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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암칼럼] 영원한 건 없다, 있을 때 잘하자
[덕암칼럼] 영원한 건 없다, 있을 때 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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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사회는 변한다. 시대 흐름에 따라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어떤 분야든 변한다. 답은 변화에 대한 대응만 잘하면 변화에 걸맞게 해당 영역도 동반 상승하며 필요에 의해 보존될 수 있다.

오히려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으며 영구히 잘 먹고 잘 살수 있음에도 이를 간과하다 스스로 천직으로 전락한 예가 수두룩하다. 사람은 직종이나 직위에 앞서 외면과 내면이 같을 수는 없다.

목욕탕 가서 맨몸으로 씻다 보면 똑같지만 옷장에서 옷을 입는 순간 경찰서장과 순경, 그리고 조직폭력배가 구분된다. 사장과 근로자도 구분되고 입는 제복에 따라 표정도 바뀌고 타고 가는 승용차의 급수도 바뀐다.

이제는 변해야 한다. 판사·검사도 사람이고 하루 세 번 밥 먹고 한번 배설하며 콧구멍도 파고 방귀도 뀌어야 한다. 재판 과정에서야 존엄성과 위상을 위해 근엄해야 하지만 코미디 프로에서 웃길 때에는 배를 잡고 웃을 줄도 알아야 한다.

웃고 싶어도 억지로 입을 다물고 참아가며 오로지 무게만 잡는다고 위상이 서는 것은 아니다. 필자 또한 수십 번도 더 검찰 조사받고 법정에서 재판도 받아봤지만 판사·검사의 미소는 본 적이 없다.

조사 과정에서 행정복지센터 직원보다 더 친절하게 질문한다고 가해자가 발뺌 할 수 있는 것은 아닐진대 마치 무게감이 근엄함과 같은 것으로 착각하고 다그치는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어쩌다 이런 직업을 가져서 행복하지 않을까 싶고 평생 사람이 죄를 묻는 직업만 종사하다 대통령까지 되는 일도 봤으니 덕정을 기대하기 어렵지 않을까. 오늘은 변화에 부응하지 못해 겉모양새만 화려했지 속 빈 강정이나 마찬가지인 몇 가지 직종을 알아본다.

가장 먼저 언론인이다. 필자가 약 30년 전 기자는 글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십수 년을 비난과 야유에 젖어 산 적이 있었다. 기자가 글을 써야 공직사회로부터 인정받고 시민단체로부터 존중받을 수 있는 가치를 보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가 겪은 경험이다.

그리고 10년이 지나 이대로 가면 기자가 쓰레기 취급받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으니 이 또한 10년을 더 어리석은 사람 취급을 받았다. 이때가 2014년이었고 세월호참사로 기레기란 말이 유행했었다.

그리고 아직도 늦지 않았으니 글을 쓰자고 했다. 안 쓰면 아예 존재 가치가 없을 것이라며 주장했다가 SNS의 범람, 유튜브와 각종 1인 미디어들이 방송국보다 더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언론이라는 영역은 소비자들이 찾는 순서에서 저만치 밀려났다.

그래서 현재 언론에 대한 기대는 바닥을 치고 있다. 다음 변호사다. 어렵사리 공부해서 판사·검사 지내고 전관예우 받아 가며 개업 수년 안에 평생 먹고 살 것을 쌓아두던 시절이 있었다. 국민들의 여론은 매서웠고 결국 관련법을 너무 안일하게 해 먹다가 전관예우에 대한 관리 규정이 바뀌면서 밥그릇은 빈 그릇이 됐다.

문제는 기존의 밥그릇도 비었지만 일반 의뢰인을 대하는 일부 변호사들의 업무 형태가 너무 안일했다. 사무장이 준비서면, 답변서, 항소장까지 모두 쓰거나 아예 재판기일에 출석조차 하지 않는 일까지 벌어졌다.

