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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암 칼럼] 사자는 말이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2주년
[덕암 칼럼] 사자는 말이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2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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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1946년 경남 진영에서 태어나 제16대 대통령을 역임하고 향년 62세의 나이로 서거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어제는 2009년 5월 23일 운명을 달리한 그의 12주기 서거일이다.

팬클럽이 많은 반면 정적도 많았고 불의와 타협하지 않은 대가를 톡톡히 치른 탓에 탄핵소추의 위기도 맞았고 친·인척 비리로 조사를 받던 중 일명 부엉이 바위에서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는 결론으로 생을 마감했다.

당시 현장검증과 서둘러 국민장으로 화장한 모든 과정은 지금도 많은 의혹을 남기고 있지만 감히 누구든 심증 뿐 물증이 없는 상태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했던가.

온 국민들의 통곡과 눈물을 뒤로한 채 생을 마감한 그는 가방끈이 짧아도 대통령을 할 수 있고 국민을 섬기는 마음이면 이 땅에 민주주의를 꽃피울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지 재임기간 동안 소탈한 모습으로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권위주의를 탈피한 그의 행보와 약소국이지만 강대국 앞에서도 당당한 의연함이 그 어떤 대통령보다 국민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게 했다.

전 세계 모든 재한동포들은 그런 대통령을 가진 것만으로 자부심이 넘쳤으며 그런 나라의 국민이라는 사실만으로 행복할 수 있었다.

그 누구도 그를 탓하지 않았지만 특정 세력에는 눈엣가시였다. 부족한 점이 있으면 개선하고 나아지려는 노력을 하는 게 맞는 것이지 어찌하든 끌어내리고 흠집 내서 부족한 자신들의 단점을 합리화 시키려는 족속들, 지금도 사회 곳곳에는 이와 유사한 부류가 어디든 있다.

국법에 따라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로 가야 할 묘소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작은 비석 하나만 남기라는 유언에 따라 지금도 국가 보존 묘지 제1호로 지정되어 고인의 마을을 지키고 있다.

6살 때 천자문을 독학하고 마을에서 천재로 소문났지만 부산상고 시절부터 술·담배를 했던 불량청소년, 하지만 죽어라 공부한 끝에 사법고시를 패스했지만 고졸이라는 이유로 합격자 대우를 받지 못했던 시절, 변호사에서 국회의원으로, 다시 낙선을 거듭하다 대통령이 되기까지 그의 행보는 파란만장한 한 편의 영화였다.

“맞습니다. 맞고요” 또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라는 유행어를 남긴 대통령, 취임 초기 검사와의 대화에서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지요”라는 말과 전작권 관련 “똥 별들이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라며 부글부글 끓던 국민들의 속을 시원하게 만들었던 말들이 지금도 많은 국민들의 기억 속에 자리하고 있다.

수만 개의 노란 바람개비를 날리며 국민들의 가슴 속에 오래오래 훌륭한 대통령으로 기억되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검찰은 증거를 조작하고 언론은 보란 듯이 보도하는 안팎의 합창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죽음으로 모든 조사는 마무리 됐다.

마치 그것이 목표였던 것처럼 죄에 대한 벌의 추궁은 끝이 났다.

우리는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이런 대통령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의식 있는 국민들은 말하지 못 하지만 가슴에 그를 묻었고 언젠가 더 나은 지도자가 이 나라를 구해줄 그때를 믿고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하마평부터 시작된 대권주자들의 밑그림 그리기는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리그전에 돌입한 거나 진배없고 나머지 후보들은 예선전부터 출발선상에 올리지도 않았다.

지도자의 철학이나 자질, 국민을 섬기는 천성이나 소신보다는 대추나무 연 걸리듯 온통 인맥을 동원한 전쟁이 시작된 것이나 진배없다.

그래서 당선되면 정승·판서 자리 하나씩 선물 주듯 나눠주는 보은 잔치에 정작 해당 자리에 제대로 된 인물을 찾지 못 하고 나라를 친목 단체의 잔칫상으로 나눠야 하는 악순환이 되는 것이다.

막대한 자금은 하늘에서 떨어지던가. 온갖 후원금은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논리를 벗어나지 않는다. 어떤 바보가 아무 조건없이 대통령 후보에게 자금을 푼다던가.

그리해서 당선되면 이래저래 국책사업이라도 도와줘야 조용하지 입 닦으면 그 입에서 무슨 소리가 나올지 알 수 없다.

이쯤 되면 인맥도 자금도 없이 대통령 자리는 불가능한 것이다. 정당에서는 이미 경선 준비를 하고 국민들은 경선에서 통과된 여야 주자들만 후보인 줄 안다.

이미 언론이 국민을 그렇게 길들여 놓았고 국민들 또한 그런 줄 안다. 진정한 지도자는 인맥에서 자금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당선되어도 인재를 널리 고루 기용하여 조직의 효율을 높이고 돈에 얽매이지 않아 소신껏 국책사업을 추진할 수 있어야 선의의 경쟁자가 일거리를 맡을 수 있는 시장경제 논리가 살아나는 것이다.

대통령은 신이 아니다. 모든 분야에 유능한 사람을 기용하여 종래에는 국민의 안녕을 확신할 수 있는 현실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명분만 요란하고 내실 없는 부서는 과감히 용도에 맞게 바꾸거나 새로운 일거리로 효율성을 높여야 하며 통계에 연연하는 사업은 거품을 빼고 실속을 기해야 한다.

그런 사업이나 부처가 어디 한 두 곳인가. 일자리창출과 저출산 같은 분야가 그러하고 국가 기강을 잡는 사법부의 부패에 대해 엄중히 관련 법을 추가하여 아무나 공직자가 될 수 없으며 되는 것보다 유지·관리가 더 중요함을 깨닫게 해야 한다.

복지를 가장한 온갖 편법으로 놀고 먹으려는 국민들의 게으름을 개선하고 여성은 여성답게 어른은 어른답게 언행을 갖춤으로써 콘크리트 건물에서도 이웃 간의 정이 샘솟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제2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드는 것은 국민들의 깨어있는 정신이면 충분하다. 2022년 3월 그날이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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