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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암칼럼] 8월을 시작하며
[덕암칼럼] 8월을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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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해마다 연례행사처럼 치러진 장마철 수마는 올해도 어김없이 적잖은 인적·물적 피해를 남기고 물러갔다. 아직 끝났다고 단언하기에는 이르지만 이제 본격적인 피서철이 되면서 전국의 유명 해수욕장과 계곡은 언제 그랬냐는 듯 인파가 붐빌 것으로 예상된다.

7일이면 절기상 가을이 시작된다는 입추가 기다리고 있고 10일은 견우·직녀가 오작교에서 만났다는 칠석날이다. 14일은 더위가 끝장을 본다는 말복이고 15일은 무더운 여름 더위에도 불구하고 광복절 행사가 곳곳에서 열린다.

물론 16일 월차나 휴가를 쓰면 18일까지 4일간 연휴를 즐길 수 있으니 8월도 10일은 쉬는 날이다. 사람 사는 게 다 대동소이하듯 여름은 여름답게 보내는 것이 제철 음식 먹는 것 못지않게 건강에 도움이 된다.

즉, 너무 에어컨 바람에 길들어 조금만 더워도 못 참다 보면 체내 자연 면역력이 떨어져 약봉지를 가까이하게 된다. 앞으로 가려면 뒤를 돌아보라 했던가. 지난 7월은 장마뿐만 아니라 국·내외적으로 몹시 요란했다.

한국도 그렇거니와 미국도 전당대회가 지역마다 열리면서 서서히 선거 바람이 불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힘들다고 죽네 사네 해도 사는 사람은 여전히 고가의 쇼핑에 휴가를 즐기는 계층이 있는가 하면 비경제 인구들의 비참한 삶은 자본주의 사회의 또 다른 그림자였다.

남·북한도 서로 풍선으로 시작된 감정싸움이 조금씩 행동으로 불거지면서 언제 어떤 식으로 확전될 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시국이다. 이렇듯 사람 사는 사회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과도 같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삶의 환경이 어떠하든 주인공은 당사자 자신이며 건강, 돈, 명예, 행복을 추구하는 노력과 결실 또한 자신이 하기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지난 7월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 중 국민들이 가장 지켜봐야 할 이슈는 전공의 문제였다.

국민 건강을 담보로 시작된 의료분쟁의 불꽃이 전공의들에게 튀면서 정부는 모집을 시작했고 교수들은 제자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무형의 전쟁이 시작됐다. 기존 전공의와 지방 전공의와의 갈등 원인은 정부와 의사 간에 벌어진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진 셈이다.

이미 병원의 진료시스템은 과부하가 걸렸다. 이제는 언론도 지켜보는 분위기이고 양쪽의 입장 차이는 법대로 하겠다는 정부와 신성한 영역을 사수하겠다는 의사들과의 전면전에 돌입한 상태다.

누가 힘들까. 당연히 환자와 환자 가족들이다. 오래전부터 개선의 여지를 안고 있었던 시한폭탄의 안전핀을 윤석열 정부가 뽑았고 이판사판 벼랑 끝으로 몰고 갔던 오야붕의 행동대장들이 졸지에 피를 보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의대 증원으로 출발한 대란은 지난 7월 22일부터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들어갔고 기존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고 사퇴한 초유의 사태 속에 수련병원은 7,707명의 모집 인원을 신청했다.

어떤 식으로든 결말 나겠지만 적어도 정부와 의료인들과의 분쟁으로 인한 피해자가 누군지는 알아야 했다. 다음 두 번째 이슈로는 정치인들이 입에 달고 사는 민생이다. 제22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처음 시작한 게 민생이 아니라 정쟁이었다.

과거로 비교하자면 당파싸움인데 위원장의 자리다툼부터 여소야대로 인한 파벌전쟁은 역시나 국민들 기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금도 대통령 탄핵을 목표로 시작된 김건희 여사의 검찰조사나 故 채 상병 사건에 대한 대통령 격노 논란은 국회를 떠들썩하게 만들며 전국 도심지 주요 지점에 김건희를 왜 수사 안 하느냐는 현수막들이 나부끼고 있다.

정당별 대표 선거는 마치 대선을 방불케 하는 이슈로 부각됐지만 정작 민생에 대한 법안 발의나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는 동안 하루 5개 법인이 부도 난다는 통계나 자영업자들의 절규는 다음 선거철이 되어야 다시 관심을 끄는 소재가 될 것이다.

문제는 국민 의식이다. 선거부터가 공천이면 당선이고 민의를 대표하는 정치권의 대립각은 첨예함을 넘어 민망함을 감추기 어렵다. 인사청문회나 기타 국정감사에서 보여주는 삿대질, 고함, 야유와 집단행동은 국회의 역사가 아무리 되풀이 되어도 개선되지 못하는 폐단으로 볼 수밖에 없다.

TV를 통해서 온 국민이 시청하는 국회의 민낯은 자라는 아이들이 볼 때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 뭘 보고 배울까. 끝으로 한 가지 더하자면 이혼했으면 서로 간섭하지 말고 잘사는 게 옳은 것이다.

포성이 멎고 71년이 지났다. 지금 와서 왜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서로 한쪽은 오물풍선과 또 한쪽은 확성기로 내부 이간질을 조장하며 성질을 건드릴까. 쥐도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고 했던가.

국방의 확장은 전쟁을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다. 이러한 점은 남한이라고 맞고 북한이라고 틀린 것은 아니다. 서로가 무기고에 잔뜩 쌓아놓은 미사일과 각종 군수물자는 공격용이지만 실제로 방어기능을 갖고 있다.

가만 있어도 사소한 오해로 이판사판 갈 수 있는 게 남과 북이다. 71년 전 묵은 감정도 있을 것이고 이제는 총구를 맞대던 분들이 모두 작고하신 상태이니 남은 후손들이 있는 그대로 살면 그만인데 너무 평화가 오래 지속된 탓일까.

개도 으르렁거림이 이어지다 보면 이빨을 드러내다 사고를 친다. 양국의 국방비만 줄여도 배고픈 국민이 없을 것이다. 전쟁의 명분을 제고하지 말아야 한다. 누가 먼저 시도했는지부터 짚어보고 남쪽이 잘못했으면 시정해야 한다.

미국의 군사력만 믿고 있기에는 자주국방이란 단어가 부끄럽지 않을까. 전쟁은 아무리 잘해도 이겨도 안 한 것만 못하다. 두 대 때리는 순간 한 대 정도는 맞을 각오도 해야 한다. 통일도 하지 말고 이대로 100년, 1000년 각자가 잘살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또 7월이 갔다. 전직 대통령들의 칭송에 사용되던 문구가 공감된다. “꽃이 진 뒤에야 봄이었음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비단을 처음 봐서 모르고 걸레로 썼습니다.” “겨울이 되어야 솔이 푸른 줄 안다.” 어떤 사람이든 존재가치는 그 사람이 생을 마감한 뒤 남긴 말들이 후세에 영향을 끼쳤을 때 말의 영향력이 봄이 되고 비단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