평생 한번 수임할까 말까 하는 변호사는 사회적 위치가 우월하다. 당연히 패소해도 이를 문제 삼을 의뢰인도 없는 것이고 그렇게 십 년 이십 년 지내다 보니 의뢰인들이 직접 법원에 필요한 모든 문서를 공부할 수 있는 시대가 됐고 일부 원고·피고는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만큼 변호사를 상대하는 일들이 줄어들었다.

그 결과 사무실 임대료는 물론 직원들 급여조차 주지 못하는 변호사들이 급증했다. 견디지 못한 변호사들은 회사 자문이나 기관·단체 고문, 심지어 법무사 영역까지 넘보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임대료가 부담스러운 변호사들은 법무법인을 설립하여 1명의 여직원 급여를 여러 변호사들이 갹출해 내는 경우도 발생했다. 왜 이렇게 됐을까.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의뢰인들에게 신뢰받던 시절 업무에 소홀히 했던 인과응보다.

다음 정치인이다. 국회, 도·시·군의원들의 임기는 4년이다. 임기 동안 평생을 할 것처럼 안하무인의 처사와 방만, 거만, 오만이 넘친 시간을 보내다 선거철이 다가오면 내밀었던 배가 다시 등 쪽으로 접힌다.

자만에 찼던 표정은 다시 미소로 가득하고 연신 한 표를 구걸하며 지역구 발전보다 공천에 더 예민해진다. 그러다 낙선하면 지나는 개도 쳐다보지 않는다. 재선이나 3선은 참으로 쉬운 문제인데 불과 몇 년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인간의 얕은 심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말해서 뭐 하랴. 평상시 잘하면 5선·6선도 가능한 게 한국인 정서다. 그 쉬운 것을 못하고 있는 게 한국의 정치인들이다. 다음 공무원이다. 이른바 공권력을 가진 행정, 경찰, 소방, 군인,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공무원들이 임기 동안 자신의 비전을 위해 무엇을 하였는지 돌아볼 일이다.

일부는 체력도 단련하고 나름대로 독서나 공부도 하지만 공무원의 가장 위험한 근무환경은 자신이 챙길 수 있는 자기관리다. 이미 정해진 틀 안에서 매달 주는 봉급에 익숙해진 생활은 좀처럼 야생의 생존법을 알 수 없는 것이다.

참고로 필자는 평생을 살면서 육군 복무 시절 매달 4,000원의 급여를 받아본 이래 월급을 받아본 적이 없다. 야생에서의 삶. 그래서인가 제아무리 똑똑한 척 해도 공무원의 퇴직금은 먼저 가져가는 게 임자 라는 말이 있다.

다음은 의사다. 최근 정부와 전면전을 벌이고 있는 의사는 한국에서 가장 고소득, 안정적인 직종으로 손꼽히고 있다. 과연 이대로 그 가치가 영원할까.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인데 과연 현대판 허준 선생님은 어디 계실까.

최근 발표된 일본의 의료 시스템을 보면 가히 한국과 비교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처럼 비대면 진료가 일반화돼 있고 1시간이면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처방약을 받을 수 있다면. 지금처럼 예약을 하고 3분 정도 의사와 상담을 하는 경우는 줄어들 것이다.

MRI, X-ray, CT는 물론 소변검사, 피검사, 기타 혈압과 당뇨는 물론 암세포까지 소변 채취로 알아낼 수 있는 세상에 AI가 결과를 분석하고 약은 언제 어디서든 편의점에서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완성된다면 지금 같은 의료분쟁이 가능할까.

일본은 수도권 1,000곳 이상에서 처방 약을 받을 수 있다. 2월 말 기준 전국 3,600개의 의료기관과 1만700개의 약국이 참여하고 있다. 온라인 진료는 물론 처방까지 가능한 애플리케이션과 편의점에 설치하는 택배 로커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제 의료계도 더 늦기 전에 국민들에게 신뢰를 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