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피리
윤일주
햇빛 따스한 언니 무덤 옆에
민들레 한 그루 서 있습니다.
한 줄기엔 노란 꽃
한 줄기엔 하얀 씨.
꽃은 따 가슴에 꽂고
꽃씨는 입김으로 불어 봅니다.
가벼이 가벼이
하늘로 사라지는 꽃씨.
언니도 말없이 갔었지요.
눈 감고 불어 보는 민들레 피리
언니 얼굴 환하게 떠오릅니다.
날아간 꽃씨는
봄이면 넓은 들에
다시 피겠지.
언니여, 그때엔 우리도 만나겠지요.
윤일주(尹一柱 1927년~1985)는 중국 간도성 명동촌에서 태어났다. 그는 시인 윤동주의 동생으로, 용정 홍중(弘中)소학교와 명영신학교를 졸업하고, 만주에서 의과대학을 다녔다.
서울공대 건축과를 졸업한 후 해군에 입대해 장교로 근무했다. 1955년 6월 <문학예술>에 시 「설조(雪朝)」로 등단했다.
그는 건축학 교수가 된 뒤에도 틈틈이 동시를 썼다. 작고한 뒤인 1987년 유고 동시집『민들레 피리』가 출간되었다. 그는 가난한 이웃과 하찮은 존재도 귀히 여긴 형 윤동주의 시정신을 이으면서 자신만의 시 세계를 이뤘다.
‘언니’는 손윗사람을 다정히 부르는 호칭이다. 예전엔 언니란 호칭을 남녀구분 없이 썼다. 19세기 말까지 우리 문언에 언니란 말이 나오지 않았다. 1938년 간행한 문세영의 <조선어사전>(박문서관)에서 뜻풀이로 ‘형과 같음’이라고 돼있다.
「민들레 피리」에는 형을 그리워하는 아우의 애틋한 정이 배어있다. 민들레 씨앗은 솜털같은 관모가 붙어 있어 씨앗을 잘 퍼뜨릴 수 있다. 아우는 민들레꽃씨가 달린 꽃대를 피리처럼 불며 먼저 떠난 윤동주 시인에 대한 그리움을 절절히 노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