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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의창] 낙엽
[동심의창] 낙엽
  • 박상재(한국아동문학인협회 이사장) [email protected]
  • 승인 2023.10.13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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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엽
                             조영수

가을걷이를 끝낸 나무가
땅속에서
두레박질을 멈춘 뿌리에게

힘들지, 한 마리
고마워, 한 마리
애썼어, 한 마리
바스락 또 한 마리

햇빛에 물들여
달빛에 물들여
곱게 마음 접어 보낸
천 마리 단풍 종이학.

▲
▲박상재(한국아동문학인협회 이사장) 

조영수(趙永秀,1959~ )는 대전 유성에서 태어났으며, 2000년 《자유문학》에 시, 200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 『행복하세요?』(2007), 동시집 『나비의 지도』(2009), 『마술』(2018), 『그래 그래서』(2022) 등이 있으며, 오늘의 동시문학상과 자유문학상을 수상하였고, 미래동시모임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낙엽」 하면 시몬을 애절히 부르는 프랑스 시인 레미 드 구르몽의 시가 떠오른다. 그의 시에 나타난 낙엽은 아픔이고 연민이다. 낙엽 밟는 행위가 만추의 가을을 즐기는 낭만이 아니라 낙엽에 고통을 주는 행위라는 것이 느껴진다.

이에 반해 조영수의 시는 소곤소곤 따스한 목소리와 고운 단풍 색깔이 보인다. 조영수의 「낙엽」은 가을에 떨어지는 나뭇잎을 나무가 접어 보내는 단풍 종이학에 비유했다. 구르몽의 시가 청각적이라면 조영수의 시는 시각적이다. 

조영수는 여성적인 섬세한 관찰력으로 한 잎 한 잎 떨어지는 낙엽의 사연에 귀를 기울인다. 그 사연은 나무가 1년동안 물과 양분을 길어 올리느라 고생한 뿌리에게 보내는 고마운 편지이다. 나무가 봄에는 꽃을 피우고, 여름에는 열매를 맺어 가을에 수확의 기쁨을 맛볼 수 있는 것은, 땅 속에서 쉼없이 두레박질을 해준 뿌리 덕분이라는 사실을 알고 고마워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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