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팅 업체

[덕암칼럼] 동족상잔의 재현은 피해야
[덕암칼럼] 동족상잔의 재현은 피해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최근 한반도 상공에 전쟁 기운이 돌고 있다. 싸움이란 때린 사람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것이고 맞을 짓을 했다면 맞아도 싸겠지만 약하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맞았다면 때린 사람이 잘못이다.

개인 간의 싸움이 이럴진대 국가 간의 전쟁 운운하는 시비라면 이는 더더욱 신중하게 문제점을 찾아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것이 최선책이다. 휴전 이후 그동안 북한이 남한을 상대로 원인을 제공한 것은 셀 수 없이 많다.

김신조 일당이 청와대를 습격하러 왔다가 우리 군·경에 의해 몰살당한 사건에 대해 실미도 특별부대를 만들어 김일성 모가지 따려고 준비했던 남한의 시도가 그러했다. 이후 크고 작은 국지전 형태의 총격 사건은 휴전선을 중심으로 다양하게 발생한 바 있다.

이 같은 국지전은 1950년 6월 25일 전쟁이 발발하기 전에도 수시로 있었다고 기록에 적혀있다. 이후 어찌 되었던 최근 북한으로 풍선을 날린 것은 대한민국 정부가 아니라 인권과 자유를 부르짖는 탈북단체의 행동이었다.

막자니 미국의 눈치가 보이기에 방관할 수밖에 없는 정부의 입장도 이해는 하지만 어찌 되었던 북한에게 빌미를 준 것은 사실이다. 막을 것은 강력하게 막고 밀어주려면 제대로 밀어주던가 어정쩡하게 방관하니 마치 침묵은 묵시적 인정이라는 공식이 성립하게 되는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란 방식으로 오물 풍선을 보내고 이에 질세라 대북 확성기에 대판 떠들어대니 독재체제 유지에 민감한 북한이 휴전선 인근에 벽을 쌓고 진지를 구축하는 것이다. 

개인끼리도 가만있는 사람에게 자꾸 염장 지르는 말을 하면 약이 오르게 마련이고 참다 안 되면 주먹이 오고 가는 게 당연하다.

하물며 한 나라의 대표자들이 함부로 말하면 결과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피해로 돌아간다. 정작 자신들은 탄탄한 지하 벙커에 몸을 숨기고 말로만 명령하겠지만 전선에서 피를 흘리며 목숨을 바쳐야 할 군인들이 무슨 죄일까. 

지구촌의 유일한 분단국가. 어쩌다 한반도가 반으로 갈라져 같은 민족끼리 총구를 겨누고 모든 총알과 포탄의 표적이 되어 서로를 대상으로 막대한 국방비와 군인을 징집해 대립구조를 갖추게 되었을까. 과연 우리 민족의 뜻이었을까. 아니면 공산국가와 민주국가의 이념대립이 가져온 기형적인 구조의 산물일까.

남북으로 갈라지기 전 일본의 식민지를 벗어나기 위해 목숨 바친 순국선열들에게 석고대죄해야 할 후손들이다. 배가 불러서 난리다. 복에 겨워 오두방정을 떤다. 식민지 시대 말도 글도 못 쓰고 숨조차 편히 쉬지 못하던 시절이 불과 100년 전이었다.

비무장지대 철새들만이 국경선을 넘나들며 남북한의 사정을 알고 있는 실정이다. 필자를 포함한 현세대들은 전쟁을 겪어보지 못한 세대들이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햄릿의 유명한 대사를 인용하자면 전쟁은 그 어떤 비극보다 처참한 인류의 재앙이다.

자연재해보다 더 잔인하고 참혹하며 스스로 자멸의 길을 걷는 것이며, 승전국이라 해도 상대를 두 대 패려면 나도 한 대는 맞을 수밖에 없는 것이 싸움이기 때문이다. 전쟁의 시작은 그 어떤 나라도 국민이 원해서 생기는 게 아니라 정치인들의 결정이 출발점이 된다.

