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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암칼럼] 우리글 우리가 존중해야
[덕암칼럼] 우리글 우리가 존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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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오늘은 삼단논법에 대해 논해보기로 한다. 대전제, 모든 사람은 죽는다. 소전제, 철수는 사람이다. 결론, 따라서 철수는 죽는다. 가장 명료하고 핵심적인 설명인데 이를 적용하여 피할 수 없는 논리를 전개해 보기로 한다.

먼저 동물과 사람의 차이는 소리로 소통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문자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를 대전제로 놓고, 문자 중 가장 우월하고 과학적인 문자가 있다는 점을 소전제로 한다. 그럼, 결론은 가장 우월하고 과학적인 문자를 사용하는 사람이 최고라는 것이다.

필자의 논리대로 한다면 최고의 문자를 사용하는 사람이 인류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인데 한글의 현주소를 파악해 본다면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2개국이 사용하는 문자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게 된다.

지금은 영어가 대세지만 그 배경을 살펴보면 영국 본토에서 사용하던 영어가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억양조차 통일되지 못했다. 여기서 지구의 경찰이라 불리며 초강대국으로 성장한 미국의 역사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대단한 미국이 실제로 태동한 것은 불과 250년 전이다. 인디언들을 살육하고 노예로, 자연을 마구 훼손하던 영국의 식민지 시대가 끝나고 독립을 선언하던 해였으나 우리나라는 그보다 773년이나 앞선 1251년인 고려시대에 이미 팔만대장경을 완성했던 나라였다.

어느 모로 보나 미국은 한국과 비교조차 안 되는 미개국이었다. 어쩌다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첨단과학의 발달로 무기 생산이 폭발적인 나라가 되었지만, 문명적 가치로 보자면 한국을 따라올 국가가 지구상에는 없다.

그 증거를 지금부터 살펴보자.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사들이 창제한 한글이 세계문자올림픽에서 연승을 거둔 것은 이미 전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 국토의 면적, 국방력, 경제력, 인구수, 그 어떤 것보다 문자올림픽에서 세계 최고의 성적을 거둔 것은 한글의 우수성과 과학적 수준이 그만큼 대단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올림픽은 신기록 중심, 1등과 금메달만 따면 일시적인 최고라 할 수 있지만 해당 국가의 언어가 글로 표현되는 분야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두었다면 이는 그 어떤 경쟁보다 대단한 것이다.

돌이켜 보건대 일반 백성들이 언문을 깨우쳐 양반과 동등한 배움을 유지하면 안 된다며 펄펄 뛰던 신하들을 제치고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의 업적이 580년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역사의 위인으로 남는 이유다.

제1회 세계 문자 올림픽에서 세계 27개국 문자(한글, 영어, 러시아, 독일, 폴란드 우크라이나, 베트남, 터키, 셀비아, 불가리아, 아이슬란드, 에티오피아, 몰디브, 우간다, 포르투갈, 그리스, 스페인, 남아공, 인도(울드, 말라야람, 구자라티, 푼자비, 말라시, 오리아, 벵갈리, 캐나다)가 경합을 벌였으며 한글이 금메달을 획득했다.

세계문자올림픽의 심사 기준은 문자의 기원, 문자의 구조와 유형, 글자의 수, 글자의 결합 능력, 문자의 독립성 및 독자성, 문자의 실용성, 문자의 응용 개발 가능성 등을 기초로 평가하는데 이러한 대회가 열리는 이유는 가장 쓰기 쉽고 배우기 쉽고 풍부하고 다양한 소리를 표현 할 수 있는 문자를 찾아내기 위한 취지다.

글은 국가의 언어로써 모든 기록, 문서, 일상생활은 물론 요즘처럼 스마트폰으로 소통하는 경우 더더욱 정밀하고 명료한 표현이 필요하다. 외국인들이 한글을 쉽게 배우지 못하는 것은 글 자체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그만큼 과학적이고 정확한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글은 한류 문화를 전 세계로 전파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 뉴진스, 싸이, 리사, 소녀시대 등 가수들의 가사를 따라 부르려는 붐이 한글을 알리는 전령사 역할을 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국회의원(문화체육관광위)이 국정감사 자료 통해 2023년 기준 세종학당 수강생 수를 분석한 결과 수강생 1,000명 이상 국가는 27개국. 아시아와 유럽이 전체의 80%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82개국 12만 7천894명이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수강하고 있는데 베트남, 중국, 러시아, 인도, 콜롬비아, 우즈베키스탄 순으로 대륙별로는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세아니아가 줄을 이었다.

가장 많이 한국어를 배운 나라는 베트남 2만 251명으로 전체의 15.83%를 차지했고 중국 1만 419명, 러시아 7천750명, 인도 7천461명, 콜롬비아 6천27명, 우즈베키스탄 5천869명, 인도네시아 5천120명 순이었다.

500명 이상이 수강한 나라는 총 45개국이며 이 중 1천 명 이상이 수강하고 있는 나라는 27개국이었다. 이쯤 되면 한글이 전 세계 곳곳으로 전파되고 있다는 증거이며 한글을 배우려는 외국인들이 증가할수록 글뿐만 아니라 한국의 모든 분야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국위선양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한류 확산 등에 따라 한국어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세종학당 수료생에 대한 사후관리와 후속 지원방안 마련, 디지털 기술 확장을 통한 한국어 학습 접근성 확대, 역량이 검증된 우수 교원 확보는 지속적인 과제로 남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자국의 국민들이 한글이 소중한 줄 모르고 온통 영어만 추종하다 보니 일상의 모든 명칭이 영어로 불린다는 것이다. 정작 우리 민족이 가진 귀한 가치를 우리만 모르거나 터부시 여긴다는 것이 문제다.

글은 단순한 소통의 수단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바탕이 되고 과정이 되며 결과에 이르기도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소중한 한글. 남도 배우고 익히며 선호하는 글을 우리 스스로가 망치고 있다.

세종대왕과 일제강점기 시절 글을 없애려던 과정을 어렵게 이겨낸 조선의 애국자들이 지금의 상황을 안다면 무슨 생각이 들까. 영어를 무시하고 한글만 쓰자는 게 아니다. 이미 영어는 국제사회에서 대세다.

우리 스스로가 한글의 우수성을 자각하지 못하고 때와 장소는 물론 아무 곳에서 무조건 영어를 혼합해 마치 유식한 척 구분조차 하지 못한다는 점이 문제다. 문제의식을 자각하고 개선하면 된다.

훗날 우리 후손들이 한국어에 대한 가치를 지킬 수 있도록 현세대가 우리글의 유지, 관리, 홍보, 활용도를 높이면 될 일이다. 2024년 9월 3일 개관한 대구 간송 미술관은 ‘훈민정음해례본’을 전시하고 있다. 자녀와 함께 한글날 방문한다면 더더욱 뜻깊은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