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를 싫어하는 아이들아
김은영
샐러드는 잘 먹어도
김치는 싫어하는 아이들아
캐첩은 잘 먹어도
된장 고추장은 싫어하는 아이들아
딱 한 번이라도 좋으니
된장 고추장에
푸르딩딩한 풋고추
푹 찍어 먹어 보자
아려 오는 혀와 입술
타오르는 목구멍
입 크게 벌리고
허-
숨을 내뱉으면
혀 밑으로
끈끈하고 맑은 침이 고이리라
바로 그 때
시원한 나박김치 국물
몇 숟갈 떠먹어 보자
그래도 맵거든
백두산 천지를 마시듯
후르륵 들이켜 보자.
김은영(金銀永, 1964~ )은 전북 완주에서 태어나 해성고등학교와 전주교육대학을 졸업했다. 198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귤」 이 가작으로 입선하며 등단했다.
동시집 『빼앗긴 이름 한 글자』, 『김치를 싫어하는 아이들아』 , 『아니, 방귀 뽕나무』, 『선생님을 이긴 날』, 『ㄹ받침 한 글자』, 『삐딱삐딱 5교시 삐뚤빼뚤 내 글씨』 등이 있다. 현재 경기도의 초등학교에서 교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2017년 제11회 서덕출문학상을 받았다.
김시인은 초등학교 어린이들과 생활하며 생생한 글감을 찾아 진솔한 시를 발표하여 큰 공감력을 얻고 있다. 특히 그늘진 곳에서 어렵게 사는 이웃들의 마음씨를 잘 표현한다는 평을 받아왔다. 도시의 아이들보다 순박한 시골의 아이들을 소재로 잊혀져 가는 우리 것 찾기에 몰두해왔다.
생활패턴의 변화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가 활개를 치는 세상이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까지 입맛이 서구화되었다. 김치보다는 샐러드를 좋아하고, 빈대떡보다는 피자를 더 좋아한다. 찐빵보다는 햄버거를 좋아하고, 된장국과 청국장보다는 우유에 시리얼을 말아먹는 아이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한류의 인기에 힘입어 한류 음식도 세계화되었다. 떢볶이와 김밥, 김치와 불고기, 된장찌개가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기도 한다. 햄버거에 김치가 들어간 김치버거도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김시인의 외침 덕분에 김치를 좋아하는 아이들 세상이 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