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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암칼럼] 곯아가는 대한민국 어찌할 것인가
[덕암칼럼] 곯아가는 대한민국 어찌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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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열심히 일하며 기술을 연마하고 손에는 장갑과 발에는 작업화를 신고 국가 기간 산업현장을 누벼도 시원찮을 젊은이들이 방 안에 누워 핸드폰을 놓지 못하고 있다면 어찌할 것인가.

여성으로서 어머니가 될 준비를 차곡차곡 해 가며 2세를 키우는 꿈을 희망으로 가지지 못하는 현실 속에 결혼은 물론 출산까지 포기하는 여성들로 가득 차 있다면 어찌할 것인가. 지금이 그런 상태가 아니라고 누가 감히 말할 수 있을까.

차기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사람은 현재 재벌 총수도 아니고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은 더더욱 아니며 현재 이 사회의 중산층이나 퇴직을 기다리는 공무원도 아니다. 바로 지금의 20~30대 청년들이 현재의 모든 사회 전반을 이어갈 후속 주자다.

육상경기에는 계주라는 종목이 있다. 4명의 선수가 100m씩 이어 달리는 400m와 4명이 400m씩 이어 달리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선수가 6·25전쟁 이후 폐허에서 기적처럼 대한민국을 일군 근대화의 기수였다면, 2번째 선수는 1988년 올림픽 이전까지 국가의 현대화를 이끈 선수였다.

물론 3번째 선수는 2024년 지금까지 첨단 과학과 세계적 경제 대국으로 이끈 대한민국의 영웅들이었다. 이제 경기는 막판 레이스를 달리고 있다. 다행히 4번째 선수가 바통을 이어받아 끝까지 달린다면 다행이겠지만 그 마지막 선수가 지금 주춤거리고 있다.

아직 운동화 끈도 매지 않고 주저앉아 있다면 어쩔 것인가. 지금까지 3명의 선수가 달려온 신화적 과정은 물거품이 되는 것일까. 아니면 3명의 선수들이 충분히 앞질러 놨기에 천천히 일어나 걸어가도 승산이 있는 경기였던 것일까.

아니다. 우리가 비진취적인 현실에 안주하는 동안 다른 후발 주자들은 미친 듯이 달려오고 있다. 아니 이미 앞질러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이 늘 그래왔고 유럽 국가들이나 심지어 남아메리카, 동구권 국가들까지 각자 살아남기 위한 전력 질주를 아끼지 않고 있다.

최근 동남아시아권 움직임을 보면 심상치 않다. 대부분 식민시대를 겪었던 아픔들을 공유하고 있고 홍콩, 대만 등 일부 국가는 소속이 달라졌을지라도 독립적인 색깔을 지우지 않고 있다.

베트남, 필리핀, 태국의 발전상은 한국의 1980년대와 유사하다. 거리에는 활기가 넘치고 젊은이들은 열정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무엇을 하든 열심히 하고 꿈을 키우며 상호 교감의 공감대를 형성하여 의미 있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반면 한국의 4번째 주자는 어떨까. 국가의 빗나간 복지정책, 청년정책으로 몸은 게을러졌고 놀고 있자니 돈은 필요하니 검은 유혹의 손길에서 하나둘씩 범죄자가 되어가고 있다. 최근 국내 마약사범이 지난해와 비교해 늘어나는 가운데 비해 10·20대 마약류 사범이 전체의 35.6%로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마약 범죄자의 75.5%가 무직인 점을 감안하면 구직을 단념하고 쉬고 있는 청년의 마약 중독이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는 의미다. 일은 하기 싫고 돈은 필요한데 여기에 남녀가 따로 없이 검은돈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는 점이다.

2022년 마약 사범은 2만7,611명으로 2021년에 비해 배로 늘어났다. 문제는 예상 범죄율이다. 마약 복용으로 검거된 자가 이 정도라면 걸리지 않은 잠재적 중독자나 범죄자는 약 28.58배가 된다는 점이다.

계산상 10~20대 잠재 마약 범죄자는 28만1,271명으로 추산된다. 지난달 구직을 단념한 청년층이 서울만 해도 24만 명. 전국적으로 39만8,000명인데 이중 무직 청년층이 10~20대 마약사범과 복합적 통계 안에 포함될 것이라는 추정이다.

마약은 본드, 부탄가스 등 다른 중독성 물질과는 다르다. 한번 발을 들이면 절대 벗어나지 못하는 늪이다. 어릴 때 한 번의 실수는 평생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는 것이다. 돈의 유혹, 가난하고 게으른 환경이 문제다.

대안은 더욱 적극적인 경찰의 단속 의지다. 더 늦기 전에 마약과의 전쟁을 벌여야 한다. 방관하면 일이 커진다. 마약 범죄 조직 입장에서는 놀고 있는 청년들이 밥이다. 굶주린 청년들에게 고액의 마약 범죄로 유혹하면 한 푼이 아쉬운 청년들 입장에서는 덥석 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온 신종범죄가 마약 관련 심부름이나 판매대금 수령 등 곳곳에 익명의 피해자가 생기는 것이다. 일명 마약 운반책으로 지게꾼을 모집한다는 구인란의 내용을 보면 혹 할 수밖에 없다.

며칠 동안 몇 건에 2,000만원~3,000만원, 누가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 경찰 조사 결과 무직 상태였던 청년이 인터넷으로 어렵지 않게 제조법을 익혀 대마공장을 운영하다 적발된 사례도 있었고 외국에서 수입된 물건 안에 마약을 숨겨오다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마약류 밀수가 최소 5년 형에 처해지는 중범죄라는 것을 알면서도 돈이 궁해 앞뒤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사회 초년생이 많다. 경찰 관련 부서에 의하면 현재 마약류 유통시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알면서도 막지 않는 것은 방관이고 방관도 공범이다. 지금까지 마약이 연예인이나 일부 특수층의 전유물이었다면 이제 마약은 우리 주변에 훨씬 더 가까이 와 있음을 알아야 한다. 만약 독자들의 자녀나 친척 또는 자녀의 친구가 마약사범이라면 얼마 가지 않아 남의 일이 되지 않을 것이며 한번 중독된 마약은 죽어서야 끊을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1840년부터 2년간 영국이 중국을 상대로 아편을 제공해 벌어진 아편전쟁. 물론 중국이 실패했지만 영국의 아편 제공은 중국 사회를 전반적으로 피폐하게 만들었다.

당시에는 청나라의 도광제(道光帝)가 강력한 의지로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전쟁까지 불사하며 아편을 막았지만 지금의 대한민국은 도광제(道光帝) 같은 대통령이 전무하다. 일이 커지는 줄 알면서도 못 막는 것은 훗날 안 막은 것이 된다.

더 늦기 전에 다른 것은 몰라도 청년들을 마약의 늪에서 건져 내는 것은 미룰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