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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박정희·김대중의 꿈
이승만·박정희·김대중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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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란 꿈을 현실로 바꿔가는 산업이다.
정치가 산업이라니하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정치는 산업, 그것도 가장 중요한 기초산업이다.
정치가 빈곤한 나라가 부유하고 부강한 나라가 되는 걸 본 적이 있다.

경제는 일류, 정치는 삼류라는 말이 한때 유행했다.
그러나 잠시 그럴 수 있을지는 몰라도 영원히 그럴 수는 없는 법이다. 언젠가는 인류의 경제도 삼류 정치의 수준으로 내려앉아 서로 닮아간다.

정치산업의 원자재(原資材)는 꿈이다.
살고싶은 나라가 백성의 꿈이라면, 만들고 싶은 나라는 정치가의 꿈이다. 미국에선 이 두 꿈을 연결해주는 걸 이념산업이라고 부르고 있다. 공화당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이나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가 대표적 이념 산업이다.
이들은 민주·공화 양당에 자신들이 파악한 백성들의 꿈과 그 꿈을 실현할 수단을 공급하고 있다. 정치에선 꿈을 흔히 비전이라고 부른다. 비전이란 미래를 내다보고 그려보는 것인데 꿈은 선명할수록 큰 힘을 발휘한다.
63년 8월28일 미국 흑인 민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는 워싱턴 링컨 기념관의 링컨 동상앞에 마련된 연단에 올라섰다. 킹 목사는 민권 운동사에 워싱턴 행진으로 기록된 그날 지회의 마지막 인사였다.
그 연설이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라는 바로 그 유명한 연설이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조지아주의 붉은 언덕위에서 노예의 후손들과 노예 주인의 후손들이 형제처럼 손을 맞잡고 나란히 앉게 되는 꿈입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내 아이들이 피부색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 하지 않고 인격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나라에서 살게 되는 꿈입니다"
흑인 차별 철폐의 꿈을 이보다 선명하게 내다보고 그려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 꿈의 위력과 결과도 그만큼 컸던 것이다.
꿈이 소중하기는 이 나라 정치에서도 마찬가지다. 45년 해방 이후 한국정치 무대에는 무수한 정치인들이 들어섰다 되돌아 나갔다.
그 많은 정치인 중에서 자기의 시대를 가졌던 정치가를 꼽으라면, 나는 이승만·박정희·김대중 세분을 들겠다. 논란과 찬반이 많을 것이다. 업적만큼 실정(失政)도 컸던 분들이기 때문이다. 뒤탈도 많았고, 뒤끝도 좋지 않았다.
그러나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것은 지금 우리가 그들이 만들고 다졌던 시대의 연장선상에서 숨쉬며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 정치가를 다른 정치인과 구분짓는 특징은 이들이 가졌던 강렬하고 특별한 꿈이다.
이승만의 꿈은 독립국가였다. 이민족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 우리가 우리 주인이 되는 나라를 세우는 것이다.
박정희의 꿈은 근대화 국가였다. 가난과 배고픔을 떨쳐내고 번듯한 나라를 한번 만들어 보는 것이다.
김대중의 꿈은 남북화해였다. 분단을 넘어서서 서로간의 증오를 풀어보겠다는 것이다.
자신의 꿈을 향한 이들의 집념과 의지와 각오는 정말 대단하다.
이들이 범했던 과오의 대부분은 꿈을 향한 집착이 너무 지나쳤던 탓이기도 하다.
세 정치가를 묶어주는 또 하나의 공통점은 전임자의 업적을 토대로 해서만 자신의 꿈을 쫓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승만 없는 박정희를 생각할 수 없듯이, 박정희 없는 김대중을 상상할 수 없다는 것이다.
누구나 그들을 비난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승만·박정희·김대중을 부인하고 청산하겠다는 것은 오늘의 우리 자신을 부인하고 청산하는 것이 되고 만다.
국민들의 꿈은 이승만과 박정희와 김대중의 꿈을 종합하고 넘어서려는 꿈이다. 세 정치가의 꿈을 청산하려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이 살고 싶어하는 나라도 모른채 어떻게 만들고 싶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인지, 한국정치는 여전히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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