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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암칼럼] 철마는 달리고 싶다
[덕암칼럼] 철마는 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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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오늘의 칼럼 제목은 휴전선 북쪽 방면 철도 레일이 끝나는 종점에 가면 녹슨 기차 앞에 놓인 푯말의 문구다. 전쟁의 총성이 멎은 지 71년, 남과 북을 달리며 민족의 동맥이었던 경의선이 멈춘 것은 분단의 아픔을 대외적으로 상징하는 이정표가 됐다. 

한 때 일제치하에서 조선의 노동자들이 피와 땀으로 일군 철도가 마치 일본의 기술과 기획으로 알려진 때도 있었으나 철도는 한반도의 곳곳에 이러저러한 경로로 가설되면서 이제는 거미줄 보다 더 촘촘히 깔려 대한민국의 정·동맥이 아니라 실핏줄 같은 기능과 역할을 하고 있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설치된 레일은 아무리 먼 길을 가더라도 서로 만날 수 없는 운명이다.
마치 남과 북을 상징하는 것처럼 본디 하나여야 함에도 하나가 될 수 없고 통일역이라는 종점을 향하면서도 결코 외선일 수 없는 쌍선이다. 오늘은 1899년 9월 18일 제정되어 130주년을 맞이하는 2024철도의 날이다. 정부와 관련부처인 국토교통부에서는 진작부터 철도의 날에 대해 다양한 이벤트와 시상식 등 요란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철도 박물관에서는 30일까지 기념이벤트를 벌이고 국토부에서도 K철도 발판을 마련한다며 연계산업과 융·복합 기대를 발표했다. 이번 철도의 날에는 송재우 신우이엔지 회장이 철탑산업훈장을 받는다. 트립닷컴에서는 철도의 날을 맞아 국·내외 여행객들에 대해 인기노선을 공개하는 등 철도에 대한 장점을 대외적으로 부각시켰다.

이쯤하고 철도가 우리 국민들에게 기여하는 바는 단순한 화물운송에서부터 여객 등까지 다양하겠지만 오늘은 운행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는 종사원들에 대한 노고를 생각하는 하루가 되었으면 한다. 물론 내 돈 내고 타는데 무슨 노고냐고 할 수도 있고 그냥 봉사하는 것도 아니고 일하고 월급 받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쌀로 밥을 해먹으면서 농민들의 노고를, 생선을 먹으면서 어민들의 고된 삶을 생각하는 것도 무리일까. 우리는 이 시점에서 저절로 된 것이 그 무엇도 없음을 상기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사회는 모든 분야가 서로 맞물려 있다. 어느 한 부분이 자신만이 옳고 중요하다고 판단하면 하루도 조용할 날 없는 집회, 시위나 파업으로 어지러울 것이다. 마치 머리와 다리가 서로 자신의 기능만을 생각하며 상대방의 고마움을 자신의 덕분으로 착각하는 이야기처럼 '네 덕분'이어야지 '내 덕'이라고 하는 순간 분열과 갈등 등 이기적인 판단이 앞서기 때문이다.

오늘도 철도는 달린다. 필자가 한 때 10년 정도 철도에 미쳐 새벽부터 심야까지, 봄부터 겨울까지 때로는 점검반, 청소원, 운전원, 사무원은 물론 중앙통제실의 전문가들까지 안 만나본 사람이 없을 만큼 모든 분야를 취재·보도한 시절이 있었다.

강원도 태백의 현동, 분천을 가로지르는 V트레인은 협곡열차였고 영주, 태백, 제천을 맴도는 원형 곡선은 O트레인이었다. 2010년 당시 함께 연구하고 기획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전국 모든 지자체에서 와인트레인을 비롯해 별별 소재를 다 기획해서 관광 상품화시켰고 일부 테마는 선풍적인 인기를 끈 상품도 있었다.

기차 여행은 모든 국민들이 한 번쯤은 마음속에 소중히 담은 추억이 배경이었고 지금도 가장 안전하고 정확한 시간약속을 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자 국가 기간산업이며 혈관과도 같은 존재다. 과거처럼 복도에 수레를 끌고 다니며 간식을 팔거나 달리는 열차 난간대에 매달려 온갖 폼을 잡던 시대는 지났다.

철도 박물관에 비치된 많은 소품들을 보면 시대의 흐름을 알 수 있다. 한 때 좌석 뒤에 설치된 담배재떨이를 보면 저런 때도 있었구나 싶고 천정에 매달린 선풍기가 안간힘을 쓰며 빙빙 돌아갈 때면 무더운 폭염 속에 기타를 치며 기차 복도를 점령해도 별 흉이 되지 않던 시절도 떠오른다.

어쨌거나 세월이 지나 2024년이 됐다. 필자가 습득한 정보를 토대로 보면 향후 10년 뒤 철도는 지금보다 상상도 못할 만큼 달라진 시대에 도래하게 된다. 마치 자동차가 무인운행을 할 수 있게 되듯 어쩌면 저공비행하는 은하철도999가 현실이 될수도 있다. 

이미 중국은 고속철도로 전 국토의 토지가치를 높였다. 좁은 한반도가 통일이 되거나 안 되거나 시베리아 횡단의 중간기지가 된다거나 현재 일본과 부산을 연결하는 해저터널이 완공되면 일본에서 아침을 먹고 평양에서 점심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저녁식사를 하는 시대에 도래할 지도 모른다.

훗날 이 글이 10년 뒤에도 볼 수 있는 시스템에 보존된다면 예언일수도 있고 현실이 된 지구촌의 교통망이 인류발전에 얼마나 많은 변화를 가져올지 사뭇 기대가 크다. 물질의 발전은 인간의 수준이 동반상승 되어야 한다. 문명만 발달했지 문화가 뒤처져 있으며 결국 물질에 지배받아 AI의 머슴이 될 수도 있다.

먼 훗날 일이기에 현재 우리가 철도의 날 해야 할 것은 앞서 거론한 것처럼 함께 사는 사회, 철도종사원들의 노고에 대한 격려, 그리고 소비자로서 지켜야 할 본분에 대해 질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다. 

해마다 철도나 지하철의 무임승차로 인한 국고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철도는 공기업이고 손실의 채움은 결국 국민 몫이다. 멋들어지게 날씬한 고속철도가 시속 280km로 쭉쭉 달리는 모습을 보며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자부심이 함께 상승되는 것은 전쟁의 폐허에서 기적처럼 성공한 나라의 상징이기도 하다.

철도의 레일이 전 국토 곳곳에 더 촘촘히 깔리고 전국 어디나 타고 내릴 수 있는 간이역이 생긴다면 수요만큼 객실도 줄여서 지금보다 더 국내 내수관광이 활성화 되지 않을까.

꿈은 꾸는 사람의 몫이고 여행은 다니는 사람만이 만끽할 수 있는 추억공장이다. 가치 있는 삶을 위하여 여행가방을 꾸려봄이 어떨까. 망설이면 다음은 없고 내일은 또 내일로 미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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