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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때문에 죽지 마세요" 주빌리은행의 실험
"돈 때문에 죽지 마세요" 주빌리은행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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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회사들은 아름다운 얼굴의 모델과 독특한 캐릭터 등을 기용해 광고를 퍼부으며 사람들에게 '대출'을 권유한다. 이 광고들만 보면, 금융회사들이 마치 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일정액을 공짜로 주는 천사같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다.

하지만 대출이 3개월 이상 연체된다면, 빌렸던 돈은 '부실채권'이 되며, 이들은 그 천사같은 얼굴을 감춘 채 세상에서 가장 가혹한 존재로 변신한다. 금융회사들은 채무자가 빚을 갚을 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이렇게 부실화된 채권을 장부에서 지우기 위해 연체된 채권을 '대부업체'에 헐값에 팔아넘긴다.

부실채권의 가격은 채무에 따라 천차만별이나 보통 원금의 1~10%내에서 거래된다. 그러나 이 부실채권을 구입한 대부업체는 원금에 밀린 이자까지 받아낼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빚을 대신 받아내는 '추심업체'에 의해 언어, 물리적 폭력 등을 동반한 비인격적이고 혹독한 추심이 이어지게 된다. 이렇듯 대부업체의 무분별한 부실채권 거래로 부실채권의 소멸시효가 무기한 연장돼 채무자들은 '영구적 노예'상태에 빠져들 수 밖에 없게 된다.

이런 현실에서, 은행법에 근거해 설립된 주빌리은행(공동은행장 이재명 성남시장, 유종일 KDI정책대학원 교수)은 시민들의 모금을 바탕으로 이러한 장기 부실채권을 구입해 '빚 탕감'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최대 93%의 부채 원금을 감면해주고 가난한 채무자들이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채무자들이 감면된 부채액을 갚을 경우, 그 돈은 다시 다른 채무자들의 구제에 쓰여진다.

주빌리은행은 "빚은 갚아야 하는 것이지만, 빚 때문에 존엄한 인간의 삶을 포기해가며 노예와 같은 처지에 몰릴 때까지 갚으라고 강요당해서는 안 된다" 고 말한다. 돈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이 이들의 원칙이다.

이재명 성남시장과 유종일 KDI정책대학원 교수가 공동은행장을 맡고 있는 주빌리은행은 금융복지상담센터, 희망살림, 에듀머니, 민생연대와 사업제휴를 맺고 이들과 함께 채무자 교육, 채무조정 사업, 금융복지 상담 등을 진행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각 지자체와는 불법 채권추심에 대한 감독 강화와 공적 채무조정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캠코, 예금보험공사와 협력해 부실채권을 기부받고, 우선 매각협상을 벌여가고 있다.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다시 묻고 있는 주빌리은행은 지난 2014년, 1차 채권소각을 시작으로 총 3,509명이 가지고 있던 182억 5천 9백만원(원금 기준)의 빚을 소각했다.

이를 통해 불법추심에 시달리던 장기 연체자들은 빚의 고통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됐다.

주빌리은행은 주로 연체기간이 10년이상 된 장기채권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주빌리은행 관계자는 부채를 탕감해주는 운동에서 개인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현장에서 채무자들을 상담해 보면 대부분의 채무자들은 빚을 갚고 싶어한다" 며 "하지만 갚을 수 있는 여력이 되지 않기 때문에 못 갚는 것이다. 이런 생계형 채무자들을 대상으로 원금과 과도한 연체이자를 요구하며 삶을 노예화하는 것이 과연 도덕적인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고 대답했다.

또한 "빚이 연체되는 동안 채무자는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불안정한 삶을 산다" 며 "우리가 '돈은 꼭 갚아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를 바탕으로 약탈적 대출을 자행하는 채권자들이 만들어 놓은 프레임에 갇혀 빚을 갚지 못하는 채무자들에게 과도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아닌지 생가해야 한다" 고 덧붙였다.

공동은행장인 유종일 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기 소득으로 빚을 갚기 어려운 금융취약자가 350만명이 넘는다" 며 "법과 제도, 정부의 정책이 바뀌고 금융회사의 관행이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유 교수는 이어 "저금리 환경이 아직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위기가 잠복해있지만, 금리가 올라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 굉장히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 이라며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게 막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이런 분들을 살리고 서민 경제를 살리지 않고서는 미래도 없다" 고 덧붙였다.

또한 "자꾸 빚 권하는 사회가 돼서는 안된다. 건전한 금융이라는 것은 갚을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고 갚을 능력이 없고 정말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에게는 복지혜택과 일자리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주빌리은행은 지난 9일 새정치민주연합 민생실천위원회와 함께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부실채권을 소각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소각행사에서는 13명분의 빚인 약 2억1천만원을 소각했으며, 서울시의회 시의원들은 고통받는 채무자를들을 위해 모금한 부실채권매입 기금을 전달했다.

주빌리은행은 지난 10월에도 성남시기독교연합회의 성금으로 총 인원 533명, 원금 73억원어치의 삼성카드 채권을 원금 대비 0.71%의 가격으로 매입했다. 매입 채권의 40%가 1천만원 미만의 채권이었고, 이자는 무려 원금의 2.2배에 달했다. 이날 채권 매입으로 서울 및 경기도권에 거주하던 5~60대의 시민들이 정상적인 사회 생활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돈 때문에 죽는 사람들이 없게 해야 한다" 는 주빌리은행의 발걸음은 오늘도 계속된다.

문의 주빌리은행 1661-9736,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 1644-0120, 성남시금융복지상담센터 031-755-2577, 경기도금융상담센터 031-888-5550~1

이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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