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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암칼럼] 불나방의 환상
[덕암칼럼] 불나방의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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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불빛만 보고 날아가는 불나방. 자신이 타 죽는 줄 모르고 날아가지만 다른 불나방이 죽는 것을 보면서도 불빛의 매력에 홀려 죽음을 자초하는 불나방이 대한민국 도처에 날아다닌다면 말려야 할까.

그러든 말든 방관해야 할까. 주식, 도박, 복권, 가상화폐는 물론 경륜, 경마, 투견장, 일명 하우스, 금융 다단계, 기획부동산 등 도박에 가까운 중독 증세를 보이는 허황된 꿈에 빠진 사람들은 오늘도 악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채 한 번만 더, 조금만 더, 곧 터질 것만 같은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언제부턴가 땀 흘리며 일하는 사람이 무식하고 단순한 사람으로 치부되는가 하면 어쩌다 한방을 터트린 당첨자들의 성공사례는 불나방들의 불빛이 되어 끊임없는 재구매를 유도한다. 로또의 당첨 확률은 814만 5,060분의 1이고 일각에서는 수학을 잘 못하는 사람이 내는 세금에 불과하다고 비웃기까지 한다.

하지만 토요일이면 복권방 앞에 길게 줄 서는 장사진을 쉽게 볼 수 있으며 스크린 경마장 또한 일요일이면 주변 주차장이 전쟁터다. 여기에 틈새를 비집고 전화사기까지 설쳐대니 대한민국은 사기 공화국이거나 공짜에 미친 나라라는 오명도 영 틀린 말은 아닌 셈이다.

물론 로또를 사기라고 하는 의미는 아니고 그만큼 희박한 당첨 확률에도 여지없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 또한 혹여 하는 마음으로 간혹 로또를 구매하지만 지금까지 구입한 비용과 당첨 비용을 대비하면 영 턱없는 결과로 남는다.

그래도 혹시나 하고 사게 되는 것이 사람의 기대심리인가 보다. 최근 공정거래 위원회가 2023년도 다단계 판매업자 주요 정보 자료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국내 다단계 판매원은 약 720만 명이고 83%는 한 푼의 수당도 받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단계 판매원은 자신보다 단계가 낮은 하위 판매원의 판매실적 등에 따라 판매업자로부터 후원수당을 받는다. 제 자식의 속을 베어 내 뱃속을 채우는 형상이다. 당장은 어찌 되든 허기만 면하면 된다.

적어도 이러면 안 되는 것 아닌가. 후원수당을 받은 적이 있는 판매원은 17.4%에 불과했으며 판매원 10명 중 8명은 판매 실적에 따른 후원 수당을 전혀 지급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후원수당을 받은 다단계 판매원들이 지급받은 후원수당의 연간 평균은 132만5,000원으로 전년보다 소폭 감소했다.

구체적으로 후원수당을 받은 판매원 중 82%는 연간 50만 원 미만을 수령했다. 연 3,000만 원 이상을 받은 판매원은 0.8%에 불과했다. 후원수당 상위 1% 미만 판매원은 연간 평균 7,108만 원, 상위 1~6%는 평균 734만5,000원을 받았다.

상위 6∼30%는 평균 81만 원, 나머지 70%는 평균 8만 원을 수당으로 받는 등 격차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총 122개 등록업체 중 2023년에 영업실적이 있고 2024년 4월 말 기준 정상 영업 중인 사업자를 조사 대상으로 했으니 이 기준에 따른 지난해 다단계 판매업자 수는 112개로 전년보다 늘었다.

판매원 수도 2022년 705만 명에서 지난해 720만 명으로 2.1% 증가했다. 돈의 규모도 장난이 아니다. 지난 2013년도 다단계 판매시장의 총매출액은 4조9,606억 원으로 전년5조4,166억 원보다 감소했다.

판매원에게 지급된 후원수당 총액은 2022년 1조8,533억 원에서 지난해 1조6,558억 원으로 10.7% 줄었다. 산술적으로 엄청난 돈이 실종된 셈이다. 그렇다면 그 많은 돈은 누가 챙겼을까.

그래도 다단계가 줄어들지 않고 속칭 서버가 해외에 있다거나 자신들도 피해자라며 발을 동동 구르는 중간책임자들을 보면서 끊이지 않는 금융 다단계의 유지현상은 줄어들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결론적으로 당한 사람만 바보 되는 것이다. 자신의 이익을 전제로 투자했으니 형법상 사기죄를 물을 수도 없고 법 앞에서 속수무책 입장이 된다. 법으로 안 되니 감정이 앞서는 것이고 얼마 전 어떤 피해자는 법정에서 울분을 토하다 구속되는 경우까지 있었다.

약 1조 4,000억 원가량 가상자산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받던 가상자산 예치업체 대표를 법정에서 흉기로 찌른 50대 남성에 대해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됐는데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하는 분위기다.

2020년 3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투자자 1만6,000여명으로부터 약 1조4,000억 원의 코인을 받아 빼돌린 혐의를 받고 경영진은 지난 2월 구속 기소됐지만 8월 25일부터 보석으로 석방돼 불구속 재판을 받고 있었다.

하루인베스트먼트 코인 편취 혐의 사건의 피해자인 이 남성은 서울남부지법에서 재판 방청 도중 피고인석에 앉아 있던 하루인베스트 대표의 오른쪽 목을 흉기로 찔렀다. 이 남성은 현행범 체포됐고 피해자는 의식이 있는 상태로 병원에 이송돼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가해자인 이 남성은 집에서 사용하던 20cm 길이의 과도를 가방에 넣어 법정에 반입했는데 출금 중단에 따른 손해에 불만을 품고 범행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금융피해자 1만6,000명은 바보라서 참고 있었을까.

덤벼봐야 소용없기 때문이고 이런 약점을 미리 알고 돈을 가로 챈 경영진의 계산에 말려들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돈 잃고 신세 망치는 꼴이 되어 세상을 한탄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런 금융 관련 도박판이 왜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일까.

땀 흘리지 않고 쉽게 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감언이설을 하는 측도 문제지만 그런 속임수에 넘어가 한몫 챙기려 했던 욕심이 원인이다. 마치 로또를 구입해 결과가 나올 때까지 당첨의 꿈을 꾸는 꿈값이라 여기고 막상 낙첨되어도 별 피해의식 없이 다음 주 토요일을 기다리는 것과 같다.

나라가 가난할수록 번창하는 것이 복권 사업이며 사이비 종교가 그러하고 사이비 언론이 그러하다. 우유에 특정인의 이름을 부르면서 보관해 두면 보약이 된다는 논리가 먹히는 나라.

멀쩡한 하나님을 이리저리 종파별로 나누어 집단으로 분리되는가 하면 종교가 세금 없는 수익사업으로 변질되어 선거자금의 세탁기가 되어도 별문제 없는 나라. 이런 부패부터 척결해야 한다. 그래야 건전하고 밝은 사회가 조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