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매일=김도윤기자]제79주년 광복절을 맞아 정부가 15일 주최한 경축식이 전례 없는 '반쪽' 행사로 치러졌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인선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면서 광복회를 비롯한 일부 독립운동 관련 단체들과 야당이 공식 행사에 불참하고 별도의 기념식을 개최했다. 이는 해방 이후 처음으로 광복절 경축식이 이념과 정파에 따라 분열된 채 진행된 것으로, 국민 화합의 장이 되어야 할 광복절 행사가 오히려 갈등을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날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식 경축식을 거행했다. 행사장에는 독립유공자 유족과 국가 주요 인사, 주한 외교단, 사회 각계 대표와 시민, 학생 등 2천여 명이 참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경축사를 통해 "우리의 광복은 자유를 향한 투쟁의 결실"이라고 강조하며, "분단 체제가 지속되는 한 우리의 광복은 미완성"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새로운 통일 비전과 추진 전략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독립유공자 후손 단체인 광복회장의 불참으로 통상적으로 광복회장이 맡았던 경축식 기념사는 이동일 순국선열유족회장이 대신 낭독했다. 이 회장은 "선열이 물려주신 대한민국, 우리가 더 나은 미래를 후손들에게 물려주자"며 화합을 호소했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를 포함한 여당 의원 50여 명이 참석했으나, 야권에서는 개혁신당 허은아 대표만이 모습을 드러냈다.
반면 광복회 등 37개 단체로 구성된 독립운동단체연합과 25개 독립운동가 선양 단체로 이뤄진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은 같은 시각 효창공원 내 백범기념관에서 별도의 기념식을 개최했다. 이는 '친일 뉴라이트' 논란에 휩싸인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에 대한 항의의 표시였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기념사에서 "진실에 대한 왜곡과 친일 사관에 물든 저열한 역사 인식"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별도 행사에는 광복회원과 독립운동가 유족 등 350여 명이 참석했으며,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기본소득당 등 야당 인사 100여 명도 자리를 함께했다. 민주당 박찬대 대표 직무대행은 성명을 통해 윤석열 정권의 '역사 쿠데타'를 강하게 비판했고, 조국혁신당은 광화문광장에서 별도의 규탄 회견을 열어 김 관장 임명 철회를 요구했다.
우원식 국회의장 역시 정부 주최 기념식 대신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독립선열을 참배하는 등 여야의 갈등은 더욱 두드러졌다.
이러한 광복절 경축식의 분열 양상에 대해 여야는 서로를 비난하며 책임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 한지아 수석대변인은 야당의 경축식 불참을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정치적 선동"이라고 비판하며 "소모적 정쟁을 중단하고 통합과 화합으로 나아가자"고 촉구했다. 반면 민주당 박 대표 직무대행은 윤 대통령이 "잘못된 이념에만 국한해 철저하게 (국민을) 편 가르고 있다"고 반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