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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암칼럼] 오월의 달력을 넘기며
[덕암칼럼] 오월의 달력을 넘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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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조금만 추워도 히터, 조금만 더워도 에어컨, 인체가 느끼는 온도 차이는 매우 민감하다. 언제부터 이렇게 춥고 더운 걸 못 견뎠는지 알 수 없으나 이렇게 예민한 반응은 곧 관련 시설로 이어진다.

상가에서는 냉·난방에 대한 준비, 가정에서도 마찬가지고 대중교통이나 기타 다중이용시설에서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간사함은 비단 온도뿐만 아니라 자고 먹고 입고 살아가는 모든 면에서 편리함과 누림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이제 작은 불편도 못 참는 시대가 됐다. 부응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것이고 맞추자니 한도 끝도 없다. 누린 만큼 그 반면엔 또 다른 문제점이 존재한다. 너도나도 모두 에어컨 틀어놓으면 실외기에서 뿜어대는 열기는 어디로 간단 말인가.

당장에 실내만 시원하면 대기 환경이나 대기권에서 오존층을 파괴하든 그것은 알 바가 아니다. 기후변화가 심각하다. 오월의 첫날은 비교적 쌀쌀했으나 말일은 훈훈하다 못해 무더운 날씨다.

강원 산간지방에서는 오월의 끝 눈을 볼 수 있었다. 업무상 전국을 휩쓸고 다니다 보니 남쪽에서 피던 이팝나무나 아카시아의 흰 꽃송이를 강원도에서는 중순이나 되어서야 볼 수 있었다.

독자들은 지난 오월이 어떠하셨는가. 달력을 12번 넘겨야 해가 바뀌듯 해가 절로 지는 법은 없다. 직장을 다니는 사람은 승진이나 회사 경영에 따라 특별 보너스라도 챙기는 행운이 있길 바라고 사업을 하는 분이라면 문전성시로 손님들이 감당 못할 만큼 밀려들길 바란다.

왜냐면 그렇게 잘 된다고 필자에게 손해 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잘 돼야 빈말이라도 고맙단 말을 들을 게 아닌가. 속담에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다’고 했다. 남의 성공을 진정으로 축하하고 그 과정을 칭찬해 줄 수 있는 배경에는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

내가 어려우니 남 잘 되는 게 시기·질투가 나고 나만 못 되는 것 아니냐는 자조에 젖어 들게 되는 것이다. 심보를 곱게 쓰지 않고도 잘되길 바란다면 어불성설이다. 왜냐면 사람의 심성은 표정과 관상에 그대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50세가 넘으면 얼굴에 책임을 지라 했던가. 평생 남의 성공에 배 아파하고 온갖 유언비어로 남의 흉만 보던 사람과 반대인 사람의 인상은 전혀 다르다. 이력서나 프로필이 화려하다고 서류상 대단한 건 아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면접이다. 채용할 사람의 인성, 의지, 철학 등을 찾아내는 과정인데 모 기업에서는 태어난 연·월·일·시나 띠, 혈액형, 기타 방법으로 인재 발굴의 기준을 삼기도 한다. 그만큼 사람의 인성은 조직사회에 적응하려는 스스로의 노력이 고스란히 얼굴에 실린다는 것이다.

지난 5월은 그렇다 치고 다가오는 6월에는 남의 성공에 박수를 칠 줄 아는 여유를 가져보자. 100억 원을 가진 사람은 이웃의 로또 당첨에 배 아파하지 않는다. 반면 대출금 이자에 카드 연체까지 밀렸던 사람은 옆집 로또 당첨에 핏대를 올린다.

왜, 왜 나에게는 저런 행운이 오지 않을까. 진정한 행운은 거울만 봐도 알 수 있다. 사지 멀쩡한 육체, 나름 잘생긴 외모, 사랑하는 가족들과 간혹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 중고차지만 언제든 드라이브를 갈 수 있는 자가용과 대출은 있지만 내 집이 있다는 정도만 해도 행운아다.

사회가 갈수록 삭막하고 인정이 메말라 가고 있다. 비단 필자만이 느끼는 감정은 아니리라. 문명이 문화를 잠식하고 기계가 사람을 대신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정작 지켜야 할 도덕과 예절, 우리 고유의 찬란한 문화는 점차 그 빛을 잃어가고 있다.

개인적으로 돌이켜보면 소중한 시간을 유튜브나 기타 SNS에 얼마나 빼앗겼던가. 평소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손 편지 한 통 보내지 못할 만큼 여유 없게 살지는 않았는가. 눈앞의 쾌락만 추구하느라 정작 가치 있는 일들을 흘려 보내지는 않았을까.

어제 일도 생각나지 않는 현실. 한 달 전에 무엇을 했는지 되돌아볼 방법이 없는 현실. 흑백사진은 앨범에 넣어두어도 스마트폰으로 수백 장 찍은 사진은 기껏해야 카톡의 대문 사진으로나 쓰였다가 삭제되는 게 현실이다.

오월의 마지막 일기장을 넘기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까지 쌓인 수십 권의 일기장에 혹여 남에게 아픔을 준 적은 없을까. 반성의 여지를 남기며 6월의 일정표를 점검해 본다. 6월은 시작부터 제주도 행사에 온갖 대회, 축사, 만찬, 그리고 대중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5월에 칼럼을 20건 썼던 것처럼 6월에도 써야 하고 현 사회를 이끄는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무슨 요구를 해야 할까 국회 출입 기자로서의 책무와 사명감에 다가오는 6월을 기대해 본다. 5월 31일은 제8회 지방선거가 치러진 지 2년을 채운 날이다.

처음 당선될 때 초심이 얼마나 변했을까. 아니면 잘 지켜지고 있을까 한 번쯤 되짚어 봐야할 시기인데 현실은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르듯 전혀 다른 모습이다. 아울러 21대 국회의원들의 임기가 종료되어 정든 4년간의 호강을 뒤로하고 짐을 싸야 하는 날이기도 하다.

물론 재선에 성공한 의원들이야 남은 4년이 창창한 맑은 날이겠지만 한때 권력의 그늘에서 금배지를 달고 누볐던 국회 곳곳은 이제 남의 집이 됐다. 권불십년이라 했던가. 천년만년 누릴 것 같았던 입법기관의 구성원 자리가 남의 일이 되고 간발의 차로 낙선한 의원이라면 더더욱 그 상실감은 클 것이다.

옛말에 ‘놓친 고기가 커 보인다’고 했던가. 꿈을 버리지 못하고 다시 2년 뒤 지자체장이나 4년 뒤 제23대 총선을 노리며 지역마다 듣도 보도 못한 포럼이나 단체를 설립해 남은 사람들과 재기를 꿈꾼다.

언젠가는 권력을 위한 선거가 아니라 정치 전문가들이 대거 영입되어 이 나라 정치를 제대로 하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정치의 ‘정’자도 모르다가 공천받고 당선되어 설치는 일부 한량들. 이들을 보며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얼마나 현실에서 빗나간 자기 합리화인지 4년이 지나서야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