이겨야만 살아남는 전쟁. 이겨도 별로 남는 게 없는 전쟁. 특히 한반도의 상황은 양쪽 다 다부지게 코피가 터져야 끝이 날 지리적 단점을 안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이란, 기타 내전 중인 일부 국가들의 전쟁과는 판이 다르다.

국토의 면적은 좁은데 가진 무기들이 차고도 넘친다. 게다가 뒷배들이 되는 미국, 중국도 문제다. 러시아야 지금 서쪽으로 군인들이 몰려 대판 진행 중이라 동쪽에 신경 쓸 겨를이 없겠지만 중국에겐 대만 침공이라는 1타 2피의 승산이 있는 것이고 미국도 유효기간이 만료되어 가는 무기들을 소진할 기회이니 누구 하나 말릴 이가 없다는 점이다.

막말로 붙어봐야 남북한만 피를 보는 것인데 동쪽 섬나라 일본 입장에서는 온갖 분야의 경쟁자가 자멸하니 손도 안 대고 코 푸는 격이다. 전후 복구라는 엄청난 시장만 생기는 것이며 74년 전 전쟁 때와는 달리 지금은 유엔연합군이 와줄 일이 없다.

당시에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만장일치를 얻어낼 명분도 환경도 충분했지만, 지금은 자칫 세계 3차 대전으로 확전될 소지가 있는 만큼 남의 일에 굳이 나설 국가가 전무하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도 물자공급이나 도와줬지 실제로 파병군인은 전무하고 이스라엘의 전쟁에서도 국제사회에서 비난이나 평가만 했지 막상 개입하지는 않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대안이라면 전쟁이 안 나면 그만이고 제3국에서 아무리 이간질하더라도 남북이 소신 있게 평화 전선을 유지하면 그만이다. 작금의 현실을 냉정하게 살펴보자. 일단 남북이 군비에 투자할 돈의 절반만 투자해도 경제적으로 숨통이 뚫린다.

양쪽 모두 권력 유지를 위해 막대한 국방비와 걸핏하면 전쟁 운운하며 으름장을 놓아가며 살아왔지만 막상 통일이라는 대전제에서는 선뜻 추진할 수 없다.

남한에서는 가난한 독재국가와 통일해 봐야 돈만 들이고 남을 게 없다는 것이다. 북한에서도 사상, 이념, 경제는 물론 모든 면에서 독제체제가 붕괴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가 통일을 포기하고 서로 다른 길을 걷자는 게 현실이다.

말이 씨가 된다 했다. 군대도 안 가보고 총 한번 안 쏴본 대통령이 취임초기부터 선제공격, 전면전 운운하고 이에 질세라 북한 지도자 또한 막말로 남한 지도자를 언급한 바 있다. 일국의 지도자는 격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제3국에서도 근엄한 태도와 품위 있는 언급에 대해 함부로 보지 않는 것이며 한반도의 대립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며 함부로 입에 담지 못하는 것이다. 최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김여정 부부장이 평양상공에 무인기가 다시 발견되면 끔직한 참변이 일어날 것이라며 괴뢰 국방부가 전쟁 도화선에 불 달았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지난 13일 오후 국경선에 8개 포병여단을 배치했고 언제든지 명령만 내리면 즉시 발포할 완전사격 준비태세 분위기를 조성했다. 화가 화를 부른다. 국방부는 이에 질세라 남남갈등으로 국면을 전환하려는 꼼수라고 맞불을 놓았다.

이어 국방부는 북한이 우리 국민 안전에 위해를 가한다면 그날이 바로 북한 정권의 종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벙커버스터보다 10배 이상의 위력을 갖춘 현무-5가 있다며 김정은이 가장 겁이 많고 잃을 게 많은 자이므로 자살을 결심하지 않는 한 전쟁을 못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쯤 되면 북한에서도 가만있으면 국방부 말을 인정하는 것이고 어떤 액션이라도 취해야 북한 주민들에게 면이 서게 되니 무슨 짓이라고 해야 할 처지에 직면하게 된다. 남과 북을 떠나 서로 극단적인 말로 자극해서 얻을 게 뭘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