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차영미
우리 동네
골목길
산수유꽃이
노랗게
길을 내었습니다.
누가
소문을 냈는지
그 길을
물어물어
어여쁜
새봄이
찾아왔습니다.
차영미(車姈美)는 1961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났다. 부산에서 성장하며 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했다. 2001년 <아동문학평론>에 「새싹」 외 2편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이주홍문학상, 푸른작가상, 최계락문학상을 받았고,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아르코 창작지원금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동시집 『학교에 간 바람』, 『막대기는 생각했지』, 『으라차차 손수레』, 역사그림동화집 『어진선비 이언적을 찾아서』 등이 있다.
터널이 길고 어두울수록 그 끝에서 만나는 빛은 더 찬란하다. 겨울 추위도 그런 것 같다. 혹독한 한파 뒤에 맞는 봄은 더 환하고 눈물겹다.
시린 겨울을 나는 동안 모두들 힘겹게 봄을 기다린다. 겨울나무도 뭐 다를 게 있겠는가? 발 동동 구르며, 최강 한파라고 호들갑떨며 겨울을 보내는 사람들과 달리 나무는 묵묵히 혹한을 견딘다. 그러다가 또 누구보다 먼저 봄이 찾아오는 길을 열어간다.
어깨를 움츠리고 골목길을 걸어가다가 문득 산수유나무를 올려다본다. 햇빛 그림자가 오글오글 나뭇가지에 모여 있는 것 같습니다. 산수유꽃, 따뜻한 연노랑이 가슴으로 스며든다. 언제 왔는지 모를 몽글몽글한 봄기운이다. 그것을 신호로 봄꽃들이 우르르 소식을 전해온다. 눈부시게 환한 봄이다. 새로운 것을 많이 볼 수 있어서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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