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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암칼럼] 애물단지가 된 담배
[덕암칼럼] 애물단지가 된 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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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옛날 아주 오랜 옛날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처럼 짧은 담배가 아니라 장죽의 담뱃대에 불을 붙인 모습인데 선비들도 대감님도 너도나도 물고 있던 담뱃대였다.

세월이 훌쩍 지나 1970년도만 해도 기차, 버스 좌석의 뒤편에는 어김없이 재떨이가 달려 있었고 복잡한 차내 승객 중 어린아이가 있어도 보란 듯이 담배 연기를 뿜어대며 폼을 잡아도 누구 하나 감히 탓할 수 없던 시절이었다.

식당이나 다방에서는 당연하듯 탁자 한가운데 재떨이가 있었고 이처럼 미개한 문화는 아직도 동남아시아 일부에서는 여전한 편이다. 대한민국의 발전상은 가히 기적이라 할 만큼 눈부시고 빠른 속도로 변했다.

재래식 화장실 문화도 고속도로 휴게실의 화장실을 보면 너무나 달라졌고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었던 시절도 이제는 무식한 사람의 표본이 됐다. 아파트 단지의 베란다에서도 버스 승강장에서도 이제 담배가 설 자리는 점점 그 면적을 상실하면서 어쩌다 흡연 부스가 있으면 모여든 흡연자들의 표정이 소외계층의 일부로 비칠만큼 처량하다. 

담배는 과거처럼 어르신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특히 젊은 여성들의 흡연율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어른 앞에서 담뱃불을 감추는 게 예의라는 근거 없는 도덕성을 내세웠다간 되레 곤욕을 치르게 된다.

고교생들이 담배 사 달라면 조용히 사 주고 몇 푼이라도 심부름 값을 받는 노인들을 보며 과연 이런 사회를 방치하는 게 기성세대들의 이기적인 사고방식에서 생긴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시키는 학생이나 사다 주어야 밥이라도 사 먹는 노인들의 생계형 범죄나 이를 묵인하면서 내 자식만 아니면 괜찮다는 안일한 사고가 부른 비극이 아닐까. 하다못해 담배꽁초를 줍는 숫자에 따라 청소비를 지급하는 제도를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하고 있다.

버린 사람은 누구일까. 당연히 버린 사람이 주워야 할 터인데 이것도 일자리 창출이라고 통계에 올릴 것인가. 정녕 이 사회가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어 가는지조차 모르고 있다. 애초에 꽁초를 아무 데나 버리지 않는 시민정신이 우선이다.

그 정도 도덕성도 없다면 담배를 피울 자격도 없고 건강에 유해하다는 홍보 문구에 꽁초에 대한 처리 경고문도 함께 게재되어야 한다. 안 그래도 무출산 운동으로 대를 끊어놓겠다고 으름장을 놓던 일부 여성단체들의 협박을 보면 그런 사고야말로 반국가적인 행태로 보인다.

아이를 안 낳으려면 당사자나 안 낳을 일이지 주변의 가임여성까지 부추겨 무출산 운동에 동참시키고 자칫 출산하는 임산부만 바보 되는 세상을 만들어 놓으니 이야말로 그 무엇보다 무거운 죄에 해당하는 발상이다.

하지만 감히 누구하나 이에 대해 지적하거나 관련 법 조항을 들먹거리지 못한다. 속으로 뻔히 알고 있지만 선거 때 표를 의식하기 때문이다. 특히 많은 가임여성들이 흡연 상태이고 임신 후 겪어야 할 기형아 출산과 임신에 대한 불안감은 점차 저출산을 부추기는 요소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이렇듯 막아야 할 문제점에 대해 방치하면서 무슨 저출산이 어쩌고 인구소멸이고 논할 것인가. 산술적으로 보면 흡연자들은 자신의 몸까지 망쳐가며 헌신하는 애국자다.

담배가격이 평균 4,500원이라면 유통비용 1,182원에 소비세 1,007원, 지방교육세 443원, 부가가치세 409원, 개별소비세 594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 841원, 폐기물 부담금 24원까지 세금만 3,318원이다. 실제 구입비는 1,182원에 그친다.

이를 합산하면 대한민국 정부가 담뱃세로 거둬들인 세수는 담배 가격을 올리기 전인 2014년에는 6조 7,425억 원이었고, 담배 가격을 올린 2015년에는 11조 489억으로 추산된다. 아마 오래가지 않아 담뱃값은 6,000원에서 9,000원까지 오를 것이다.

그래도 흡연율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얼핏 보면 담배피우는 흡연자가 국가에 내는 세금이 엄청나다 할 수 있겠지만 과연 그럴까. 담뱃불로 발생하는 산불이나 기타 간접흡연으로 인한 의료수가를 계산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아군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니 정부가 마음 놓고 담뱃값을 인상해도 처음에는 펄쩍 뛰다가 이내 조용해지는 것이다. 처음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될 때 명분은 금연효과였다. 흡연율이 다소 줄기는 했지만 담뱃값이 올랐다고 즐어든 게 아니라 사회적 분위기였다. 물론 앞으로 더 올라도 흡연자라는 이유로 소비는 같아질 것이다.

명분을 잃어버렸다면 이번에는 무슨 이유로 올릴까. 마약으로 분류되지는 않았지만 중독성이 강한 니코틴 성분의 무방비, 어쩌면 이꼴 저꼴 보기 싫으면 끊으면 될 일이다. 5월 31일은 세계보건기구가 1987년 제정한 제37회  ‘금연의 날’로 올해 슬로건은 ‘이참에’다. 

이렇게 참은 김에라는 뜻인데 새삼 담배의 유해성을 나열하지 않더라도 끊고 말고는 각자의 영역이다. 문제는 청소년과 임산부들의 흡연이다. 한번 중독되면 결코 스스로 절제하기 어려운 흡연. 

청소년들의 폐는 신선하다 못해 호흡을 할 때마다 단백질 냄새가 난다. 마치 신생아에게 젖내 가까운 냄새가 나듯 그만큼 폐가 한창 성장할 시기인데 식물로 말하면 자라는 나무에 농약을 치는 것과 같다.

사실 다 자라도 농약은 유해 물질인데 아직 피기도 전에 독한 연기로 숨 쉴 때마다 폐를 채우니 그 피해는 고스란히 당사자의 몫이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했던가. 주변 환경이 중요하며 특히 여학생의 경우 향후 가임여성으로서 치명적인 결과에 직면하게 된다.

당연히 기형아 출산이 두려우니 임신을 포기할 것이고 자신만 안 낳자니 소외감에 주변의 가임여성까지 끌어들이는 물귀신 작전을 벌이는 것은 아닐까. 젓가락으로 담배를 잡고 피우는가 하면 가글을 해도 냄새는 피하기 어렵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자유가 길을 잃으면 방종이 된다.

여성흡연을 깎아내리자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지켜야 할 게 있고 누려야 할 게 있다. 이런 사실조차 표를 잃는 게 두려워 묵인, 외면, 함구하고 있으면서 무슨 저출산을 논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