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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암칼럼] 전쟁이 장난인가
[덕암칼럼] 전쟁이 장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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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한 해 국방비가 약 50조 원이다. 이 막대한 돈을 먹는 데 썼다면 배고픈 사람이 없었을 텐데 야경이 화려하고 휴가철이면 방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대한민국의 무료급식소는 연일 장사진이다.

전쟁이란 나야 나는 것이지 나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이지만 국방이 탄탄해야 전쟁 억제력을 갖출 수 있다. 마치 문단속을 잘해야 강도가 담을 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자유와 평화를 유지하려면 전쟁이 나지 않게 준비를 잘해야 하는데 방어가 목적이지 공격이 목적은 아니다. 그런데 전쟁이 나면 임금은 줄행랑을 치고 백성들은 곤욕을 치르는 게 지금까지의 역사였다.

1232년 7월 7일 강화도로 수도를 옮긴 최우는 수십 년간 백성들에게 세금을 걷으며 버틴 바 있다. 그렇게 호의호식하는 동안 백성들의 삶은 피폐함이 극에 달했다. 지난 역사를 돌아보면 대략 5,000년 동안 930번이나 외세의 침략을 받은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대략 계산상 5년에 한 번씩은 침략을 받은 셈이다. 1945년 일제 식민지가 끝나고 5년 만에 동족상잔의 비극이 터졌으니 5년이 맞고 이후 1953년 7월 27일 그러니까 오늘까지 71년 동안 평화를 누렸다.

계산상 지금 당장 전쟁이 나도 역사적 순환 시기로 볼 때 후손들은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언제는 전쟁이 난다고 하고 났던가. 제1차 세계대전은 1914년 6월 28일 오스트리아 헝가리 황태자 부부가 사라예보를 방문했던 당시 세르비아 청년들이 쏜 총에 사망하면서 시작됐다.

1914년 7월 28일부터 1918년 11월 11일까지 전 세계적으로 전개된 전쟁이었다. 군인 900만 명, 민간인 600만 명, 부상자 2,700만 명 등 대략 6,000만 명의 직접 피해자가 발생했다. 다음 제2차 세계대전은 불과 25년 뒤에 다시 터졌다.

1939년부터 1945년까지 6년간 이어진 전쟁의 원인은 독일이 전범국가로 나름대로 전후복구 비용의 부담을 안게 되었지만, 이를 내부적인 결속력의 동기로 삼아 폴란드를 공격하면서 시작됐다.

일본도 이탈리아도 합병해 벌어진 제2차 세계대전으로 약 8,500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두 번의 세계대전으로 1억 4,500만 명의 인명피해가 났다. 만약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다면 지금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으르렁거리는 미국과 중국이 아닐까.

물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싸우느라 정신없고 전쟁 이란 게 아무리 잘해도 안 일어나는 것보다는 못한 것이니 어느 쪽이든 함부로 칼을 빼 들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남북한이 서로 각을 세우는 형국을 보면 위험한 불장난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세계대전도 그렇지만 이미 71년 전에 한번 다부지게 붙어본 전쟁이 아니던가. 이제 대한민국도 6·25전쟁 당시처럼 허접한 것도 아니고 막강한 국방력을 갖춘 나라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어느 한쪽이 강하면 빨리 끝날 일도 양쪽이 다 강하면 전 국토가 불바다가 되어야 끝이 날 판이다. 앞서 거론한 제1차·제2차 세계대전이 처음부터 일이 커질 줄 알고 했을까. 바로 착각이다.

전쟁의 최고 지도자들의 승리할 것 같은 착각이 죄 없는 청년들을 사지로 몰아냈다. 정작 자신들은 벙커나 안전지대에 온갖 폼을 잡으면서도 전진 앞으로 오로지 돌격을 지시하며 야욕을 주체하지 못했다.

영토 확장을 위해 대륙을 휩쓸었던 칭기즈칸도 진주만을 겁도 없이 공격해 패망의 원인을 제공했던 일본도 독일도 모두 욕심이었다. 하지만 남북한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이미 이혼한 지 71년.

이제는 서로 각기 다른 가정을 꾸리고 살면서 서로 간섭하지 않고 조용히 살아가면 별문제가 없는데 왜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지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이들도 둘이 싸우면 누가 잘못했느냐 또는 누가 먼저 때렸느냐를 따진다.

이번 같은 경우 탈북민 단체가 북한으로 풍선을 보내면서 시작됐다. 그리고 오물 풍선 보냈다고 김정은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잘못했다고 사과할까. 현실적으로 말이 되는 말을 해야지 한국 정부는 미국 눈치 보느라 말리지도 못할 것이고 걸핏하면 인권을 전제로 풍선을 띄우니 북한에서도 오물 풍선을 띄울 명분을 갖춘 셈이다.

그래 놓고 오물 풍선에 대한 반대급부로 북한이 그렇게 싫어하는 대북 방송을 틀어대니 점차 감정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탈북단체들이 보낸 풍선에는 한국 드라마 USB와 쌀 등 북한이 금지하는 물품들이 담겼다.

괜히 이를 본 북한의 중학생들 30명이 총살당했다는 뉴스가 외신과 국내 언론에 일제히 보도됐다.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21일 우리 군은 여러 차례 경고한 바와 같이 오후 1시부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 전선에서 전면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은 나흘째 서부·중부·동부전선에 배치된 고정식 확성기를 릴레이식으로 돌아가며 제한적으로 방송했다. 앞서 북한이 지난 19일 새벽 이후 3일 만에 오물 풍선 살포를 재개함에 따라 전방 지역의 모든 확성기를 동시에 전면 가동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합참은 북한군이 자행하는 전선 지역에서의 긴장 고조 행위는 오히려 북한군에게 치명적 대가로 돌아갈 수 있으며, 사태의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 정권에 있음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했다.

나름 열 받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민감한 확성기 방송에 대해 더 강력한 조처를 취하고 대한민국 국방부에서도 이에 질세라 맞불을 붙인다면 누가 좋아할까. 과거처럼 전후 복구를 위한 이웃 나라 일본일까.

아니면 폐기 처분 날짜가 다가오는 무기들을 처리해야 하는 미국의 군수업체일까. 서로 감정싸움이 아니라 태산처럼 쌓아놓은 무기를 조금씩 더 사용한다면 그 피해는 누가 볼까. 과거처럼 미국이 연합군을 모아 도와줄까.

아니면 북한의 장사정포가 시간당 수만 발을 쏘아대면 그 피해를 고스란히 겪어야 할 대상은 힘없는 국민뿐이다. 구멍 숭숭 뚫리고 유효기간 지난 방독면이 화학전의 끔찍한 피해로부터 막아줄 수 있을까.

출·퇴근 교통체증에도 모든 도로가 정체되어 쩔쩔매던 사람들이 너도나도 차를 몰고 도로로 나온다면 과연 어떤 현상이 벌어질 것이며 전기, 수도 등 도시 기반 시설들이 조금만 불편해도 민원 걸던 사람들이 손도 까딱 안 하고 배달 음식에 길든 사람들인데 과연 전쟁이란 상황에 직면하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혹자는 말한다. 쓸데없는 말로 긴장감 조성하지 말라고. 과연 그럴까. 지구촌 곳곳에 포화가 그치지 않고 이 땅에 70년 전의 멎은 포성이 남의 일이 아니었을 텐데 절대 안전하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빌미가 될 여지를 주지 말았어야 했다. 지금까지 대형 전쟁의 출발은 아주 미미한 사건들로부터 시작된 것이 전쟁의 역사다.