 내밀일 없으신가. 가족은 모두 건강하고 하는 사업은 순풍에 돛 달았으니 아무 걱정이 없으신가.

그렇다면 참으로 다행이지만 혹여 그렇지 않더라도 그 나름대로 살만한 것이 이승이다. 오늘은 어제 죽은 친구가 그토록 그리던 날이란 말이 있다. 혹여 어려움이 돈 문제라면 요즘 한창 유행인 나는 자연인이라는 프로그램이 위로가 될까.

그 프로가 인기 있는 이유는 대리만족이라는 말도 있다. 그 어떤 어려움도 더 극단적인 삶과 비교하면 수월하게 느껴질 수 있다. 덥다 못해 따가운 요즘 가을 햇볕도 언제 그랬냐는 듯 낙엽 지고 추워지면 더위가 잊히는 이치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