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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암칼럼] 우물 안의 개구리
[덕암칼럼] 우물 안의 개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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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우리는 특정 공간에 갇혀 세상 물정을 모르는 사람을 우물 안의 개구리라고 부른다. 이런 비유의 어원에는 우물 안의 개구리에게는 바다를 말해 줄 수 없다는 뜻으로, 중국 고사 장자에 나오는 말이다.

자신만이 옳다고 여기는 편견과 아집. 고정관념을 버리지 못하고 독선에 빠진 사람에게 무슨 아량과 배려를 설명할 수 있을까. 우물 안에서 보이는 하늘은 동그란 구멍일 뿐인데 실제로 우주까지 이어진 광활한 공간을 아무리 설명한들 개구리가 납득할까.

알에서 깨어나 올챙이 때부터 우물 안을 전부로 여긴 개구리에게 강과 바다를 설명한 듯 이해할까. 인류가 사회를 구성하는 과정에 수천 가지 직업이 있다. 특정 직업에 종사하다 보면 해당 분야는 해박하겠지만 다른 분야는 문외한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편협한 지식인에게 제아무리 진정한 도의 세계를 설명해 봐야 알아들을 리 없는 것이고 각자의 영역에 안주해 비진취적인 삶을 살게 된다. 해결책이 있다면 자신이 속해 있는 공간과 살아가는 시간과 알고 있는 지식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

알량한 학벌과 지식으로 누구의 말도 거부감을 느끼는 지식의 그물. 주변 환경과 나름 대단하다는 인맥에 얽힌 공간의 그물. 당장의 손익만 계산하고 미래를 감안할 줄 모르는 시간의 그물을 벗어나야 한다.

그게 우물 밖으로 뛰쳐나와 뱀에게 먹힐지언정 새로운 세계를 접할 기회를 얻는 것이다. 스스로 명확하고 똑똑하다고 확신이 강할수록 우물 안에 집착하게 되는 것이다. 요즘처럼 사는 게 힘든 적은 없었다고 아우성친다.

그럴까? 요즘처럼 살만한 시대도 없다. 어려울 때일수록 내가 보는 하늘만이 옳다고 강조하지 말고 다른 사람이 보는 하늘도 인정해 주는 여유가 필요하다. 제목에 연연하다 보니 서론이 길어 본론이 줄까 각설하고, 어떤 여유로든 우물을 벗어난 한국인들의 희로애락을 기념하는 날.

바로 지난 5일은 ‘세계한인의 날’이었다. 사업이든, 유학이든, 아니면 보다 더 다른 삶을 원했든, 한국을 떠나 해외에 정착한 사람들은 쉽지 않은 선택의 결과에 도달했다. 그렇다고 남아 있는 5,200만 명의 한국인이 개구리라는 뜻은 아니다.

이미 1989년 해외여행이 전면 자유화되면서 우물 안의 개구리들은 세상 밖으로 뛰쳐나와 모르는 게 없을 만큼 많이 아는 현실에 직면했다. 과거에는 시골에서 어렵게 농사짓다 자식들만큼은 서울로 보냈다.

일단 서울 사대문 안으로 상경하면 뭘 해도 먹고 사는 길을 찾게 되는 것이고 막상 도심의 화려한 야경과 복잡하고 세밀한 사회구조를 보면서 시골에서의 삶이 얼마나 우물 안의 개구리였는지 실감하게 됐다.

현재 재외동포는 영주권 등을 가지고 해외에서 장기간 체류하는 한국인인 재외국민. 과거에는 한국인이었지만 현재는 대한민국의 국적을 이탈한 외국인과 그의 직계비속인 외국국적동포를 총칭하는 어휘다.

외국에 체류 중인 한국인을 통틀어 동포라고 표기하거나, 한민족의 혈통을 가진 사람에게만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2022년 기준 외국에 나가 있는 한국인은 얼마나 될까. 이미 한국인의 해외 진출은 사업목적으로도 상당한 인원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먼저 중국의 조선족과 한국 국적을 가진 한국인으로 구분되는데 유학생과 사업 등의 이유로 체류하는 사람과 그의 가족들이 거주하고 있다. 이웃 지역인 대만 시민권자들은 중국 국민당과 일했던 조선인들의 후손으로 지금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밖에 일본의 경우 일제강점기 당시에 일본에 건너간 재일 한국인과 조선족들인데 특별 영주자 자격으로 체류 중이다. 최근에는 유학이나 사업 등의 이유로 가는 한국인이 많은 편이다.

그중에서도 베트남이 사업 등등 다양한 이유들로 동남아시아 중 가장 많은 재외동포가 있는 나라다. 한국인들이 그리 낯설지 않은 베트남의 관광지만 보더라도 쉽게 느낄 수 있다. 이웃 국가인 필리핀도 영어를 배우러 가는 사람들이 많다.

필리핀의 20대 여자들은 미국식 영어를 잘 구사하는데 한국에서 귀화한 한국계 필리핀인은 드물지만, 코피노란 이름으로 한국계 혈통이 있는 혼혈이 급증하고 있는 편이다. 말레이시아도 싱가포르와 인접해 사업상의 목적으로 체류하는 경우가 많고 미국은 이미 1960년대부터 친척 초청 등을 통해 정착이 시작된 국가다.

또한 브라질의 경우 불법 체류자에게 관대한 경향이 있어 영주권자 중 상당수가 불법 체류자였다가 사면받은 사람들이다. 브라질과 이구아수 폭포를 경계로 있는 아르헨티나도 1960년대에 아르헨티나가 한국보다 잘 살던 시절에 농업 이민 등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멕시코도 최근 경제가 커지면서 한국인들이 점점 많이 가는 지역이고 이미 구한 말 시절 일본 인력소개업체의 꾐에 넘어가 멕시코에 힘들게 정착한 동포들이 현재 4~5세대까지 대를 잇고 있다.

이들은 일제강점기에 독립 자금을 보내기도 했다고. 이 중 일부는 유카탄반도를 넘어 쿠바로 넘어가기도 했다. 독일은 박정희 대통령 집권 당시 간호사나 광부로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서독으로 일하러 간 사람들인데 지금은 음악을 배우러 유학을 가는 예고 출신 사람들이 많이 가 있는 국가다.

그리고 영국은 영어를 배우기 위한 유학생 증가 등으로 재영 교포가 성장하고 있으며 중앙아시아로 강제로 이주당한 고려인. 일제에 의해 당시 일본 영토였던 사할린으로 강제 징용당한 사람들의 후손인 사할린 한인도 재외동포 인구의 7%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 밖에 남아프리카 공화국 1,195명, 쿠바 약 800여 명, 케냐 500명, 사우디아라비아 1,550명, 카타르 2,450명, 쿠웨이트 453명, 이집트 550명 등을 제외하고는 미미하다. 이렇게 국외로 진출한 한국인의 인구는 2021년 기준 약 732만 명에 달한다.

이는 중국의 화교, 이스라엘의 유대인, 이탈리아 다음으로 많은 숫자다. ‘세계한인의 날’을 맞은 이들에게는 제2의 생일인 셈이다. 어디에 있든지 이들에게는 우리 한민족의 피가 흐르는 것이고 한국인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도록 작은 언행 하나라도 부끄럽지 않은 배려와 격려가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